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누리백경(百景)(3)

김유정(1908~1937)의 대표 단편소설 <봄봄>은 혼인을 미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우직한 시골 떠꺼머리 총각의 애환을 걸찍한 육담을 질펀하게 깔아가며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시대는 1930년대,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3년을 훨씬 넘게 봉필이라는 마름(지주의 소작농을 관리하는 사람)의 딸 점순이와 혼인하기 위해 돈 한푼 안 받고 데릴사위로 들어가 약속된 머슴노릇을 한다.

‘나’는 어서 빨리 점순이와 혼인하고 싶으나 노동력 상실을 우려한 봉필영감의 계략때문에 번번이 좌절된다. 봉필영감이 상투적으로 내세우는 핑계는 ‘점순이 키가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순진하기 짝이 없는 ‘나’는 내심 얼른 점순이 키가 커주기를 빌며 티격태격 봉필영감과 실랑이를 벌인다. 끝내 혼인 승낙을 받지 못한 채…

이때 주인공인 ‘나’의 나이 스물여섯, 점순이의 나이가 그보다 열살 어린 열 여섯이니 요새 풍조로 따질라 치면 가당치도 않은 혼약이었던 셈이다.
스물 여섯은 커녕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50세 때 미혼 가능성이 높은 30대 미혼자 비율이 44.2%로 이미 일본을 앞서거나 비슷한 수준에 근접해 향후 15년 뒤엔 50세 남성 미혼율이 ‘미혼대국’이라는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센서스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50세까지 결혼 경험이 없는 미혼자 비율은 남성 10.9%,여성 5.9%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의 20명중 한 명꼴에서 5년만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 50세 남성 9명 가운데 1명은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총각으로 산다는 얘기가 된다.

시·도별 미혼율을 보면, 남성의 경우 강원도가 가장 높고(13.2%), 부산(13.1%), 전남(12.9%), 서울(12.3%), 제주(12.1%) 순이다. 특히 강원·전남 등 농촌지역에 미혼남성이 많은 것은 저학력 혼인율이 낮은데다 여성들이 농촌지역으로 시집가기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여성 미혼율은, 대도시·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일수록 대체로 결혼을 꺼리는 것으로 드러나 서울이 가장 높고(7.4%), 제주(6.9%), 부산(5.8%), 세종(5.7%) 순이었다. 전체적으로는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그러다 보니 미혼과 만혼, 40대 이후의 이혼과 고령화로 1인가구가 빠르게 늘어나 이들만의 독특한 ‘나홀로’ 소비문화가 생겨났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이다. 뿐이랴. 현재 홀로인 자신의 행복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가리키는 ‘욜로(YOLO)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You Only Live Once(인생은 단 한번 뿐)’의 줄임말이다. 그야말로 미래를 위해 저축하며 행복추구를 뒤로 미루기 보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즐긴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분위기 대로라면 ‘출산율 증가’라는 국가적 대명제는 강 건너 불인 것 같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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