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우수 토착 발효미생물을 

식품원료로 사용하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춰야...

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권희민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연구사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수익을 생물자원 제공국과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한 국제협약으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체결됐으며,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참여했다. 이 협약으로 전 세계가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으며, ‘총성 없는 사투’가 벌어지는 ‘자원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됐다. 그래서 ‘자원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책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발효식품의 근간이 되는 발효미생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의 수는 108종이며, 여기에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생물 38종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전통주, 장류, 식초, 김치 등 발효해 만든 식품을 아주 오랜 기간 먹어왔다. 그러나 이 발효식품들에서 분리한 다양하고 유용한 미생물을 식품원료로 사용하려면 엄격한 기준을 넘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유용 미생물들이 산업적 가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

이에 반해 국제낙농연맹, 미국식품의약국, 유럽식품안전청 등 국제 공인기관에서 제시하는 미생물 원료는 해당 기관에 등재된 사용 목적에 맞으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외국산 미생물이 국내 토착 발효미생물보다 사용이 쉽다는 아쉬움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발효미생물이 식품원료로 등록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과 업무협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도 소규모 농산업체 대부분은 발효식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국산 종균을 사용하지 않고 수입산 종균을 사용하거나 자연 발효시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양조, 제빵 등 다른 분야에 같은 효모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발효 기간이 길어지거나 발효가 끝나는 시점도 일정하지 않아 제조기술의 표준화, 균일한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토착 발효미생물의 산업적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발굴 미생물이 가진 유용한 특성을 밝히고 우수한 발효 종균을 선발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발효식품 생산에 핵심이 되는 우수 복합종균을 선발했으며, 종균의 안전성을 높이고 품질개선, 고급화를 목표로 자원화·종균화 연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발효식품의 핵심인 미생물 각각의 역할을 밝히고 그 기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우선은 종균 수입을 줄이고 우리 토착 발효미생물이 대한민국 발효식품 산업에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