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유정미 파주시연합회장

▲ 유정미 회장은 민통선에서 양봉을 하며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달달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발 피해 민통선에서 양봉으로 새로운 인생의 장
코로나로 위축된 2020년 뒤로 하고 재도약 2021년 위해

남북분단의 비극으로 생겨난 민간인 통제구역은 역설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을 뽐내는 보고(寶庫)다. 농지와 산지가 부동산 투기와 개발의 온상으로 더럽혀지는 세태에서 오로지 농작물과 먹거리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민간인 통제구역, 즉 민통선이다. 유정미 회장도 그곳에서 자연 그대로의 양봉을 하며 달달한 제2의 인생을 일궈가고 있다.

양봉은 나의 운명
유 회장이 양봉을 시작하게 된 건 4년 전이다.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하며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다.

“사람을 만나는 게 일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때 농업기술센터에서 6차산업 교육 중에 양봉과정이 있었는데 너무 끌리더라구요. 마치 운명 같았어요.”

친구와 함께 양봉장을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를 느끼던 중,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맞닥뜨렸다. 파주 곳곳에 개발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양봉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민통선으로 벌을 키워보자고 발상을 전환했다. 작년 11월 민통선 안으로 벌통을 옮기며 지난 몇 개월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는 유 회장.

이런저런 이유로 다양한 밀원수를 심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민통선에서는 유정미 회장이 원하는 나무들을 얼마든지 심을 수 있었다. 지금 있는 양봉장 주변에도 원체 밀원수가 될만한 나무가 크고 있었지만 한방적으로 기능성을 가진 꿀을 채취하기 위해 엉겅퀴를 대량으로 식재했다.

엉겅퀴는 간기능개선에 탁월하고,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에다 강장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엉겅퀴꿀이란 희소한 꿀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민통선이란 공간이 주는 혜택 덕분이었다. 벌이 꿀을 따려면 물도 충분해야 하는데 양봉장 바로 옆엔 임진강이 흐르고 있다. 양봉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민통선으로 옮긴 이후 위기는 기회가 되며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생활개선회, 재도약하자!
파주시연합회는 특화된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농업인 단체로서의 존재감을 대내외에 알려왔다. 제과제빵 재능을 활용해 재료 준비부터, 반죽, 포장까지 도맡으며 쌀빵을 만들어 장애우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이 일반적이지만 직접 배운 재능으로, 쌀소비촉진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활동으로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을 손길을 뻗었다.

그리고 2014년부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매월 둘째 주 일요일마다 직접 싼 김밥과 먹거리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봉사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생활에 적응한 그들에게 담근 김치를 주기도 했다는 파주시연합회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그들에게 엄마처럼 마음 편히 한끼라도 대접하고픈 마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파주병원이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 봉사는 중단됐다. 여러모로 생활개선회 활동이 크게 위축된 2020년이었다. 신임회장인 유 회장은 그래서 2021년을 재도약의 해로 만들고픈 마음뿐이다.

“13개 읍면동은 올해 우선 저탄소 생활화 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어요. 작은 실천이 쌓이고 쌓여 큰 변화로 보답하는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지역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 일치단결된 힘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5월부터 시민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문객들의 안내들 도우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힘을 보태며 다시 도약하는 생활개선회로 만들겠다는 게 유정미 회장의 올해 포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