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농촌 결혼지원금, 문제없나?

▲ 결혼이주여성들은 농사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어와 한국음식을 배울 수 있는 문화센터를 원하고 있다.

지자체, 국제결혼으로 인구 증가 꾀해
지원금 외에 정착안정 위한 인프라 중요

최근 심각한 고령화와 도시로 이주하는 농촌 주민들이 늘면서 전북 고흥과 경북 의성, 전남 구례와 충북 청양 등이 가파른 인구 감소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인구정책 일환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주여성과 결혼한 농촌총각에게 결혼지원금을 지원하는 ‘농촌총각 결혼지원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자체 별로 자세한 기준은 다르나 농촌에 거주하는 미혼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국제결혼을 희망하거나 결혼했을 경우 결혼과 관련한 비용을 1인당 300만~5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제도다. 

특히 경상남도는 현재 18개 시·군 전역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남성에 최대 600만 원까지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는 농촌 공동화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며, 국제결혼이 자연스레 인구 증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결혼지원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시골 남성들에 대한 매매혼 지원금 지급 중지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일부 지자체가 결혼지원금으로 국제결혼을 장려하고 있다며 이름만 국제결혼일 뿐 사실상 외국인 여성을 돈으로 사오는 매매혼이나 다름없다며 여성인권 차원에서 결혼지원금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주여성들의 인권문제는 과거부터 숱하게 불거져 왔다. 때문에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인권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또한 ‘남성’만 결혼지원금 제도의 수혜자라는 점도 논란이다. 농촌여성은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이에 대한 성차별 문제가 제기돼 일부 지자체는 국제결혼 지원 대상을 남성에서 여성으로까지 확대했다. 

충북 단양군의회는 국제결혼 지원 대상자 범위를 ‘농촌총각’에서 ‘미혼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조례안을 지난 9월 입법 예고했으며, 충북 영동군도 현재 다문화여성이 아니어도 군내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남녀 모두 결혼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군민 모두 받을 수 있는 ‘결혼지원금’ 실시 
충북 영동군청 농정과 김가을 주무관을 만나 농촌 결혼지원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동군은 지난 2008년부터 ‘농촌총각 결혼지원금’이라는 이름 아래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양성평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어업인 결혼지원금’으로 이름을 변경, 남성과 여성 모두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국제결혼이 아닌 군내 군민끼리 결혼할 경우에도 결혼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다.

이어 김가을 주무관은 “30세 이상 미혼 남성 농업인으로 제한했던 결혼비용 지원 대상을 올해부터 남녀 구분 없이 20세 이상 50세 이하 농어업인으로 변경했다”며 “성차별 논쟁을 없애면서 가임 연령층을 1명이라도 더 결혼시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군이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원대상인 농촌 처녀와 총각이 결혼하면 둘 중 한 사람만 지원 가능하다.

이주여성뿐 아니라 청년층 정착 지원도 필요

▲ 충북 괴산군은 국제결혼신고를 마치고 함께 군내에 거주하는 남자를 대상으로 5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결혼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제공:괴산군청)

일부 지자체서 신혼부부 주택지원금 지원
농가주부도우미·지역상품권 등도 지급

“돈보다 선입견 먼저 사라져야”
강원도 고성에서 남편과 함께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시이례이꼬씨는 결혼한 지 21년째로 결혼지원금에 대해 “생활비와 농업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어 무척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주여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이례이꼬씨는 “처음에 한국말을 배울 곳이 없어 집에서 독학으로 한국어를 뗐다. 고성이 농촌이다 보니 한국요리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러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주여성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진천에서 결혼 17주년을 맞은 윤명숙(중국 연변 출신)씨도 마찬가지다. 윤명숙씨는 “처음에 시골로 내려왔을 때 농사일도 처음 해봐 서툴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내 고향이라는 생각으로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명숙씨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김치와 불고기 등 한국토착음식을 배워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명숙씨는 가까운 곳에 결혼지원금을 받은 이주여성들이 많지만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바리스타 교육을 배우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만큼 이주여성들의 국내 적응훈련기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주여성에 대한 인종차별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 정착 위해 다양한 제도 실시
농촌진흥청이 농촌지역 결혼이주여성 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외 활동 시, 가장 큰 어려움은 38.8%를 기록한 언어소통이었다. 시간 부족과 회원 간 의견충돌, 전문성·정보 부족 순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이주여성들은 지원금보다 언어와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먼저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 또한 농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의 젊은 부부들은 문화 시설이 부족해서 또는 자녀의 학교가 너무 멀어서, 병원이 없어서라는 다양한 이유로 농촌을 떠난다. 

이에 강원도는 지난 7월부터 신혼부부에 대해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강원도 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하고, 지난해 결혼한 무주택 신혼부부다. 요건에 해당되는 신혼부부는 가구원 소득에 따라 연간 60만~144만 원을 3년간 지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충북 영동군과 경기도 가평군 등 모든 지자체에서는 농가주부도우미 제도를 진행해 농사를 짓는 동안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부들에게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영동군은 출산전후 여성농업인의 영농과 가사활동을 돕는 농가도우미를 80일 동안 이용 가능하며, 여성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성친화형 농기계’도 새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영동군은 인구 늘리기에 초점을 맞춘 조례를 만들어 전입한 날부터 1년 이상 군에 거주하면 1년이 지날 때마다 25만 원 상당의 영동사랑상품권을 3년 동안 지급한다.

부모와 자녀가 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으면서 셋째 이상의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 또는 재학할 때도 해당 학교의 입학금과 수업료를 지원한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올해 초 ‘2017년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을 마련해 여성농업인의 권익보호와 전문인력화, 삶의 질 제고 등에 총 3553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먼저, 여성농업인 육성정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행정자치부와 협의해 지자체 종합평가 지표에 여성농업인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또한 복지·문화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전후 여성 농업인의 영농·가사 활동을 돕는 농가도우미 16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촌지역 국공립어린이집 10곳을 새롭게 확충하고, 영유아가 적어 보육시설 설치가 어려운 지역은 농식품부에서 소규모 어린이집 33곳과 주말돌봄방 19곳을 확대 운영해 젊은 귀농인의 농촌 정착을 꾀할 예정이다.
이처럼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층을 정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혼지원금도 물론 새롭게 정착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으로 농촌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부와 지자체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