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농촌마을에 스토리디자인을 입히자②

화려함과 차분함 사이…청양 알프스마을 VS 논산 황금빛마을

스토리를 바탕으로 경관을 살려 나가는 노력이 농촌의 미래다. 다만, 그동안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의 동일선상에서 진행된 농촌개발의 뒤안길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해 온 것도 사실이다.
독일·스위스·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고유의 어메니티를 중심으로 한 농촌환경 자체를 우선시 하고, ‘경관조례’ 등을 통해 주택의 지붕색깔 등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해 왔던데 비해 우리나라는 농촌마을의 원색 지붕색은 있는 그대로 방치한 채, 다목적회관·체험회관 등 건축물 시설에 집중했다.
주민들의 역량강화와 속도를 깊이 고려하지 못하고 당장 성과를 독촉하는 조급성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자문교수나 컨설팅업체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고 지불하면서 마을사업을 이끌어가는 추진위원장과 추진위원에 대해서는 무보수를 고집해 자체 추진동력을 고갈시키는 일을 되풀이 해왔다.
그 와중에도 화려한 경관과 수익을 창출하는 마을이 생겨났고, 반면에 고령화된 지역주민들을 함께 보듬어 나가는 공동체 중심형이면서 차분하면서도 내실 있는 성과를 내는 마을도 탄생했다.
이번호에서는 화려한 성과와 차분한 전진으로 대비하는 ‘청양 알프스마을’과 ‘논산 황금빛마을’을 함께 살펴본다.

◇ 4계절 축제로 화려한 ‘청양 알프스마을’
영농법인 통해 외지인 유치, 일자리 창출

충남 청양의 알프스마을은 4계절 축제가 열리는 화려한 마을이다. 2016년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 수상이 말해주듯, 이제 농촌소득분야에서 ‘청양 알프스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봄 ‘뷰티축제’, 여름 ‘세계조롱박축제’, 가을 ‘칠갑산콩축제’, 겨울에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가 열린다. 특히, ‘칠갑산 얼음분수축제’는 얼음조각·눈썰매장·얼음분수·봅슬레이·소썰매 등을 준비해 마을주민들을 톡톡히  먹여 살리는  경제적 기반이 되고 있다.

청양 알프스마을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다.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2004년 처음 권역단위종합개발을 시작하고, 2006년 사업 중간평가에서 전국 꼴찌로 패널티를 받았다.
그러던 마을이 ‘알프스마을 천장리 영농법인’이 설립되면서 사업이 마무리된 2010년도에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전국 평가에서 최우수권역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청양 알프스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37가구 103명 마을주민 모두가 마을기업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고, 4계절 축제를 통해 돌아가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4계절 축제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연간 18억 원 정도이며, 수익금을 적립해 마을공동재산을 늘려 나가는 쏠쏠한 재미에 빠져 있다.

“방문 인원 제한해 경관보전 노력”
이런 알프스마을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마을에 수익이 늘어나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주는 것도 좋지만, 칠갑산이라는 산림자원과 주변경관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4계절 축제에 많은 이들이 찾아주는 이유는 그동안 칠갑산을 잘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 생각하기에 그렇다.

황준환 마을위원장은 “앞으로 청양알프스마을은 외지인들의 방문을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분별하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자연을 훼손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서라도 고유의 자연자원을 보존해야 ‘치유’와 ‘힐링’ 공간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 위원장은 “농업은 환경과 같이 가야만 한다. 도시민들이 다시 찾을 수 있게 하고, 자연을 복원하는 두 가지 일을 함께 진행해야만 한다”고 말해 성과를 부러워하는 남들 시선에 반해 환경과 경관보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앞으로는 경관이 우수한 곳이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다. 개발이 된 곳 보다는 경관이 우수한 곳일수록 지속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농정관련 기관은 앞으로 주거환경, 시골의 집을 일정 규격에 맞춰 짓고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가는 농촌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질화 노력도 필요하다. 각양각색의 농촌지붕 색상을 회색이나, 검정색, 벽돌색 등으로 색상을 낮춰 자연경관을 살려줌으로써 농촌 공동체를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 돼야 지난 1960년 독일이 ‘녹색계획(Green Plan)’을 통해 농촌은 단지 ‘농부가 농사 지어 돈 버는 곳’이 아닌 ‘사람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곳’이라며 농촌을 배려해 온 선례를 밟아 나갈 수 있다.

그래야 농부를 ‘국민의 별장지기’이자 ‘국토의 정원사’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고, 일반 국민과 동등한 소득을 통해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토록 보장할 수 있다.      

