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기고 - 행복한 치유농장 만들기①

"농사일은 단순 반복작업이고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정신적 상처를 보듬는다"

▲ 김유정 농촌진흥청 치유농업 민간전문가, 이학박사․농화학기술사

최근 들어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치유농업은 농업과 복지를 융합해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는 치유농업을 통해 농업을 사회서비스로 활용하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치유농업으로 인간이 얻으려는 것은 자연에서 원래의 균형 잡힌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치유효과다. 농촌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연친화적인 환경, 친환경농산물, 돌봄 등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특히 치유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장에서는 돌봄 대상자를 위한 공간과 시설,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지만 먼저 농사와 농작업의 가치, 활용에 대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농작업은 몰입하게 만든다. 일본의 마츠다 기이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지도, 일하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농작물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을 잊고 상대에 본위가 됐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망아(忘我)의 경지에서 작물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농사일은 대부분 단순 반복작업이다. 야외활동과 함께 농작업에 몰입하게 되면 그 자체로 정신치료가 될 수 있다. 농장이 놀이공간이 되는 순간,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놀이가 될 수 있도록 농작업 시간대, 작업환경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조성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농작업은 움직임이다. 활동하고 움직임으로써 사람의 뇌는 더 많은 포도당과 산소를 공급받게 되며, 뇌의 많은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작용들이 통합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결국 활동하는 정신회로만이 살아남게 된다. 인간이 건강하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몸과 정신이 동시에 건강해야만 하고, 움직이는 인간만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한 움직임을 통한 활동은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 적절한 움직임과 농작업은 관절 가동범위의 증대와 근력 증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작업을 통해 마음을 챙길 수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전쟁 후 정신적 상처를 보호하는 시설 속에 원예치료정원을 함께 뒀다.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원예치료효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실행돼 왔고 그 효과도 규명됐다.

동양에서도 2500년 전 장자의 책에서 농사일로 마음 다스리기를 한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농부가 채소에 물을 주기 위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공자의 제자가 두레박을 사용하면 효율이 몇 배나 좋아질 것이라 충고를 했다. 그러자 농부는 기심(機心)이 생기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진 마음을 잃게 되고, 채소의 마음을 알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농부는 기계를 쓰지 않은 대신 순수한 마음과 자연과의 일체감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치유농업은 배를 불리는 농업에서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농업으로의 새로운 접근이다. 거기에는 농업이 기반이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몸을 쓰고 땀을 흘리는 과정이 기계화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홀대받아오지 않았을까? 농작업은 힘들기도 하지만 대신 몰입과 육체적 건강, 마음 챙기기를 선물로 받게 된다. 따라서 적절한 농작업은 훌륭한 치유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힐링의 도구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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