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62

<햇빛 방향으로 향해 있는 크로톤.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으면 잎은 물론 세포 속 엽록체도 새 방향으로 돌아오기까지 몸살을 앓는다. >

 

사람처럼 식물도 건드리면 싫어한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에틸렌 가스를 내뿜으면서 에너지가 소모된다. 때문에 자꾸 건드리면 쑥쑥 자리지 못한다. 높은 산에 자라는 나무가 잘 크지 못하는 것은 자주 건드리는 강한 바람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이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화분을 옮겨놓거나 돌려놓으면 화초가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귀한 난을 기르는 애란가들은 난분을 건드리거나 돌려놓는 것을 금기시한다. 어렴풋이 난이 몸살을 앓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베란다에서 크는 화초는 가지를 창쪽으로 뻗는다. 광선을 최대한 받기 위해서 잎도 빛이 오는 방향으로 향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맨눈으로 볼 수 없지만 세포 속에 있는 엽록체도 햇빛을 향해 있다. 엽록체는 다소 납작한 럭비공처럼 생겼다. 햇빛이 비추면 넓고 납작한 면이 빛이 오는 쪽으로 향해 있지만, 햇빛이 너무 강하면 엽록체가 타지 않도록 모로 돌아선다.

이렇게 말하면 이의를 단다. “엽록체가 살았나, 어떻게 세포 안에서 제멋대로 자세를 바꿀 수 있나?” 세포도, 그 안에 있는 엽록체도 다 살아 있다. 세포 안은 세포질이라는 액체로 차 있다. 엽록체는 이 액체 속에서 마치 우주인이 우주에서 유영하듯이 둥둥 떠 있다. 엽록체는 자신에게 알맞은 방향을 잡아 움직이면서 자세를 취한다. 해를 따라 모가지가 움직이는 해바라기처럼 엽록체도 빛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움직여 가는 것은 별문제가 없지만,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으면 그 식물에게는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잎의 방향이 반대이고, 엽록체의 방향조차도 반대이므로 한동안 제자리를 찾기까지 광합성을 잘 못한다. 엽록체(양분공장)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운송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하니 몸살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점을 예방하려면 화분에 방향을 표시해 두면 된다. 그러나 화초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자라면 덜 예쁘다. 이것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돌려줄 수도 있다.

햇빛 방향으로 향해 있는 크로톤. 반대방향으로 돌려놓으면 잎은 물론 세포 속 엽록체도 새 방향으로 돌아오기까지 몸살을 앓는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