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허정욱 연구사

아쿠아포닉스 농법 안착 위해
관련 연구와 제도 뒷받침 필요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허정욱 연구사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허정욱 연구사

얼마 전 전남의 한 마을에 아쿠아포닉스 온실이 문을 연다고 해서 다녀왔다. 향어, 잉어, 동자개를 양식하면서 바삭한 유럽형 상추와 짠맛이 나는 아이스플랜트, 향이 좋은 바질 등 4~5종의 작물을 키우고 있었다. 10년 전부터 농장주가 관심을 갖고 사비를 들여 아쿠아포닉스를 시작한 것이 지금은 2개소의 농장으로 커진 것이다.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로, 물고기를 키우며 작물을 동시에 재배하는 농법이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배설물이 분해되며 생기는 질소 성분을 작물에 양분으로 공급한다. 일반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때 화학비료를 사용하지만 아쿠아포닉스 농법에서는 물고기 생장 때문에 화학비료뿐만 아니라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유기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일부 잎채소와 허브류 수확량을 비교해 보면 같은 환경조건에서 기존 수경재배보다 작물 종류에 따라 최대 73%까지 수확량이 늘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쿠아포닉스는 기존의 물고기 양식이나 작물 재배보다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물고기 배설물만으로는 작물 생장을 극대화하기 어려워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이다.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 환경 조건이 달라 두 기술 모두를 습득해야 하기에 농업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아쿠아포닉스 농법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벨기에,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투자비 절감형 아쿠아포닉스 시설 구축, 6차 산업화 추진과 어종별 작물생육 데이터 수집 등 아쿠아포닉스 상용화를 위한 여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시설자재, 설비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12톤 수조에 재배조 100평 규모로 양식장과 수경재배 시설을 모두 갖추려면 토지 구매 비용을 제외하고도 약 2억8천만 원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이렇게 초기 비용이 큰 데도 일반 농가에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추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소비패턴의 변화로 고품질 친환경 유기농산물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친환경농법의 대안으로 아쿠아포닉스에 주목해 지난해부터 산업체와 협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양식어종별 농업용수와 작물의 생장 특성을 모니터링해 농업용수의 화학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물고기와 재배작물 생장 촉진을 위한 사료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얻어지는 연구 결과들을 농가 현장에 접목해 우리나라 맞춤형 아쿠아포닉스 농업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아쿠아포닉스 농법이 우리나라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인허가 문제는 물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아쿠아포닉스 작물에 관한 인증 등 국내 아쿠아포닉스 농법 상용화를 위한 준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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