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66

<칼륨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마그네슘이 결핍된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아래 잎부터 잎맥 사이가 황갈색이 된다. >

 

한 때 ‘소비가 미덕’이라고 정부가 부추긴 때가 있었다. 소비를 많이 하면 공장이 잘 돌아가 일자리가 많아지고, 국가가 발전한다는 이론을 폈다. 그러다보니 나라경제가 말이 아니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과소비를 하면 거덜 나게 되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약이 미덕’이라는 말은 진리로 통용되고 있다.
어떤 학자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웃음과 과소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도 즐거우면 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니 과소비가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유일한 차이인지도 모른다. 사자도 배가 꺼질 때까지 며칠이고 사냥을 하지 않는다.
식물은 인간처럼 과소비를 한다. 식물의 과소비를 ‘사치소비(Luxurious consumption)’라고 표현한다. 식물은 모든 양분 중에 단 한 가지 성분을 제외하고는 꼭 필요한 만큼만 흡수한다. 키를 키우는 질소의 경우, 비료로 많이 주면 많이 빨아들이는 만큼 자라서 몸속에는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칼륨(K)만은 그렇지 않다. 칼륨비료인 염화칼리를 많이 주면 주는 대로 빨아들인다. 문제는 거기서 일어난다. 칼륨-칼슘(Ca)-마그네슘(Mg)은 삼각형의 세 변과 같아서 칼륨을 많이 흡수하면 나머지 두 성분은 그만큼 흡수가 안 된다.
요즘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일어나고 있지만, 1900년대 중반에 유럽에서는 한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소를 죽였다. 소는 심한 경련에 떨다 죽어갔지만 어떤 병원균도 찾아낼 수 없었다. 한참 지나서 그 병이 칼리비료를 많이 준 목초는 마그네슘이 부족해지고, 이것을 먹은 소는 마그네슘 부족으로 근육에 경련이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글라스테타니(grass tetany, 목초강직증, 牧草强直症)라는 병의 원인이 밝혀지자 농가는 초지에 칼리비료를 적게 주는 한편 고토비료를 주었다. 위급한 경우에는 마그네슘을 먹이거나 주사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병은 치료가 됐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염화칼리를 많이 주어서 흙에 칼륨이 높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한번 분석을 받아보는 것이 우리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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