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정과제에서 알맹이 빠진 여성농업인 공약

여성농업인 권리 보장 첫 단추로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요구
여성농업인만을 총괄하는 정책 수립과 실행에 ‘한 목소리’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속에 여성농업인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 국정과제를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특히 그간 여성농업인의 권익 향상과 역할 확대,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여성농업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내용들을 국정 과제 속에서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농업 외 다른 부분의 개혁 행보로 박수를 받고 있는 것처럼, 여성농업인 정책 분야에서도 개혁 의지를 보이리란 기대가 팽배했었기 때문이다. 또 취약한 양성평등의 사각지대인 농촌문제 해결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들이 여성농업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줄곧 요구해온 사항들을 되짚어봤다. 

▲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민행복농정연대가 국정과제 이행 계획 재수립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여성농업인 정책도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 왜 필요한가?

기워진 헌옷보다 새옷 필요할 때
지난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67개 생산자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국민행복농정연대‘농정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대개혁 청사진 수립 촉구’긴급회의에서도 어김없이 국정과제 속에서 소외된 여성농업인 정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영이 사무총장은“문재인 정부의 국민의 나라에 여성농민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국정과제에 대한 전면적 재고를 강력히 주장했다.
정 총장은“그간의 여성농업인 정책들은 해진 옷을 여기저기 임시방편으로 수선해 입은 모양새”라며“여성농업인 정책이란 새 옷을 만들 담당 부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는 여성농업인들이 요구하는 최우선 사항이다. 

현재 농식품부에 농촌복지여성과가 있지만 복지 업무와 병행하고 있기에 여성농업인만을 총괄하는 주무부서의 설치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들을 총괄해 책임지는 부서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 여성농업인 주무부서가 있어야 이 정책들을 원활히 펼쳐나갈 지자체의 관할 부서와 연결돼 보다 효율적 여성농업인 정책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에서 여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열 사무관은“100대 국정과제는 정책의 요약이어서 드러나진 않지만 그 속에는 여성과 여성농업인의 역할 확대와 양성평등 부분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100대 과제는 일의 시작이고 앞으로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회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한 세부적 계획들이 논의될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김 사무관은“중앙정부의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야 하고 지자체 역시 법 개정 등의 어려움이 산재돼 있기에 그보다는 여성농업인 역량 개발을 위한 보다 많은 사업 확대에 치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울뿐인 공동경영주 등록 
공동경영주 등록 위해 남편 동의 필요

그간 여성농업인들은 농지 소유 등 대부분이 남편 이름이라 실질적인 영농활동에도 불구하고 소외돼 왔고, 여성농업인도 농가경영체등록에 공동경영주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지속적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마침내 지난해 여성농업인들의 숙원사항이던 공동경영주 등록이 실현됐고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이를 환영했다. 공동경영주 등록으로 여성농업인도 농업정책 대상의 중심에 서게 되고 당당히 농업인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말 현재 농가경영체에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여성농업인 수는 고작 2만91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2015년 농업통계 조사결과 농업인구가 256만 명인 것에 대비해 볼 때 고작 2%에 불과한 수치다.  

이같이 공동경영주 등록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공동경영체 등록 요건에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단 단서 조항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영이 사무총장은“남성의 경우를 역지사지 해보면 동의를 구하는 단서 조항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현 정부가 추구하는 양성평등 구현의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성농업인 스스로도 경영주로서의 정체성 인식이 부족하단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2013년 여성농업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업인 본인 명의로 농지가 있는 비율은 27.4%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의 농가에서 농작업은 공동으로 하지만 재무관리와 의사 결정은 아직도 남편 위주의 독자적 결정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농촌 양성평등을 위해선 농촌 주민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사업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공동경영주 등록 시행이 올해 1년차에 불과하다”며“성급한 법 개정보다는 좀 더 추이를 살펴보며 미흡한 부분을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여성농업인지만 다른 금액의 바우처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사업은 여러 여성농업인 사업 중에 여성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에 속한다. 여성농업인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실질적 문화와 여가 활동에 도움이 되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사업으로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에 모두 확산됐다. 

하지만 중앙사업이 아닌 지자체 사업이다 보니 각 지자체 마다 사업 대상과 사업 예산이 달라 불평등한 요소가 발생한다. 같은 여성농업인인데도 사는 곳이 다르면 바우처의 수령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은 지자체는 10만 원에서 최고 많은 곳은 20만 원으로 2배의 편차가 있다. 

이에 여성농업인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농촌생활을 보장하는 여성농업인 바우처 사업을 중앙 사업을 확대 할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또 농촌 어르신 복지 사업으로 효과적인 마을공동급식 사업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 농업인 정책 추진을 위한 성인지 예산의 안정적 확보로 각종 농업교육에서의 성평등 교육실시 등도 여성농업인들은 꼭 필요한 사업으로 꼽는다. 

한편 100대 국정과제‘누구나 살고 싶은 농산어촌 조성’의 내용 중에 영농 가사도우미 지원확대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2021년부터 여성농어업인 대상 특화 건강검진 시범 실시 조항이 담겨 고된 영농활동으로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고려했다. 

또한 2018년부터 군 지역에 100원 택시 등 농어촌형 교통모델 확대로 농촌주민의 안전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김인련 회장은“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성농업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했으나 결국 여성농업인을 위한 확실한 정책 없이 흐지부지 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문재인 정부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억눌려 있던 여성농업인들의 마음 속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이 세워지길 바란다”며 여성농업인 정책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다 시급한 문제부터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와 아울러 여가부 등 관계부처 정책과 사업 속에서도 여성농업인이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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