■ 시골언니 프로젝트 성과와 과제 - 농림축산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 인터뷰

농촌여성정책팀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인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기존의 귀농귀촌 교육이나 한달살기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국에서 공모에 뽑힌 8개 현장운영기관에서 각각 30명씩 만 19~39세 이하 청년여성이 약 2주간 해당지역에서 머물렀다. 농촌에 먼저 정착한 시골언니들이 농업과 농촌살이에 관심이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이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여성들이 농촌에서의 생생한 삶을 살며 그 실상을 한꺼풀 벗겨 속속들이 전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프로젝트가 차별화되는 점은 크게 2가지다.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교육 이후에 형성되는 시골언니와 도시언니 간의 네트워크에 더욱 중점을 뒀다는 점, 시골여성이 도시의 청년여성에게 농촌에서의 삶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한 사실상 첫 정책사업이라는 점이다. 단연코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귀농귀촌 교육과 다르다 할 수 있다. 농업교육이 포함돼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만 매여있지 않도록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부여했다.

충북 제천의 덕산누리협동조합은 목공과 제빵, 비건요리, 자기방어훈련 등의 프로그램이 이색적이고, 충북 옥천의 고래실은 지역에서 로컬잡지를 제작하면서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과 여성이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짰다.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은 시골살이로 내 삶의 해방일지를 써보고, 일주일 밥상 만들기와 가구 만들기로 자립적인 생활방식을 참가자와 공유했다. 이처럼 8개 기관의 프로그램은 농촌살이와 농업 관련사항이 적절히 분배돼 있었다. 특히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이 시골언니 프로젝트와 유사한 후속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을 얻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점이다.

청년여성에게 특화된 사업이란 점도 차별화 요소다. 정부와 많은 지자체가 청년농업인의 정착을 돕기 위한 정책은 많이 있지만 청년여성을 위한 정책은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년여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왜 이런 사업이 필요한지 그 이유는 분명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도시와 시골여성 모두 상당한 요즘 같은 때, 여성이라는 동질감으로 멘토와 멘티를 맺어 단기간에 관계가 가까워지며 새로운 삶의 방향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 시골언니들이 있어 농촌이 살기 좋은 것뿐만 아니라 안전한 공간이란 확신도 생겼다.

한때는 도시언니였던 시골언니들이 본인들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점들을 고스란히 전하면서 효과가 컸다. 인연을 맺은 도시여성들에게 문득 거기를 갔을 때 의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성과공유회에서도 참가자들은 프로젝트로 만난 인연들이 비빌 언덕이 됐고, 시골언니와 도시언니가 서로 아는 언니가 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어느샌가 고향이 사라진 도시여성이 많아진 요즘, 시골언니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나만의 고향이 생겼다는 평가를 들었을 땐 자부심을 느꼈다.

공모 당시 얼마나 많은 기관이 참여할지 반신반의했는데 8개 기관 모집에 21개 기관이 응모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도시와 시골의 청년여성들이 이런 사업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절감했다. 공모를 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역량을 갖춘 시골여성과 공동체가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이 프로젝트가 아직도 남성중심적인 농촌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약자이자 소수자인 여성끼리 경험을 주고받으며 소위 인맥과 경제력이 없는 청년여성이 혼자서 안전하게 오랫동안 농촌에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평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