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60

<천연 에어컨인 담쟁이를 심으면 실내온도가 2~3℃ 낮고 벽이 덜 망가진다.>

 

5월 중순 기온이 이미 30℃를 넘어섰다. 올해의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 이럴 때 나무의 천연 에어컨을 활용하면 어떨까? 한 여름, 아스팔트를 걷다보면 마치 방금 콜타르를 부어놓은 것처럼 열이 훅훅 올라온다. 너무 뜨거워 맨발로 걸을 수가 없지만, 같은 시각 잔디밭은 맨발로도 기분 좋을 만큼 서늘하다. 폭염이 내려 쪼이는 날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이나, 청주 버즘나무 가로수 길을 걸으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왜 그럴까?

이파리가 폭염에 대책 없이 버틴다면 타 죽어버린다. 그래서 이파리는 천연 에어컨을 돌려서 자신이 살아가기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한다. 식물 잎은 제 무게의 70~80%가 물이다. 이 물은 잎에 쏟아지는 태양열을 흡수한다. 잎의 숨구멍으로 물을 내보낼 때 태양열도 함께 빠져나간다. 그 순간 기체가 되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때문에 잎은 주변의 물체보다 언제나 시원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공기까지 시원하다.

10a 너비의 잔디밭에서 여름 일주일동안 25톤의 물이 이렇게 증산된다.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다 자란 단풍나무 한 그루에는 이파리가 10만 장쯤 달려 있는데, 무더운 여름날 한 시간에 무려 200ℓ(2ℓ짜리 생수 100병, 200㎏)의 물이 증산됐다고 한다. 한 여름날 수박 잎 온도는 주위 공기보다 7℃나 낮다. 또 담쟁이덩굴을 벽에 올리면 태양의 직사광선을 흡수하고 증산작용을 해서 여름철 실내온도를 2~3℃ 낮춘다. 햇빛이 강할수록 기온이 높아지고, 증산작용은 더욱 활발해져 온도가 더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말하자면 자동조절 에어컨인 셈이다. 어떤 사람은 담쟁이덩굴이 오히려 담을 빨리 망가뜨린다고 하지만 실험결과는 반대다. 잎이 산성비와 자외선을 흡수해 주고 온도의 격변을 막아 콘크리트 벽면을 잘 보호했다. 같은 덩굴식물이라도 등나무 그늘보다도 다래나무가 훨씬 시원한 것은 증산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래나무는 여름의 시원함과 함께 가을에는 맛있는 다래까지 선물해 준다. 집 주변에 천연 에어컨 활엽수를 심으면 여름나기가 훨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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