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인사이드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국회 발표회

▲ 지난 5일 국회에서는 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도로 CPTPP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발표회가 열렸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경쟁력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신산업통상전략으로 IPEF 참여,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추진, RCEP 활성화 등을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당초 CPTPP는 지난해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시작됐고, 새정부에서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새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우선순위를 두며 국회 비준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CPTPP를 후순위로 미뤄놨을 뿐 가입철회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우려스러운 건 회원국 모두가 찬성해야만 가입이 가능한 CPTPP는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농축수산물 개방률이 96.4%에 이를 뿐만 아니라 해당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수입제한이 불가능해져 검역주권을 사실상 포기할 여지가 다분한 SPS(동식물 위생·검역) 조항과 의장국인 일본이 후쿠시마산 농수축산물 수입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도 큰 문제다.

지난 5일 국회에서는 100여개 농어민·먹거리·시민사회단체를 주축으로 출범한 CPTPP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의 발표회가 열렸다. 범국본은 CPTPP가 농수산업을 넘어 한국경제와 국민건강권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발표회는 10월에 나올 CPTPP 국민보고서에 앞서 중간보고 성격으로 열렸다.

범국본 박석운 상임대표는 “식량자급률의 20% 선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CPTPP 가입 추진은 농업을 포기하는 것이자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선언과도 같다”며 “식품안전과 국민건강권 위협이라는 데이터로 계산될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예고돼 범국본 주도로 국민검증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 최대 0.35% “사실상 무의미”
의장국 일본요구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외교적으로도 굴욕
수입쌀 TRQ 증량 시 쌀값 더 폭락하고 사과·배산업 붕괴 가능성 커

CPTPP 경제효과, 의도성 있어 신뢰 못해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나원준 교수는 CPTPP는 한일 FTA로 단정지으며 개방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큰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불거진 소부장 대란은 기껏 육성한 자립기반을 도태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태평양 국가들을 반중블록에 임시로 묶어놓기 위한 도구로 쓰기 위한 CPTPP에 목을 매는 것은 우리나라가 외교적 굴욕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CGE 모형으로 0.33~0.35%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어떻게 계산한 건지 논리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오차범위 내로 사실상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게 나 교수의 주장으로, 정부정책을 지원할 목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이 의도적으로 효과를 부풀렸을 것으로 보고 신뢰할 수 없단 입장이다.

농식품 무역수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연구기획팀장은 수많은 FTA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농식품 무역수지가 CPTPP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 무역수지는 우리 돈으로 44조5503억 원이나 됐으며, 이는 20년 전보다 4배나 증가한 것”이라며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검역조치로 문턱이 높았던 민감품목도 개방돼 적자폭은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발주자라는 처지 때문에 우리나라는 가입을 위해 막대한 입장료도 지불해야 한다. 그중 특히 심각한 게 쌀 TRQ 물량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입 TRQ쌀 40만8700톤을 들여오고 있는데, 회원국인 호주와 베트남이 증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쌀값 하락이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수요의 10%에 달하는 TRQ 물량이 더 늘어나게 되면 쌀산업의 근간을 흔들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 팀장은 또한 그동안 수입되지 못한 배와 사과가 뉴질랜드, 일본, 칠레, 멕시코가 눈독을 들이고 있어 이 시장이 열릴 경우 피해액은 각각 5980억, 2090억 원에 달할 것이라 우려했다.

완전 철회 위해 국민 여론 모아야
범국본 주제준 정책팀장은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WK 지난 8월22일 산자부 이창양 장관은 CPTPP 가입 국회 보고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전에 IPEF 참여국 간에 협상을 원하고 있어 정부는 여기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국회 일정도 9월 예산안 논의, 10월 국정감사, 12월 예산안 확정 등이 예정돼 있고, 쌀값 폭락으로 가뜩이나 성난 농심에 CPTPP 가입 추진은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정부도 강력하게 밀고 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주 팀장은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CPTPP 가입 추진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발생한 피해는 충분히 보상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당장은 가입절차를 농수축산인 주도로 일단 저지시켰지만 완전 철회를 위해선 국민적인 여론을 모아야 한다며 CPTPP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분석해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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