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폭우피해 현장 - 충남 당진

단시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촌을 파헤치고 갔다. 농촌을 향하는 길부터, 농작물 피해까지. 주민들은 밭둑이 무녀지고 농산물이 떠내려가도 밭에 작물이 심겨있어 손을 쓸 도리가 없다. 

▲ 지난달 30일 밤길을 운전하던 김도희씨 시선에서 본 서해대교. 사물 분간이 어렵다.

갓길 없는 서해대교…집중호우에 통제불능
밭둑 무너지고 논 덮쳐 농촌 ‘아수라장’

서해안고속도로 악몽
호우특보가 발효됐던 충남에 밤사이 많은 비가 내렸다. 도청 자연재난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밤사이 누적 강수량은 당진 210mm, 서산 203mm 순이다. 보령·아산·태안·예산에도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시각 밤11시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배홍섭·김도희 부부는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약용식물전문가과정을 지도하고, 당진으로 귀가하던 중이었다. 운전대는 김도희씨가 잡았고, 차는 양옆으로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켰다.

전남 무안과 서울 금천을 연결하는 서해안고속도로는 총 336km로 국내에서 3번째로 긴 노선이다. 교통량은 서울~당진 구간이 가장 많다.

부부는 당진에서 약초학교·정원학교를 운영하면서 전국의 학교와 기관에 출강하고 있어 ‘길에서 산다’고 김도희씨는 표현했다.

김도희씨는 “한동안 흐리기만 하고 습하다가 하필이면 비가 쏟아질 때 다리에 있었으니까 정말 무서웠다”면서 “어마어마하게 내리는 빗줄기에 앞을 분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자동차 와이퍼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차선도, 바다쪽 난간도 흐릿했다고 한다. 6차선 서해대교는 갓길이 없어 위급상황에도 정차하지 못하고, 서행하는 방법뿐이었다. 자정 넘어 차량은 적었지만 이를 틈타 대형트럭과 화물차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고 김 씨는 회상했다.

“뒤에서 집채만한 화물차가 따라 붙으니까 공포 그 자체였어요. 추돌되면 바다로 빠져 버릴텐데. 뒤차가 왼쪽에서 오면 오른쪽 차선으로 피하고, 오른쪽에서 오면 왼쪽 차선으로 바꾸면서 줄타기를 했어요.”

송악IC 출구를 500m 앞두고 발견한 검은색 차량을 뒤따라 나온 시간이 새벽4시라고 했다. 밤10시에 출발해 장장 6시간이 지나 있었다.

“다른 것보다 차의 시동이 꺼질까봐 조마조마했죠. 다음으로는 온 도로에 물폭탄이 떨어졌는데, 재해에도 도로통제를 하지 않고, 아무도 신고를 안 해서 경찰도 119도 모른다는 사실이 화났어요.”

국도에서도 곳곳에 형성된 물웅덩이로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물이 차서 못가고 있으니 가는 방향을 알려달라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제서야 차량을 막고 돌려보내면서 간신히 집에 왔어요.”

김도희씨는 매년 되풀이 되는 재해를 예방해야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다면서, 체계적인 재해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호우피해를 입어 흉물스럽게 파헤쳐진 농지.

밭둑 무너지고 논두렁 터져
농촌은 농작물 피해를 입어 속수무책이었다. 이명옥(송악읍생활개선회장)씨는 생강을 심은 밭둑이 무너져 재해를 입었다.

“비가 와서 바빠요.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놨어요.”

▲ 무너진 밭둑에는 생강이 심겨 있다.

지속 퍼붓는 비에 밭둑은 무너져 논으로 들어가고, 또 논두렁이 물에 잠기고, 터져서 밭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송악읍만 해도 주민들이 비 피해 많아요. 여기저기 둑도 터지고, 그나마 있던 생강밭이 홀라당 날아갔어요.”

피해복구도 작물이 심겨져 있어서 빨리 못한다고 이명옥씨는 말했다.

“논두렁은 농기계가 들어가야 되는데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물 빠지면 작물에 병이 오니까 방제를 해야 하는데. 새벽 내내 잠 한 숨을 못 잤어요.”

피해 입은 농지 복구는 이 같은 속사정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곧이어 차주에는 3호 태풍 '차바'로 인해 전국에 또 한 차례 물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예보했다.
긴급복구는 커녕 파헤쳐진 농지가 흉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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