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농가 현장목소리

▲ 김영란법으로 인해 한우값이 떨어지자 축산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과거, 한우는 집안을 일으켰던 보물과 같던 존재지만 현재 한우농가는 시름으로 가득하다.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한우값이 폭락할 것을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한우값은 김영란법 시행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생후 6~7개월 된 송아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개월이 지난 현 시점, 한우 값은 몰라보게 떨어졌고 농업인들의 한숨도 점점 깊어졌다.

한우값 20% 폭락…송아지 입식도 줄어
“소 키워 자식 학교 보내고 집도 샀었는데…”

한우농가 피해는?
강원도 강릉에서 오랫동안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 씨는 급격히 떨어지는 한우 값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피해가 크다며 입을 열었다.
한우에게 사료를 챙겨주던 김 씨는 “30년 정도 소를 키웠지만 물가상승 대비 한우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6개월 정도 키운 송아지는 최고 4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260만 원으로 떨어졌다”며 “1등급 소는 비싸게 팔릴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송아지값이 떨어진 만큼 1등급 한우도 예전처럼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라고 불평했다.
김 씨는 김영란법 속 5만 원 선물세트에 대한 생각도 내비쳤다.

그나마 한우를 먹자는 캠페인 덕분에 외식이나 선물세트로 한우를 찾는 이들이 늘었으나 김영란법으로 인해 올해 추석부터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줄어 소득이 확 줄었다고 그는 말했다.
공직자 등의 발길이 뜸한 식당가에는 아직 한우가 잘 팔리지만 명절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에 벌써부터 다음 명절이 걱정된다고 김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김 씨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한참 전에 자가수정한 소와 입식한 송아지들이 많았지만 법 시행 한 달 이후 입식도 줄고 소 도축도 줄었다고 한탄했다.

김 씨처럼 김영란법 직후 예상과 달리 한우값이 오르자 축산농가에서는 송아지 입식을 늘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눈에 띄게 떨어진 한우값과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농가들은 한우 번식을 주저하고 있다.
현재 김 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인의 도움은 받지 않고 오롯이 가족의 힘으로 농가를 이끌고 있다. 지금 소득은 인건비에서 충당하는 것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한우와 벼농사를 했다. 벼농사로 생활비를 벌었고, 한우를 키운 돈은 모두 저축해 집도 사고 자식들 학교도 보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떨어지는 한우값을 바라보면 예전처럼 수익을 낼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31년 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김 씨 또한 한우가격이 100만 원 가량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는 한우 마릿수가 늘어나 한우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정확한 수치가 없다”며 정확한 도축 통계를 바랐다.

또한 송아지 한 마리 당 1년동안 사료비가 390만 원이 넘게 드는데, 송아지 가격은 400만 원에서 300만 원대로 떨어졌다며 본전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료비뿐만 아니라 송아지를 키우는 데에는 톱밥과 인건비, 수도세 등 많은 부분에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송아지 가격이 20% 이상 떨어져 예전과 같은 소득은 상상도 못한다.”
김 씨는 오래 전부터 한 식당과 거래를 진행하고 있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식당이 소고기 대체 메뉴를 개발해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란다.

한우가 특산물인 정읍은 다른 지역에 비해 한우값이 좋은 편이지만 1등급 한우의 경우 1100만 원에서 다른 지역과 비슷한 900~800만 원대로 떨어졌다.
또한 김 씨는 2013~2014년 사료 값 폭등으로 축산농가의 25%가 문을 닫았을 때도 수도작을 해 버틸 수 있었지만 종종 사료가 부족해 수입 사료에 의존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환율과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입 사료 의존도 어려운 상태란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외국 소들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먹고 자라지만 한우는 물도 수질검사를 해 좋은 것만 먹인다”며 “국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한우를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처럼 한우농가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에 앞날이 어둡다. 아울러 얼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한미FTA 재협상을 천명한터라 늘어나는 수입 쇠고기로 인해 한우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다.
공무원과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부정청탁의 뿌리를 뽑기 위해 시작된 김영란법. 그 취지는 좋지만 애꿎은 농업인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