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인이 알아두면 좋은 법률상식

▲ 문경웅 변호사

문경웅(농협중앙회준법지원부 변호사)

<문>농업인 A씨는 2020년 2월경, 자신이 재배한 농작물을 수확한 후 선별 작업해 가공업자 B에게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A씨는 농작물을 수확해 선별 작업장에서 출하 작업 중 투입된 작업 인원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작업장 전체가 폐쇄됐고, 작업중 이던 농작물도 모두 폐기돼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결국 A씨는 B와 계약한 사항을 이행하지 못했고 B는 A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합니다. 이 경우 A씨는 불가항력을 이유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요?

<답>일반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이란 천재지변, 전쟁 등과 같이 당사자의 귀책사유 없이 예견할 수 없었던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서 발생한 작용 또는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 조항을 두었다면 위와 같은 불가항력의 발생 사실만으로 면책이 되지만, 계약서에 위와 같은 면책 조항을 두지 않은 경우에도 면책이 가능한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IMF 사태로 인한 자재 수급의 차질이 발생한 경우나 태풍의 진로가 당초 예보와 달리 지나가 선박이 태풍에 표류하다 다른 선박을 충돌시켜 침몰시킨 경우에는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에 1998년 8월 의정부 지역의 폭우에 따른 중랑천 범람은 불가항력적 재해로 보아 제방 관리청인 서울시의 면책을 인정했고, 북한에서 무연탄을 수입하던 회사가 북한의 무연탄 금수 조치를 불가항력으로 보아 면책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되나, 이 사안의 경우에는 계약체결 당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감염병 예방법에 따른 작업장 폐쇄조치 후 계약 이행을 위한 선별 작업 등은 현행법 위반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므로 농업인 A씨의 계약 불이행은 당사자의 귀책 사유 없는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민법 제390조 후문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때”로 인정될 여지가 높습니다. 따라서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불가항력으로 인한 계약 불이행 사유로 주장하여 면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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