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 정신건강 전문의가 전하는 ‘여성을 위한 속풀이 토크쇼’

지난 14일 경기 수원 롯데몰에서 양재진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엄마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엄마들의 속풀이 토크쇼를 열었다. 
지난 14일 경기 수원 롯데몰에서 양재진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엄마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엄마들의 속풀이 토크쇼를 열었다. 

정신건강에는 성격파악·스트레스 관리 중요

급변하는 시대 맞춰 자녀 양육법 달리해야

현대 정신분석학의 선구자인 프로이드는 ‘정신건강이란 사랑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즉, ‘일이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하지만 정작 내 성격조차 모르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4일 경기 수원 롯데몰에서는 양재진 마인드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엄마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다양한 역할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을 위한 엄마들의 속풀이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날 토크쇼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스트레스 관리, 나 스스로부터 알아야
외향성과 내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나뉜다. 조용한 성격에 할 말 다하는 사람은 겉으로 내성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외향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와 전쟁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병의 근원’으로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똑같은 스트레스도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게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과 긴장도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런 불안과 긴장도는 성격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의 성격 중에서 50% 정도는 태아 때부터 이미 형성된다. 그러면 이론적으로 부모의 성격을 반반씩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한쪽 부모의 성격만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 만약 부모가 자녀의 성격 중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신경 쓰이고 잔소리하게 된다면 그 자녀가 나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인간은 스스로한테 관대한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냥 두면 화병이 걸릴 수 있다. 가족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일 수 있으므로 가까이서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보고 스스로한테 처방을 내려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부부싸움을 하고 난 직후라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달한 내 모습에 대해 배우자한테 냉철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사회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자마자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었는가. 상대방에게서 싫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처음 만났는데 호감이 가고 끌리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갖지 못한 걸 상대방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성은 서로의 결핍에서 끌린다. 서로 다른 성격으로 끌리기도 하지만.

평화롭게 잘 사는 방법은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열정 대신에 내 관점을 바꾸는 게 차라리 낫다. 상대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거절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스트레스도 노력하면 관리할 수 있다.

결혼에 대한 환상? 현실을 직시해야
‘결혼’하면 떠오르는 3가지는 웨딩드레스, 결혼식, 신혼여행이다. 그러나 실제 결혼생활을 해보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결혼은 ‘삶과 경제를 공유하는 현실’이라는 마음의 준비다. 특히 엄마가 된다는 것. 결혼생활보다 백배 천배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신경정신과에서 ‘엄마와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할 것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이 있다. 대개 ‘엄마’라고 답할 수 있지만 정신과 쪽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건강한 답이다. 아이를 낳는 건 선택이지만 태어난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권한이 없다. 바꿔 말하면 내가 선택한 배우자를 구하고 책임지는 게 진짜 어른이라는 게 정신과에서의 건강한 답이다.

법륜스님의 “나 스스로 온전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러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것은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전제조건에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도 내가 결정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양육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자녀는 부모를 봉양할 의무는 없다. 그러니 부모가 자녀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생색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모성애는 임신 후 10개월간 몸에 변화를 느끼고 출산하는 과정을 겪기에 아이가 태어나고 생기는 후천적인 부성애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정상적인 산모 호르몬 변화에 따라 70%는 산후우울감을 겪는데 간혹 20%는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산후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고, 그 아이도 행복한 감정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시대변화에 맞는 양육 필요
양육은 양보다 질이다. 운동, 미술 등은 타고난 재능이 중요하듯 공부도 재능이다. 내가 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해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식의 한풀이는 그만해야 한다.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자식의 재능을 먼저 발견하고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메타버스(가상현실)와 챗GPT(적응형 인공지능)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를 자녀가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는 20~30년 전 부모 세대에서는 유추할 수 없다.

이젠 자녀에게 먼저 살아온 부모의 시대상을 알려줄 필요가 없어졌다.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서 자녀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분별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낫다.

지난 4월 챗GPT가 미국 변호사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이젠 AI가 작문하고 에세이를 쓰고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지능적으로 발전했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의 변호사 직업을 포함해 1400개의 직종이 없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엄마의 역할은 앞으로 어떤 세상에 살아갈지를 자녀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가정주부는 집에서 쉬는 사람이 아니다. 집안일도 분명한 가사노동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가사노동을 월 300만원(2012년 기준) 이상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 법적으로도 결혼 10년 후면 재산분할이 가능하다. 그러니 주부들이여, 당당해지자.

양재진 원장은...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MBN ‘속풀이 동치미’, SBS ‘불타는 청춘’ 등의 TV 방송과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등의 저서를 발간했으며, 현재 ‘양브로의 정신세계’ 유튜브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이자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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