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64

<이른 아침(오전 6:11) 개망초는 잎(왼쪽 아래)과 꽃 봉우리가 닫혀 있지만, 해가 뜨면서 활짝 열린다(오른쪽, 오후 3:15). 꽃잎의 수백 개 세포가
각도를 달리해서 여닫는 것은 세포내 근육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잡초, 망초에게 장마와 삼복은 저들의 계절이다. 그렇다고 망초에게 눈을 흘기면 안 된다. 망초가 없었더라면? 매년 우리는 엄청난 흙을 잃었을 것이다. 빈터만 있으면 장마 전에 온통 다 덮어준다. 그뿐이랴. 꽃다운 꽃도 없는 여름철에 하얀 꽃을 들판 가득 피우고 향기는 또 얼마나 향토색 짙은가.
망초는 원래 우리나라 자생이 아니다. 임진란 때에 들어와 산야를 덮었다고 해서 ‘망할 조짐의 풀’이라 ‘망초’가 되었다고 하지만, 조선 말기 개항하면서 화물에 묻어 들어 왔다는 게 정설이다. 개망초는 망초 중에서는 꽃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 원래 북미 필라델피아 지역의 야생화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서는 꽃집에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그루에서 씨가 최고 82만 개나 맺힐 정도라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망초는 꽃과 잎을 아침에 열고 저녁때가 되면 닫는다. 잎과 꽃을 여닫는 것은 꽃자루와 잎자루에 있는 기동세포(motor cell)에 물이 드나듦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가세하는 것이 세포 속에 있는 근육이다. 식물에도 근육이 있다고? 그렇다. 현미경으로 세포 속을 들여다보면 발도 손도 없는 세포질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한 방향으로 흐른다. 실제로 세포질은 24시간 가동되는 화학공장이다. 낮에는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들고, 밤에는 이것으로 자당을 만들어 뿌리로 보낸다. 이것 말고도 동물이 하는 화학작용은 다 한다. 그러기 위해 세포질은 시속 5~70m로 천천히 움직인다. 1774년 이탈리아 볼로그나 대학의 식물학교수 콜티(Corti)는 현미경으로 목이버섯의 세포를 들여다보고 “동물과 혼동됐다”고 실토했다. 195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대학원생이었던 뢰비(Ariel Loewy)가 드디어는 식물세포질을 움직이는 성분을 알아냈다. 동물세포의 근육 단백질인 액틴(actin)과 미오신(myosin)을 식물에서도 분석해 낸 것이다. 이 두 성분이 액토미오신(actomyosin)을 만들어 동물 근육처럼 수축과 이완한다는 것을 밝혔다. 작디작은 개망초 꽃잎도 닫힐 때는 근육을 써서 안쪽으로 둥그렇게 된다. 수백 개의 세포가 각도를 조금씩 달리해서 일사불란하게 안쪽 방향으로 향한다(왼쪽 사진). 마치 백남준의 비디오 쇼에서 수백 개의 텔레비전이 한 화면을 연출하는 것처럼. 이런 현상을 알고 들여다보면 모든 식물이 근육(plant muscle)을 움직여 고도의 예술을 연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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