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 행복한 치유농장 만들기②

"치유농장의 중요한 첫걸음은
기분 좋은 농장을 만드는 것...
농가의 체력․정신적 내공도 필수"

▲ 김유정 농촌진흥청 치유농업 민간전문가, 이학박사․농화학기술사

농작업은 곧 노동이며, 이 노동은 몸을 피곤하게 하지만 정신치유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작업을 정신치료의 도구로 써왔고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1789년 미국의 벤자민 러쉬 교수는 “흙을 만지는 것이 정신질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후 정신병원에서는 환자치료 목적으로 유리온실을 만들기도 하고, 죄수나 장애인, 고령자들이 수용된 시설에 농작업 시설을 만들어 그 효과를 검증하면서 원예치료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렇듯 농작업은 개인의 웰빙이 될 수도 있는데, 함께 했을 때는 사회적 웰빙이 될 수 있다. 혼자하면 아주 고된 일도 함께 하면 서로 도와가며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작업자체가 소통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공동체 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같이 고생해 얻은 수확물을 나눠먹고 즐기는 일도 가능하게 한다.

함께 일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농작업에 참여한 사람의 자기효능감이나 자아존중감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가 좋아지면 치유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두레라는 공동체가 이런 역할을 해왔다. 작물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있는 농부가 재배지식을 설명하며 배움의 성취를 느끼게 할 수 있고, 돌봄이 필요한 특수계층의 경우, 전문가 개입으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작업을 매개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하는 농장에서는 낮은 난이도의 재배기술이 요하는 작물을 선택해 작업 중 안전을 보장하고 노동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사계절 작업 시간대를 고려해야 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생산물 중 일부를 판매할 수 있는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도 좋다.

유럽의 치유농장을 보면, 동반자(노인, 치매환자)들이 함께 농장에서 편안하게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즐거운 축제,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있는 농장도 있다. 자원봉사자, 전문가, 농민, 치유농업 참여자가 함께 만들어낸 또 하나의 치유공간이 되는 것이다.
치유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분 좋은 농장을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농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교육도 하고 체험도 하며 기분 좋고, 위로가 되는 농장을 만들면 누구든 다시 가고 싶게 될 것이다.
농장은 삶의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이다. 씨앗에서 싹이 나서 열매를 맺고, 그 과정을 거둬들이는 생명의 순환이 있고, 사계절 자연의 순리가 생로병사의 인간사처럼 녹아있다. 농장의 식물이 주는 친밀감과 놀라움 자체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기분 좋은 농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시각적으로 환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고, 개성 있게 가꿔야 한다. 농장에 불쾌한 냄새가 없는지 점검하고, 인위적이더라도 물소리나 새소리가 들리게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소품에 농장 특유의 향을 입혀 농장의 느낌을 각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프로그램이 좀 더 설득력 있을 것이고 치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농장주의 살갑고 넉넉한 마음은 경직되고 딱딱한 현대인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과 노력이 필요한지 모른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농가의 체력과 정신적 내공 또한 치유농장을 꾸리는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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