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6주년 특집 - 2050 탄소중립과 농촌여성의 역할(종합토론)
제9회 전국 생활개선회원 한마음대회 부대행사로 ‘2050 탄소중립과 농촌여성의 역할’이란 주제의 학술토론회가 농촌여성신문 주관으로 지난 21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정책과 농업연구기관의 미션 등을 제안하고, 농촌여성들이 농업․농촌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천 활동을 모색해보는 뜻 깊은 학술행사가 됐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와 토론회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편집자 주]
<지정토론>
좌장
정광용 농촌여성신문사 사장
토론자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옥선 농촌진흥청 신농업기후대응사업단장(저탄소농업기술연구단장)
오혜림 전남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이명애 농촌여성신문사 편집부국장
최미영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홍보부회장
■ 정광용 농촌여성신문사 사장
농업대전환의 분기점이 될 탄소중립은 뒤따르는 게 아니라 앞서가야 생존 할 수 있다. 이날 학술토론은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기후변화와 한국농업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석학 두분의 발표로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국가 과학기술 정책 전문가, 농업분야 탄소중립 기술개발 책임자, 농업기술 보급 기관의 장, 농업현장에서 발로 뛰는 언론인, 그리고 탄소중립 운동을 실천하는 여성농업인도 참여했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탄소중립 2050에 대한 농업정책과 기술,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여기서 나온 의견과 대안은 농촌여성신문이 독자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한편, 정부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투입·고효율 기술로 온실가스 줄여야
"투입량 줄이되
기술력은 고도화해야"
기후위기가 두려운 것은 자연재해와 정치 분쟁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식량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1/4을 차지하고 있고, 기후변화의 가해자인 동시에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참고로 기후에서 온도가 2도의 변화가 이뤄지면 방제 재배 품종 등 농업분야의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리셋) 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업은 인류를 위해 여러 기여를 했지만, 개간과 산림파괴, 비료와 농약의 고투입 등 생물다양성과 토양복원력 훼손 등도 동시에 진행시켜왔다는 사실이다.
세계 인구증가를 살펴볼 때 앞으로 농업과학기술 정책은 경작지도 축소해야하고, 농업부분 온실가스 배출량도 70% 감축해야한다. 그러면서도 생산은 지금보다 60%를 더 해내야만 하는 전환점에 있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계속 늘리고 투입해서 농사를 확대해왔다면, 앞으로는 그동안과는 반대로 축소하고 줄여가면서도 기술력으로 생산량을 더 극대화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농업 과학기술정책은 IT융합, 농업의 지속가능성 강화에 조점이 맞춰져야한다. 스마트 정밀농업 구현은 첨단농업기술 융합에 의한 농업의 초정밀화, 신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식량시스템 대전환, 원예작물의 시설과 실내로의 이동, 로봇과 드론,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 개발, 농자재 육성과 국가농업인프라 재정비 등을 들 수 있다.
온대농업에 맞춰있던 인프라에서 아열대농업으로의 전환이라든가, 생산지의 지속적인 북상이동 등에 따른 관련 시설 등의 지리적 북상도 중요하다. 생산지에 맞는 연구 인프라의 재정비와 연구 인력의 보강도 과제다.
■ 안옥선 농촌진흥청 신농업기후대응사업단장
기후변화 대응한 품종·재배기술 개발에 중점
"4개 영역 중점연구
성과 도출"
기후변화에 관한 각국의 정부간협의체(IPCC)는 “최근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고 빠르며, 심해지고 있고, 과거 수천 년 혹은 수십만 년 동안 전례 없던 수준”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는 이미 세계 모든 나라 공통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도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분야 어려움 해결을 위해 2009년부터 각도농업기술원, 대학, 산업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평가와 정밀 예측을 기반으로, 농업생산기술 개발 및 선제적 재해대응 체계 구축을 목표로 기후변화 영향예측 평가, 적응, 피해저감과 온실가스 감축 등 4개 영역에서 중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후적응형 육종소재, 작부체계(작물의 종류별 재배 순서)와 재배기술, 아열대 작물 육성과 축산물 안정생산기술, 새로 발생한 문제의 병해충 방제체계 개발 등도 집중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종자의 경우 더위와 추위, 습하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특성을 가진 품종을 현재까지 35작목 303품종을 개발했다.
벼의 최적 이앙기, 보리 파종기 등의 연구와 밭이용 작부체계 연구를 중북부, 중부, 남부 권역별로 재설정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가축의 고온 적응형 사양관리 기술도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아열대 작물의 농민들 인식전환을 위해 다문화가정 사례 등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과수는 폭염피해와 저온피해에 대한 경감기술, 농작물과 농업시설의 기상재해 최소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상기상 피해 저감을 위한 농장 맞춤형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도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는 상황이다.
■ 오혜림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온대과수 품종갱신도 필요
"농업기술센터가
탄소농업 혁명 이끌겠다"
농촌현실을 이야기하고 싶다. 현재 쌀값이 폭락했고, 인건비 인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문제들이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절실한 과제라서, 탄소중립이 눈앞에 닥친 과제는 아니다.
