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김재수의 기승전農

갈등 없는 국가는 없다.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시스템을 혁신해야 

성공한 정부를 만든다.

대망의 2023년이 시작됐다. 토끼의 해다. 우리 농업인들도 토끼와 같이 슬기롭게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경제나 안보 위기를 잘 극복해 선진국으로 우뚝 서기를 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훌륭한 지도자이고, 둘째 선진적 국가시스템이다. 필리핀은 훌륭한 지도자를 갖지 못한 나라로 분류되고, 소련과 동독은 선진적 국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나라로 평가된다. 북한은 두 가지 다 실패한 경우로 본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체제를 선택한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식견과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걸출한 지도자 덕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다. 좋은 지도자와 선진 국가시스템 중 하나라도 차질이 오면 선진 강국이 되기 어렵다.  

경제와 안보 위기를 잘 극복하고 국가를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자로 이스라엘의 고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대통령을 든다. 이스라엘 초대수상 벤 구리온의 비서로 들어온 페레스 대통령은 70년을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 10번의 장관, 3번의 수상, 8년간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이스라엘 발전의 기초를 다졌다. 지금 이스라엘은 창업, 인터넷 보안, 데이터 저장, 인공지능, 제약 물질, 방어무기, 수자원 관리 면에서 세계 첨단이다. 

지난해 12월20일 서울대학교에서 ‘혁신 창업국가’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환영사에서 시몬 페레스 대통령의 ‘혁신 창업국가’ 정신을 강조했다. 기업을 혁신하듯이 국가도 ‘혁신 창업국가 대한민국’의 꿈을 키우자는 메시지는 감동적이었다. 

페레스 대통령의 농업관은 특별하다. ‘농업은 95%가 과학과 기술이고 5%가 노동’이라고 강조한다. 국토의 절반이 사막이며 연간 강수량이 400㎜ 정도인 역경 속에서 새로운 농법을 개발하고, 해수를 담수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육체를 움직이는 힘든 노동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과학과 기술이 농업이다. 페레스 대통령이 강조한 ‘혁신 창업국가’는 과학과 기술을 중점 강조하고 외교와 미래를 깊이 다룬다. 

1월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농림축산식품부 업무의 주요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다. 이를 위한 식량자급률 제고, 농업 생산성 향상 방안이 중점 추진된다. 둘째는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다. 이를 위해 스마트농업 확산, 미래 신산업 육성, 수출, ODA(공적개발원조) 확대가 중점 추진된다. 셋째는 든든한 농가경영안전망 구축이다. 농가 경영위기 극복 지원, 유통 선진화, 수급안정이 추진된다. 넷째는 농촌주민·도시민을 위한 새로운 농촌 조성과 동물복지 강화다. 이를 위해 농촌공간계획과 재생, 농촌사회서비스 강화, 동물복지 강화정책이 추진된다.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ODA 확대다. 그중에서 아프리카 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이른바 ‘한-아프리카 라이스벨트(Korea-Africa Rice Belt)’ 사업이 눈에 띈다. 세네갈, 카메룬, 우간다 등 아프리카 대륙 횡단 거점국가에 다수성 벼 품종을 공급해 쌀 생산 증대를 기하는 사업이다. 종자보급부터, 기술지도, 교육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 추진에 오랜 시간과 많은 재원이 소요될 것이나, 당장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꾸준히 개선·보완해야 한다. 쌀 생산 증대사업은 우리나라가 성공스토리를 갖고 있고, 농촌진흥청이 탁월한 경쟁력을 가진다. 농촌진흥청이 2019년 시작한 ‘코피아(KOPIA)’ 사업이 이제는 세계 24국에 설치됐고, 대륙간 농업협의체로, 또 ODA사업으로 발전했다. 글로벌 협력사업은 우리 국격을 높이고 세계 속의 위상을 높인다. 

페레스 대통령의 성공 요인도 글로벌 흐름을 알고 대처한 것이다. 사방이 적대 세력으로 둘러싸여 늘 전쟁 위협에 처해 있었으나 세계를 보는 눈을 길러 줄타기 외교를 했다. 그러나 힘의 중심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안착’에 두고 안보를 든든히 하며, 창의와 혁신이 꽃피는 나라로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성공요인으로 국가시스템 혁신을 든다. 혁신의 바탕은 융복합이다. 융복합 성공사례로 세계 최고라는 ‘탈피오트’ 프로그램이 있다. 국방부, 경제부, 과학부, 산업부가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완성한 특수 군대양성 프로그램이다. 군대의 정보기술과 방산 기술을 활용해 만든 ‘군·산·학’ 연계 모델은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성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사이버 탈피오트’나 ‘사이버 예비군’을 만들겠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으나 잘하는 일이다. 서울 상공을 헤집고 다닌 북한의 무인항공기를 보면 허탈하다. 갈등이 없는 국가는 없다.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시스템을 혁신해 성공한 정부를 이끌었던 페레스 대통령 지도력이 생각난다.

<김재수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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