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 농촌 성평등의 첫걸음, 가족경영협약:우리 이렇게 약속했어요-충남 청양 조동준‧명제숙‧조경우‧박금용 가족

▲ 충남 청양 ‘초야농원’ 조동준‧명제숙 부부와 조경우‧박금용 부부는 대를 이어 농사지으며 가족 간의 화합을 다지고 있다.

배에 따른 갈등, 교육 통해 ‘한마음’

SNS 강점 살려 전국으로 직거래 확대

"승계농 대상 가족경영협약도 필요"

온가족 함께 수확하는 농산물

충남 청양 16만5290㎡(5만 평)에서 복합영농이 이뤄지는 초야농원. 농장은 2대가 한마음으로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한다.

“쌀과 콩 등 전통작목 외에도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4월 되면 고사리를 심어서 날마다 수확하고, 6월에는 오디를 한 달간 날마다 따면서 1년에 2000kg 이상을 따죠. 블루베리도 이맘 때 같이 수확하고, 또 고추를 수확하고, 왕대추를 수확하고 구기자를 땁니다. 때에 맞춰 온 가족이 농산물 수확에 동참하고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힘들여 재배한 농산물을 온가족이 수확하면 어머니는 선별, 가공을, 며느리는 판매를 담당해 체계적으로 일을 분담하고 있다.

아버지인 조동준 대표는 어려서부터 농사를 배웠다. 결혼 전부터 농사지었고 지금의 명제숙 대표를 만나 결혼했다. 두 부부의 아들 조경우씨는 아버지의 농사를 이어가고자 소싯적부터 농촌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만류했죠. 매해 반복되는 농사가 고된 일인 걸 익히 아니까요. 하지만 아들이 농업을 이어준다고 말해 고마웠어요.”

가족경영 교육 통해 부자사이 회복

가족이 한마음으로 재배‧수확한 농산물의 수익은 농산물에 따라 나뉜다. 고추농사는 어머니 명제숙 대표의 통장에 들어가고, 오디, 대추, 축산업 등은 아들 부부에게로 간다.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다보니 세대차이를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내 의지로만 농사를 지었는데, 젊은 아들과 같이 농사를 지으려니 갈등이 생겼어요. 우연한 기회에 며느리가 신청한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짧고 잘못됐다고 깨닫게 됐습니다.”

조동준 대표는 가족경영협약 때 찍은 부부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잘 보이는 거실에 뒀다.

“그동안은 아들 입장은 생각하지 못하고 내 의지대로만 농사를 지었는데, 가족경영협약에서 선생님들 말씀을 듣고 보니 젊은 아들을 배려해 농사지어야 가족의 불화가 안 생긴다고 깨닫게 됐습니다. 교육을 듣고 집에 돌아와서 마음을 비우고 아들이 하는 일을 존중했더니 확실히 일도 잘 되고, 아들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 조경우‧박금용 부부는 가족경영협약이 가족 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고 했다.

농촌의 성평등의식 걸음마 수준

명제숙 대표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농촌은 축적된 가치관과 인식이 있어요. 옛날부터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인식이 쌓였기 때문에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텔레비전에서 아빠들이 육아하는 프로그램이 있어도 농촌에서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세상이 바뀌어가도 농촌은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 같아요.”

명 대표는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들으면서 성평등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성평등 의식에 대해 생각으로는 하지만, 농촌이 성평등 사회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습관처럼 농촌여성들은 내가 옳아도 남편이 옳다고 생각하면 참아야 할 때가 많아요. 시간이 한참 지나서 내가 옳은 것을 남편이 알게 돼죠. 항상 한쪽이 참고 맞춰줘야 집안이 조용합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비춰 봤을 때 농촌에서의 성평등 의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알려줬다.

조동준 대표는 경제권을 아내 명제숙 대표가 쥐고 있다고 두둔했다.

“통장관리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나는 농사를 열심히 짓고 금전적인 수익은 모두 아내 통장으로 들어가죠.”

재배일지 기록하는 SNS서 수익창출

고추를 제외한 대다수의 농작물은 아들 조경우씨 내외가 판로를 넓히고 있다. 그의 아내 박금용씨는 블로그를 통해 농사짓는 사진을 찍고, 재배되는 과정을 기록하며 농산물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소통하고 있다.

“블로그를 보고 단골손님이 많이 늘어났어요. 한 가지를 주문한 고객이 다른 농산물은 어떤 게 있는지 물어보며 한 농장에서 나는 농산물을 두루 소비해주니 농업인으로서 자부심이 생겨요.”

박금용씨는 수확철이 오면 먼저 단골고객에게 500~700개씩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시간 간격을 두고 블로그에 2차적으로 판매 글을 올리며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고추는 어머님, 아버님이 전담하고 계시지만 청양하면 ‘고추’가 유명해서 찾는 고객들이 있어요. 인터넷에 고추를 판매한다고 올리면 문의가 너무 많이 와서 조심스러워요. 풍작일 때는 좋지만, 흉작일 때는 물량을 맞출 수 없으니 시도하지 않았어요.”

판매에 있어서만큼은 가족 간에 지켜야 할 법칙이 분명했다. SNS를 통해 농산물을 올리면 불특정다수에게 문의를 받기 때문에 풍년이 아닐 때는 주문전화가 부담스러울 터. 조동준‧명제숙 부부는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고추를 소비하고 있다. 10년 전 농활로 맺은 인연이 아직까지 이어지면서 단골고객의 주변사람에게만 정성껏 재배한 고추를 판매한다고 알려줬다.

박금용씨는 고품질 농산물 재배도 중요하지만, 고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어려워 하는 SNS 소통을 확대해서 단골을 늘려가고 싶습니다. 이번에 어머님과 아버님이 가족경영협약에 대한 교육을 듣고 오시더니 제가 하는 SNS판매를 더욱 믿고 맡겨주셔서 앞으로도 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소비 촉진에 힘쓰고 싶어요.”

조경우‧박금용 부부는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가족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됐다고 했다. 명제숙 대표는 협약서를 쓰면서 농촌의 양성평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다. 한 번도 충남 청양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는 명제숙 대표와 조동준 대표는 가족경영교육을 함께 들으며 최근 변화하는 인식을 배우고, 부부 간의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미니인터뷰 - 조경우‧박금용 부부

"가족경영협약에 많은 농업인 관심 갖길"

▲ 초야농원 조경우‧박금용 부부는 축산, 오디, 대추 등의 가공과 SNS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 부모님과 함께 들은 가족경영협약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희 부부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진 것 같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대를 이어 가족이 농업을 하면서 기업에서 작성되는 근로계약서처럼 가족경영협약이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의구심도 많았어요.

협약이 잘 성사되면 상관없지만, 아들이 아버지에게 요구 할 때 협약서를 증거로 내밀면 가족 간에 금이 갈까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요. 부부 간의 협약서는 성평등 농촌사회로의 밑거름이 되지만, 저희 농장처럼 대를 이어 농업을 잇는 승계농에 맞는 부자 간의 가족경영은 아직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가족관계에서 경제권이 얽힌 문제이니 만큼 이러한 부분을 살피고 협약서가 현장의 애로를 적극 살펴 가족경영협약에 많은 농업인들이 관심 갖고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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