인식의 전환은 교육을 통해 기후이상으로 인한 우리 농업의 위기와 식량생산에 대한 위기를 농업농촌이 같이 인식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3% 정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농업인이 어떤 방법으로 농사지어야 하는지 막막하다.
현재 제주지역과 남해지역은 아열대 작물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온이 오른다고 해서 내륙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와 기술 개발은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장성군농업기술센터는 이제 아열대 작물을 공모사업으로 유치하게 됐는데, 농업기술센터가 주장했던 건 온대성 과수도 같이 개발해달라는 점이다. 아열대 작물만 개발할 게 아니라 온대과수 품종도 기후이상에 맞게 갱신해달라고 요구했다.
장성은 현재 과수가 많이 재배되고 있는데 전남에서 사과 생산률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기온으로 사과의 밤낮 기온차가 크지 않아 저온피해를 입는다. 이에 장성군농업기술센터는 농진청에서 최근 개발한 골든볼, 시나노 골드 신품종 사과를 재배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품종 사과는 재배 시 상대적으로 일손이 절감돼 경영비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기후이상에 맞춰 신품종 갱신을 통해 우리 농촌진흥사업이 더불어 가야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고 농업기술센터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될 것인가 생각한다. 과거 농업기술센터가 녹색혁명, 백색혁명을 주도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탄소농업 혁명을 이끌어가겠다.
■ 이명애 농촌여성신문 편집부국장
탄소중립 선언뿐 아니라 구체적 실천운동 지표 정해야
"탄소저감 위해
연대하고 확산하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에 이상기후 피해가 더 커서 홍수·가뭄·폭풍 등 기후 피해로 사망률이 선진국보다 15배 더 높다고 한다. 또 얼마 전 내린 집중 폭우로 서울에서는 반지하가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고 한여름 무더위에 쪽방촌 표면온도가 아파트보다 30℃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랜 시간 밖에서 일하는 농업인들이나 건설 노동자, 실내온도가 높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에 더 취약하다. 이렇듯 기후 위기도 불평등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농업인들도 이상 기후로 피해를 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병해충 발생으로 농사의 어려움이 따르고 있고, 또 농사 변화로 인해 새로운 재배법에 도전해야 되고 기술도 배워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탄소 중립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술토론회를 통해 재확인하는 결과도 됐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원이 2021년에 농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지한 비율이 80.4%에 달했다.
반면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해 알고 있는 비율은 42.6%에 그쳤다.
토론회에서 최미영 한국생활개선중앙회 부회장님이 소개했듯이 전국의 생활개선회는 다양한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교육과 선언을 해오고 있어 탄소중립 운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이제부터는 탄소중립 실천을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운동의 지표를 정해 확산해야 한다. 농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생활개선회 회원들은 농업 분야 탄소 저감 과제도 지표를 설정해 실천할 필요가 있다.
농업농촌 분야는 기후변화 직격탄을 받는 분야이면서 또 미래의 탄소중립이 실현되면 가장 큰 편익을 향유할 분야다. 저탄소농업 구조 전환으로 농업 환경과 농촌 경관이 개선돼 농촌은 도시민이 더 많이 찾는 쉼터의 공간으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를 위해 생활개선회는 다함께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실천·행동에 나섬에 있어 혼자가 아닌 연대해 행동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탄소 중립 실천에 회원들이 앞장서달라.
국가를 넘어 전 지구적인 세계적인 환경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고, 여성농업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 최미영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홍보부회장
탄소중립 사례 공유하며 전국 확산에 박차
"‘농촌 탄소중립’
생활개선회가 앞장"
농업농촌을 지키고 가꿔온 주역인 64년 역사의 한국생활개선회는 탄소중립 실천의 중심에 서서 각 도와 시군별로 탄소중립 실천의 각오를 다지는 선언을 하고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는 ‘기후위기에 대비한 친환경․탄소중립 실천 생활화’를 사업계획으로 수립해 지난 6월27~8월31일 전국 17개 시․도연합회가 자체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중앙회는 먼저 일회용품을 안 쓰기로 다짐했다. 중앙회 임원들은 2~3회에 걸쳐 탄소중립 교육을 듣고 직접 흙으로 빚은 개인컵을 만들었다. 중앙에서부터 시작해 일회용품 근절을 통해 임원들이 직접 만들고 제작한 친환경 용품을 쓰기로 했다.
각 지방연합회에서도 탄소중립 교육을 통해 선정한 실천과제와 활동 결과물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지난 21~22일 전국생활개선회원 한마음대회에 전시해 성과를 공유했다.
회원들이 직접 천연수세미를 재배해 본인은 물론 주변에 수세미를 나누며 친환경 생활을 실천한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지역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나눠 재활용캠페인을 펼치고, 면으로 손수건과 행주를 만들어 기부하는 활동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친환경세제 만들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농약병 등 폐농자재 수거, 재활용 생활쓰레기 철저한 분리수거, 농산부산물 소각하지 않기 등 다양한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렇듯 여성농업인이 할 수 있는 탄소중립 실천을 각 도와 시군이 고민해 과제를 도출하고,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실천의지가 높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농촌의 생활개선회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더욱 발굴해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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