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69)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 파티…/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이제는 더이상 슬픔이여 안녕…’
요즘 대학축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연자(60)의 노래 <아모르 파티(amor fati)>의 노랫말 일부분 이다. 트로트지만 메탈 록 같은 비트풍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리듬이 입혀진 중독성 강한 경쾌한 리듬, 그리고 갈곳 몰라 헤매이는 젊은 영혼들을 다독이듯하는 긍정의 노랫말이 단숨에 젊은 청춘세대들을 사로잡았다. 이 노래의 히트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는 가수 김연자는 이 노래 덕에 환갑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된 건 5년 전인 2013년. 발표 당시엔 빛을 못 보다가 2017년 SNS를 통해 단숨에 음원사이트를 휩쓸며 1위로 급부상해 김연자의 진가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노래제목인 ‘아모르 파티’는, 숙명적인·운명적인 사랑(Love of fate)을 말한다. 곧 “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다분히 철학적인 운명관이 주제로 노랫말 바탕에 깔려 있다. 별로 좋을 것 없는 세상을 희망도 없이 쓸쓸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 노래는 무한 긍정의 카타르시스다. “니 맘이 바로 내 맘이야~” 하듯 얘기하는 그런 노랫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흠뻑 빠져든다. “그래, 맞다, 맞아!” 하면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 /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 /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 / 아모르 파티’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란 말은 바로 지금 대다수 젊은 세대들의 맘 그대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가운데 ‘결혼은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016년의 51.9%에서 48.1%로 떨어졌다.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들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6.4%로 ‘동거’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상당히 긍정적으로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조적으로 이렇게 노래한다.
‘산다는 게 다 그런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말해 뭣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펐던 행복이여…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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