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7)

취업철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취업을 위해 쌓는 것이 스펙(spec)이다. 이 스펙은 영어단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의 준말로, 본래는 ‘제품의 특징’을 가리킬 때 흔히 사용되는 말이다. 이것이 흡사 제품의 특징처럼 구직자들이 취직을 위해 갖춰야 할 능력을 입증·평가할 자격증이나 학력·시험점수 등을 가리키는 말로 그 의미가 확대되어 사용돼 왔다.

요새 취업준비생들은 ‘9대 스펙’, 즉 아홉 가지의 스펙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한다. (각종)자격증, 어학연수, 봉사활동, 인턴, 토익, 공모전, 학력, 학점, 그리고 외모스펙인 성형수술이다. 이중 인턴은 법정임금 이하를 받으며 회사나 기관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훈련받은 경력을 말한다. 특히 성형수술의 경우, 모기업 면접때 면접관이 “우리 회사랑 외모가 맞지 않는 다”며 직접 성형수술까지 권유한 사례도 있어 무시못할 스펙으로 꼽는다.

문제는 이러한 스펙들을 다 준비한다 해도 쉽게 취업의 벽을 깰 수 없다는데 있다. 그렇게 취업의 높다란 장벽에 부딪히면서 지칠대로 지쳐버린 나머지 무자극·무위(無爲)를 찾는 젊은 세대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스스로를 ‘없다’는 뜻의 ‘무(無)’와 ‘의미’를 일컫는 영어 ‘민(mean)’을 합쳐 ‘무민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최대한 모든 사회로부터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또한 이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 하고, 사람에게 상처받을까봐 혼자 지내면서 외로워 하고, 하루하루가 꽉 막혀 사는 낙이 없으며, 가족 그리고 젊음이라는 존재가 있음에도 그 소중함을 못느끼며, 손 닿을 길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툭하면 눈물이 나고 우울해 한다.

심지어는 취업을 못해 “부모님 뵐 낯이 없다”며 우울해 하다가 가출하는 2030세대가 매년 늘고 있다는 게 경찰청 얘기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민태원(1894~1935)이 수필 <청춘예찬>에서 노래한 그 청춘들을이 고된 사회의 압박, 그 우울의 늪에서 건져올려 주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그 뜨거운 피를 끓게 해 이봄, 인간의 동산에 사랑의 풀을 돋아나게 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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