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달순 기획조정과장

아이들이 농업미래 이끌고 
농촌을 책임질 수 있도록 
농업의 가치를 교육하고 
더 나은 농업·농촌 만드는 게 
어른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달순 기획조정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최달순 기획조정과장

오래전, ‘쌀나무’가 한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시골풍경을 그리라고 했더니 커다란 나무에서 쌀이 주렁주렁 열리는 그림이 여럿 나왔단다. 이후 체험학습, 현장학습이 활성화되면서 쌀나무를 그리는 아이들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쌀이 어디서 나와요?”라고 물으면 꽤 많은 아이가 “OO마트요!”라고 답을 한다고 하니 “아이고, 얘들아” 하고 웃어넘길 일만은 아닌 듯하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은 배울 것이 참 많다. 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과학처럼 수많은 과목 사이에 ‘농업’은 없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가장 먼저 시작한 산업이자 약 1만 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산업이며,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의식주 중 ‘식’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많은 아이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산다. 농업은 체험학습, 현장학습으로 조금 맛볼 뿐이다. 아이들이 쌀의 기원을 ‘쌀나무’, ‘OO마트’라고 대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농업은 다른 과목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우선은 음식의 소중함을 절로 깨닫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농업을 배우며 음식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 알 수 있다.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건강한 식습관의 바탕이 된다. 쌀 한 톨, 콩 한 알까지도 뚝딱 생기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손길, 자연과 시간의 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면 음식 투정도, 편식도, 음식을 남기거나 버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둘째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농업은 환경부터 4차산업혁명 기술까지 아우르는 거대산업이다. 농업을 배움으로써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부터 식량안보, 자원주권, 빈곤과 기아 퇴치, 동물복지 같은 글로벌 이슈,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셋째, 진로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농사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부터 치유농업플래너까지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농업교육은 아이들에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기회가, 우리 농업에는 인재 발굴의 계기가 될 것이다.

얼마 전 농업기술박람회가 열렸다. 초보농업인, 산업체 관계자를 비롯해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이 모였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들 방문객이 가장 반가웠다. 체험을 통해 농업을 몸으로 느끼고 놀이로 즐기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쌀이 어디서 나올까요?” 하는 질문에 ‘쌀나무’와 ‘OO마트’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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