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여성이 안전해야

▲ 유해한 작업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은 산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많다. 사진은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 건강검진 모습.

⓺가장 많은 농작업 질환, 근골격계 질환

작업 특성상 따른 근골격계 질환자 많아…특수검진 필요
문재인 대통령, 여성농업인 건강검진 지원 공약으로 발표
농식품부, 여성농업인 특화 건강검진 2021년 도입 예정

안전보건공단의 농업의 업무상 질병자 통계에 의하면 근골격계 질환이 64%, 뇌심혈관계 질환 17%, 세균과 바이러스가 13%로 조사됐다. 근골격계는 목,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허리, 다리 등 관절 부위다. 근육과 신경, 혈관 등에 손상이 생겨 통증과 감각 이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은 농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노동집약적이면서 농번기와 수확기에 집중되는 작업량, 심해지는 고령화,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작업량 증가, 표준화되지 않은 작업, 제한적인 의료시설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소방관·경찰관은 근골격계 특수검진 받고 있어
경기도 화성에서 하우스 포도농사를 짓는 A씨(여)는 올해로 66세다. 111년만의 폭염도 견뎌냈지만 8월 중순 포도 수확을 하고난 후 큰 탈이 나고 말았다. 포도를 따려고 허리를 비틀고 목을 젖히는 건 물론이고 손목도 꺾었다 젖혔다 했고, 선별과정에서 포도꼭지를 자르고 포장을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사지가 안 쑤신 곳이 없었다.

경북 상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B씨(여)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일꾼이다. 남자들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경운기는 물론 콤바인으로 수확을 거뜬히 해낸다. 풀이 무성히 자란 곳은 예초기로 제초작업을 한다. 하지만 기계를 작동하면서 반복적인 진동으로 결국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여성농업인 A씨와 B씨 모두 농업의 작업환경에서 오는 요인으로 질환을 겪게 된 사례다. 우리나라 국민은 생애주기별로 건강검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보통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하지만 유해한 작업환경 요소가 많고,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으므로 기본적인 건강검진 이외에 특수검진이 필요하다는 현장 요구가 많다. 더군다나 농촌의 부족한 의료시설은 이런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제정돼 있다. 소방공무원은 소방공무원복지법에, 경찰공무원은 경찰복지법에 특수 건강검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소음, 분진, 유기화합물, 중금속, 가스상 물질, 이상기온과 진동, 근골격계, 교대근무와 암 발생 위험, 정신 건강 등 유해인자로 나눠 특화된 검사를 받는다. 경찰공무원도 같은 항목별 검사를 받고 주기는 1년 또는 5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치료보다 예방이 효과적인 근골격계 질환
그렇다면 여성농업인은 어떨까?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작업적 요인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올해로 6년차를 맞고 있는 강원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센터장 백소라, 이하 센터)는 농업인의 직업성 허리질환 연구와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는 만성질환군, 재활치료군, 지속관리군, 중증의뢰군 등으로 나눠 관리해왔다. 만성질환군은 보건진료소와 공동으로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를, 지속관리군은 통증이 없거나 관리 후 경과가 호전된 사람들로 필요한 경우에만 근력측정과 통증평가를 실시했다. 재활치료군은 화상진료와 모니터링을 월 2회 실시했고, 중증의뢰군은 센터에서 치료했다.

센터에서는 10회차의 종합관리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운동프로그램이다. 6동작의 맥켄지 신전운동(신체를 늘여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 8동작의 허리근력강화 운동, 5동작의 키넥트 기반 재활기초 운동으로 구성돼 있어, 처음 해본 사람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한다.

운동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수행한 대상자들의 종합관리사업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평균 연령 67.7세의 대상자들이 농한기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허리통증으로 인한 일상생활 방해지수가 42% 감소했고, 허리근력은 25% 증가, 통증처치 건수는 38% 감소했다. 평균 연령 56.9세의 대상자들이 농번기에 실시한 조사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 특히 통증처치 건수는 무려 58%나 감소했다.

센터 신미석 운영지원팀장은 “올해 강원도농업기술원과 센터, 그리고 한국생활개선강원도연합회와 함께 농작업안전보건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성농업인 특화 진료서비스와 예방서비스를 확대·보급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5개 마을을 선정해 찾아가는 안전보건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간 센터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업인들의 작업 능력치를 평가하는 ‘농작업 능력 평가’도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안 실익 있을까?
농업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인 복지를 책임지는 공약을 발표했었다. 그 중 민간보험 형태인 ‘농어업인 안전보험’을 공적사회보험인 ‘농어민 산업재해보호법’으로 개정해 농업인들의 안전사고 예방과 실질적인 산업재해 보상을 약속했다. 또한 여성 농업인들의 건강검진 항목과 지원 확대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농식품부가 2021년 여성농업인 특화 건강검진 실시를 목표로 현재 정책입안 중이라고 밝혀져 있다.

정치권도 이에 대한 현장요구가 많다보니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선제적이고 특화된 건강관리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주기적인 맞춤형 무상 건강검진 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의원은 “지속가능한 농어업을 위해서 농어민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여성농어업인을 위한 정책 실현이 필요하고 무료 건강검진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며 발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개정안은 선언전 의미에 그쳐, 구체적 실행계획은 빠져 있어 사실상 법안이 통과돼도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전국 5곳에 설치된 농업안전보건센터를 여성농업인 건강검진을 담당할 기관으로 위탁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5곳 센터는 각기 다른 주제의 연구와 예방사업을 위해 농업인들의 검진을 수행한 바 있고,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도 상당하다. 새롭게 기관을 설치하는 것보다 이미 지자체, 농업인 단체, 의료기관과 연결돼 있어 예산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미니인터뷰-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이승규 사무관

“여성농업인 특화 건강검진 아직 멀어…”

여성농업인의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과 건강증진은 정부의 핵심기조와 연결돼 있다. 그래서 2021년 여성농업인의 특화된 건강검진 사업 추진을 위해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내년 2월경 결과가 나올 계획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추진방향을 정해 정책으로 입안할 계획이다.

이미 생애주기별의 건강검진 서비스가 완비돼 있는데, 왜 여성농업인만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넘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를 위한 개별 법안을 마련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예산추계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에 대한 여성농업인 건강검진에 대해 현장에서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되도록 빠른 정책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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