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농촌여성들이여~1인 1자격증에 도전하자
대한민국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고령·치매환자 돌볼 전문인력 필요성↑
직업·소득 있어야 농촌생활에 활력
농촌여성 도전할만한 자격증으로 기대
노인돌봄·치매예방 ‘돌봄인력’ 수요 증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2020년 15.7%에서 2025년 20%(1천만명 돌파),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돌봄의 질 향상을 위해선 관련 전문인력이 꾸준하게 배출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이다. 방문요양, 목욕, 간호, 주·야간 보호, 단기보호 등의 요양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집이나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통과로 이른바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AIP : Aging In Place)’ 기반이 갖춰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며 건강한 노후를 위해 건강 유지와 증상악화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하는 가운데, 돌봄시설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관련 자격증 취득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치매환자 관리에 있어서도 돌봄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치매환자는 2023년 97만7천명에서 2070년 338만명, 관리비용은 2050년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되며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을 내놨고, 윤석열 정부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치매돌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경기도광역치매광역치매센터는 치매 환자·가족·일반인 대상 치매 예방과 관리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광역치매센터 관계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10.38%로,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정도로 일반화된 현실에서 환자와 가족의 어려움을 이젠 사회가 책임지는 사회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는 치료제가 없어 발병하면 오랜 기간 치료와 돌봄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치매정책 패러다임을 치료와 돌봄 중심에서 예방과 조기예측으로 전환해야만 개인과 국가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다른 분야 일자리는 여러 요인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빠른 고령화와 올해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치매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돌봄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면서 “관련 자격증을 갖춘 인력들이 충분히 있어야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슬기로운 노후생활 책임지는 ‘농촌여성’
돌봄인력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경북 예천군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생활개선회원 교육에 큰 변화를 줬다. 농촌여성들이 전문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치매예방 관련 민간자격증 취득과정을 마련한 것.
이 과정 개설을 주도한 박미홍 예천군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 주무관은 돌봄인력 필요성도 고려했지만 여성이 직업과 소득이 있어야 농촌생활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선했다.
박 주무관은 “생활개선회원들에게 활용도 높은 전문기술을 갖출 수 있는 자격증을 고민해 왔다”면서 “그동안 요양보호사 교육이 10년 넘게 진행되면서 많은 회원들이 자격을 취득하면서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 고령의 치매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부터 모집을 시작해 교육인원 40명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관심도가 높아 수월하게 채웠다고. 치매예방에 도움을 주는 ‘실버인지전문가 1급 과정’은 1회 4시간씩, 40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은 ▲치매의 이해와 예방·미술 심리치료 이론과 코사지 만들기 ▲슬기로운 노후생활(웰에이징) ▲음악교구 활용 ▲우·좌뇌 균형운동 ▲노인인지심리·상담 ▲원예심리 이론·실습 ▲치매예방 손·발운동 ▲언어훈련 ▲현장프로그램 도구 활용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교육 이수 후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박미홍 주무관은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며, 몸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많아서 어떤 교육보다 회원들이 아주 재미있어한다”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에는 자식들이 농사짓느라 신체적·정신적으로 편찮은 부모님을 돌보는 데 어려움이 많은 만큼, 회원들이 자격증 취득 후 이들을 돌보는 전문인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예천군연합회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교육받는지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 과정을 개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며, 노인돌봄 전문가로 성장하고픈 농촌여성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 교육 받아보니 -
이순자 한국생활개선예천군연합회장
“어르신들 노후 돌보는 행복전도사”
새롭게 시작한 교육에 회원 ‘만족’
이순자 한국생활개선예천군연합회장은 회원들이 그동안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으로 노인돌봄에 있어 기본적인 역량을 쌓아왔다면 치매예방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양성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요양보호사 양성과정은 10년 넘게 진행하며 나를 포함해 웬만한 회원들은 거의 땄다. 익숙한 교육 대신 변화를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박미홍 주무관이 제안해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2월부터 실버인지전문가 1급 자격증 취득을 위해 10회에 걸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젠 농촌에서 여성들이 농한기에만 일하는 일자리만을 선호하지 않는다. 꾸준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농촌에 요양병원이나 재가보호센터가 많은데, 요양보호사 자격증에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을 수발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교육은 치매환자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자부한다.
-회원들의 만족도는.
기본적으로 교육이 즐겁다.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어떤 회원은 댄스교육을 받는 것 같다는 얘기도 한다. 처음 하는 교육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회원들의 눈들이 다들 초롱초롱하다.
나도 담배농사를 짓지만 농사일은 점점 힘들어진다. 예전만큼 소득을 올리려면 몇 배는 더 일해야 한다. 자격증을 따면 살림살이에 도움도 되고 어르신을 돌보는 봉사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어 생활개선회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자격증을 딴 회원들과 예천에서 어르신들의 행복전도사로 일하고 싶다.
■ 전문가 인터뷰 -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
“노인돌봄의 전문화 바람직”
전문성 갖춘 농촌여성 배출 기대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노인인구가 곧 1천만명을 돌파하며 편안한 노후를 책임지고 삶의 존엄한 마무리에 사회와 지역의 돌봄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어 전문성을 갖춘 농촌여성의 양성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노인돌봄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요양병원·재가노인복지센터 등 장기요양기관이 2만7484곳이나 운영 중이다. 그만큼 초고령화됐다는 뜻이다. 요양기관에서 현재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63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데, 국가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춘 농촌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증상을 보이는 등 고령노인들이 겪는 질환 특성이 각기 달라 거기에 맞는 민간자격증은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농촌에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많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며 노인의료비가 급증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너무 커졌다. 돌봄 수요자가 폭증하는 반면, 전문인력은 너무 부족하다. 농촌에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홀로 지내는 노인분들이 많지만 전문적으로 돌볼 인력과 시설은 한참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에다 치매 예방을 위한 자격증을 딴 인력들이 농촌에 많아지면 가족들도 믿고 맡길 수 있다.
사회적 문제인 고독사 등 노인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치매를 예방해 건강한 노후와 삶의 질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농촌여성들이 관심을 갖고 노인돌봄의 전문가로 커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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