 

◇ 차분하게 내실 다지는 ‘논산 황금빛마을’
“우보천리로 과거 영광 재현합니다”

 강경포구의 찬란한 60년대 추억하는 ‘콩밭열무축제’
 환경·생태계 복원하는‘게세미 도랑 살리기’

1910년대 논산 강경포구는 평양·대구와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명성을 날리며 1일 유동인구 30~40만 명 내외를 기록했다. 그때는 화려했다. 그러다가, 일제에 의해 철도가 놓이고 신작로가 뚫리면서 그 찬란한 과거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그나마 채운2리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은 1960년대까지였다. 그때만 해도 고깃배와 조갯배는 물론, 채운2리 앞에까지 생선장수들이 늘어서 장사진을 펴고 지역에 활기가 돌았던 시기다.

그러다가, 금강하구둑 건설로 물길마저 막히면서 강경포구는 옛 명성을 급격히 잃어가고, 채운2리도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강경이 충청남도인지, 전라북도인지 조차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1960년도 3만 명이던 강경읍 인구는 이제 1만 명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읍내에서 좀 더 떨어져 있는 채운2리는 이제 평균연령 80대에 가까운 고령화된 농촌이 되고 말았다.
그런 채운2리를 김시환 이장이 2011년 이장으로 선임되면서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소수를 위한 소득사업
먼저 진행하는 게 중요한 건 아냐”

채운2리 황금빛마을은 평균 연령 80세가 말해주듯 활력이 떨어지는 마을이었다. 그런 무기력한 상황을 김시환 이장이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작은 변화 노력은 쓰레기장을 꽃밭으로 바꾸고 자투리땅에도 꽃을 심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됐다.

쇠락하면서 남는 것은 노인들 밖에 없었다. 고령화 문제는 금방 대치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 이장은 그런 노인들을 따로 떨어져 있게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동체’적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한 ‘이야깃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찾아나선 결과, 예전에 이 마을의 특화작물이던 ‘콩밭열무’를 찾게 됐다. 또한, 참게가 많이 나던 샘이 있었던 ‘게세미도랑’ 살리기에 나섰다.

‘콩밭열무’는 화려했던 60년대까지 채운2리에서 한여름 비탈진 콩밭에 열무를 심어 강경시장 등에 내다 팔았던 추억을 간직한 작물이다.  채운2리는 콩밭열무 생산에 적지였다. 비탈밭이라서 물빠짐이 좋고 토질도 열무재배 조건에 맞았다.
콩밭열무는 한여름 재배를 위해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한여름 콩은 뜨거운 햇빛을 막아줘 열무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열무는 콩밭에 골칫거리인 잡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 1석2조의 효과를 내는 것.

기억을 더듬어 보니, 금강하구가 막히기 전이던 60년대에는 마을 각 가정에 타래박으로 물을 퍼올리던 우물이 있었다. 콩밭열무로 김치를 담아 자연 냉장고인 우물 안에 포장을 해서 타래박 줄에 묶어 늘어뜨렸다가 한여름 김치로 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처음 주민들과 함께 휴경지 1000여 평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 마을축제를 개최했다. ‘콩나라 열무공주’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2013년 첫 번 째 축제를 개최할 때는 주민들에게 600만 원을 갹출했다. 십시일반 주민들의 자체 출연금으로 축제를 개최했더니 논산시내에 채운2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됐다. 어설픈 첫 번째 시도가 주민들에게 열정과 희망을 전해 주었고, 벌써 4회째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게세미 도랑’ 살렸더니
참게·붕어·미꾸라지도 살아나

이어서 ‘게세미 도랑’ 살리기에 나섰다. 마을 사람들이 서해 바다를, 또는 금강을 당장 살릴 수는 없어도 마을의 조그만 도랑은 우선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랑을 살리자는 생각은 옛날 공동 빨래터를 되살리자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생각해 보니 예전 빨래터는 마을의 대소사가 논의되던 회의장이었고,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며 온갖 시름을 잊었던 소통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갖 농약과 오염원 등으로 인해 당장 주민들이 빨래터를 되찾을래야 되찾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부나마 친환경 논농사를 짓기로 하고 도랑을 살려보자는데 주민들이 의기투합을 했다.
그랬더니, 황새와 따오기가 날아와서 도랑에 진을 치고 뭔가를 잡아먹는 것을 봤다. 참게와 말조개가 되살아난 것이다.

청양의 알프스마을처럼 4계절 소득사업을 열심히 진행해 나가면 좋겠지만, 채운2리는 고령화 돼 있는 노인들을 함께 이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을 상황에 맞게 느리지만 모두 보듬어 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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