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69

<축 늘어진 한낮의 호박잎은 목이 탄다는 호소이다. 수분이 부족하면 잎의 공변세포와 뿌리가 감지해서 즉시 숨구멍을 닫아 수분 손실을 막는다.>

 

요즘 불볕더위에 축 쳐져 있는 호박을 보면 딱하기만 하다. 목이 탄다는 호소지만 사람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해가 떨어지면 잎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박은 안으로 곯고 있다. 땡볕이 잎에서 불타고 물은 잘 올라오지 않으면 호박은 “아이고, 이것 야단났군.”하고 금방 감지한다. 호박잎 1㎠에 무려 2만7천 개나 되는 숨구멍(기공)이 제일 먼저 알아챈다. 숨구멍은 바나나처럼 생긴 2개의 공변세포로 되어 있다. 공변세포에 물이 가득하면 팽팽해져 숨구멍이 열리고, 반대로 물이 빠지면 쭈글쭈글해져서 닫힌다. 열리면 공기가 잎 속으로 들어가고, 닫히면 공기 소통이 막힌다. 잎의 모든 표면은 왁스로 덮여 있어 빗물이 잘 구르고 병균이 침입하지 못한다. 또 왁스는 수분의 손실을 막는다. 그런데 공변세포만은 왁스가 덮여 있지 않다. 따라서 잎의 다른 부분보다도 공기 중의 습도에 매우 민감하고 수분이 밖으로 잘 빠져 나간다. 이렇게 해서 탄력을 잃으면 숨구멍은 자동으로 닫힌다.

한편 뿌리도 흙 속에 물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호르몬(아브시스산;ABA)을 잎으로 보낸다. 숨구멍을 닫으라는 통보다. 아브시스산 호르몬이 많아지면 숨구멍은 자동으로 닫힌다. 물이 부족해지면 이렇게 이중의 경보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돼 수분이 더 이상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렇게 숨구멍이 닫히면 문제가 생긴다. 이산화탄소가 들어오지 못해 광합성이 중단된다. 그 뿐만 아니라 몸속에 있던 산소가 이미 만들어 놓은 양분의 절반을 이산화탄소로 되돌린다(광분해라고 한다). 가뭄을 당하면 식물은 몸이 줄어들고 억세 진다. 돌나물 같은 경우에는 더위가 극성인 한낮에는 숨구멍을 닫고, 밤에 저축해 놓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한다. 그래서 돌나물은 사막식물처럼 심한 가뭄에도 잘 견딘다.(이런 식물을 CAM식물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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