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57

<뱀밥(사진 왼쪽)이라는 생식줄기에서 홀씨가 만들어지고 나면, 영양줄기가 나와서 번식한다.>

 

요즘 들에는 쇠뜨기가 한창 돋아나오고 있다. 몇 년 전에 만병통치라고 오해를 사서 졸경을 치렀던 식물이다. 미국에서는 말꼬리처럼 생겼다 해서 ‘말꼬리(hoarse tail)’, 우리나라에서는 소가 잘 뜯어 먹는다 해서 ‘쇠뜨기’라고 부른다. 이 식물은 3억 년 이전 석탄기부터 있었는데, 그 때는 나무처럼 큰 것도 있었다고 한다. 나무 모양의 쇠뜨기는 석탄기 말기쯤 기후가 변화하자 멸종됐고, 풀모양인 오늘날의 쇠뜨기만 그대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쇠뜨기는 잘 커야 40㎝지만, 칠레의 물가에서 자라는 것은 사람 키보다 크다.

쇠뜨기가 3억 년 이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뿌리를 깊게 박고 살면서 뿌리 마디마디가 다 개체가 된다는 점이다. 서해안에 사는 어떤 사람이 쇠뜨기 뿌리가 얼마나 깊이 박혔나 파보았더니 황해를 건너서 산동성까지 이어졌더라고 한다. 물론 허풍이지만, 깊게 뻗은 것은 3m 깊이까지도 내려간다. 농부인 어떤 아버지가 임종에 다달아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아들아, 콩밭 쇠뜨기 뿌리 끝에 보물을 숨겨 놓았으니 꺼내 쓰거라.”
아들은 콩을 거두고 나자 즉시 쇠뜨기의 뿌리 끝까지 파고 들어가 보았지만 보물은 없었다. 허지만 이듬해 콩은 전 해보다 3배나 많이 열렸다. 그제야 아들은 깊이갈이(深耕)를 해야 풍작을 얻을 수 있다는 아버지의 교훈을 깨달았다.

쇠뜨기가 3억 년을 버티고 살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겸한다는 점이다. 땅속줄기가 뻗으면서 새로운 새끼(영양줄기)들을 땅위로 밀어내면서 무성생식을 한다. 그리고 4월에 뱀의 대가리처럼 생긴 ‘뱀밥’이라는 생식줄기를 만든다. 여기서 정자와 난자가 생겨 유성생식으로 홀씨가 만들어진다. 다양한 유전자를 지닌 홀씨에서 나온 쇠뜨기는 어떤 역경에도 살 수 있다. 또 생육조건이 나쁘면 몇 십 년이고 홀씨로 살아 있다. 쇠뜨기는 이런 번식작전으로 3억 년을 버티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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