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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량 파악도 못하는 정부, 대책은 ‘뒷북’

기사승인 2022.08.11  19: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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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재고 41만톤, 전년 동기보다 17만톤 많아

   
▲ 경기 안성의 양성농협 배 보관을 위한 저온저장고엔 미처 판매하지 못한 벼들이 꽉 들어차 있다.
쌀 산업 최대 위기,
자재비 경영비 등 물가 모두 오르는데
유독 쌀값만 계속 떨어져 농가와 농협 다중고

 

2022년산 극조생종 벼의 수확이 7월 말부터 이미 시작됐고, 8월 말이면 본격적으로 햇곡이 나오는 시기지만 수확을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021년산 쌀조차 재고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쌀값만 바닥을 모르고 폭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농식품부 장관의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쌀값 하락에 대한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첫 번째 현안으로 ‘하반기 추석 물가안정을 비롯해 농식품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해 ‘밥상물가에 농업이 볼모 잡혔다’란 농업인들의 탄식이 들녘에 퍼져가고 있다.

 

생산·수요량 통계 심각한 오류

한편 지난 8월1일 농식품부의 농해수위 업무보고에서는 쌀값 하락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와 대책 마련에 대한 촉구가 회의 내내 이어졌다.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쌀 시장 격리시기를 놓치고 3차 쌀 시장격리 시기를 7월에야 발표해 만시지탄이란 질타가 쏟아졌다. 더구나 역공매 방식의 시장 격리 쌀 매입으로 농민을 우롱했단 지적도 제기됐다. 쌀값 하락의 요인으로 현장과 괴리 있는 쌀 소비량과 생산량 통계의 잘못도 지적됐다. 즉 2021년 쌀 수확기 격리물량을 27만 톤으로 결정하고 3차에 추가로 10만 톤을 추가 격리해도 쌀값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은 쌀 소비량과 생산량의 차이를 잘못 추정해 판단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 쌀값 변동 추이

 

 

생산량 감소보다

더 빠른 소비량 감소

농림축산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국장은 쌀 수급현황에 대해 “쌀 생산량은 감소 추세이나 쌀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구조적인 공급과잉이다”라고 밝혔다.

쌀 재배는 농가 고령화, 벼 재배면적 감소추세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에 있어 평년작(521kg/10a)만 생산돼도 20만 톤 수준의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는데 단수 증가, 기계화율 98.6%인 영농 편의성 등으로 인해 생산량 감소는 더딘 편이란 것이다.

반면에 식품소비 품목의 다양화와 식습관의 서구화.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간편식 선호 추세로 인해 쌀 소비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05년 80.7kg에서 2010년 72.8kg, 2021년엔 56.9kg까지 하락했다.

 

연도별 쌀값 추이는?

농식품부의 쌀 수급 정책은 2017년 선제적 시장격리, 2018~2020년 생산조정제 실시 등으로 구조적 공급과잉 기조가 다소 완화되면서 산지 쌀값 회복돼 수확기 산지쌀값은 2016년 3만2452원→ 2018년 4만8392원→ 2020년 5만4121원으로 평년 대비 31.1%가 상승했다.

하지만 기존 직불금이 쌀에 집중돼 쌀 공급과잉 유발과 타작물과의 형평성 문제, 소농 보호 한계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익직불제로 2020년부터 전환했다.

이에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액을 지급하던 변동직불제는 폐지하는 대신 쌀값의 과도한 하락 방지를 위해 수급안정제도를 2020년부터 도입해 초과생산량, 산지쌀값 등이 일정 요건 충족 시 시장격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연도별 쌀값 추이를 보면 2019년 쌀 생산량은 374만 톤이었으나 2020년엔 연속된 강우, 태풍 등 기상 요인으로 생산량이 351톤으로 급감해 2021년 7월의 쌀값은 5만5862원이었다. 2021년도에는 벼 재배면적 증가, 기상 양호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388만 톤으로 2020년보다 10.7% 급증했으나 수확기에도 산지 쌀값은 2020년과 비슷하게 형성됐다.

   
▲ 쌀 생산량과 소비량 연도별 추이 <단위 천톤>

이에 수확기 산지쌀값은 2020년도 5만4121원, 2021년도 5만3535원으로 1.1% 하락에 그쳤다. 이후 정부의 3차례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산지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작년에 비해 산지 재고는 많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인 연구위원은 “2021년산 쌀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소비 감소 정도 심화 등의 요인뿐 아니라 수급 상황과 다르게 수확기 가격이 설정됐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1년산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7%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수확기 가격은 1.1% 하락하는데 그쳤고 더욱이 10월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6% 상승한 수준으로 높게 형성돼 정부의 시장 격리 대책이 적기에 마련되기 어려웠던 문제가 발생했고, 이후 쌀 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단 것이다.

 

쌀값 반등 전환 가능성 희박

수확기 대책 8월말에야 나와, 2022년산 공공비축매 45만톤으로 확대

 

최근 시장 상황은?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8월5일 산지 쌀값은 4만309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7%, 평년 동기 대비 7.3% 낮은 수준이다.

농협 양곡부 자료에 따르면 산지 재고량은 7월 말 기준 농협 재고는 41만 톤으로 전년 동기 24만 톤보다 17만 톤이 많다. 특히 비RPC 농협 재고가 많아 금년 수확기 매입 여력 확보를 위해 농협 자체적인 재고 처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종인 연구위원은 “올해 쌀값 하락 추이는 매우 이례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재고 현황을 토대로 판단해보면 단경기 막바지까지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 크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10만 톤 추가 격리 발표가 나온 7월 이후로도 가격 하락폭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7월말 재고량은 최근 5년 기간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김종인 연구위원은 “최근 5년 기준 8월 재고 소진량인 12만 톤을 고려하면 8월말 시점 재고도 30만 톤 중후반으로 예상되므로 가격이 반등할 여지는 낮은 상황이다”라고 예측했다.

 

 

2022년 쌀 공공비축미 물량 확대

농식품부는 향후 계획으로 3차 10만 톤 추가 격리 물량을 오는 26일까지 조속히 매입해 추가 격리 효과가 시장에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하고, 정확한 산지 재고 파악을 위한 실측을 실시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공식적인 산지 재고 통계는 없고, KREI가 농협, 민간RPC 협회로부터 간접적으로 조사 중이라 밝혔다.

올해 수확기 대책과 발표는 오는 8월30일 통계청 벼 재배면적 발표, 농촌진흥청 작황 발표 등을 면밀히 점검해 수확기 대책을 8월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45만 톤으로 2021년산 35만 톤보다 10만 톤 확대하고, 수급과잉 예상시 벼 매입자금 지원 확대와 RPC 경영부담완화 방안, 시장격리 등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쌀 대신 밀·콩 등 타작물 재배 지원, 쌀가루 산업 육성, 다수확 품종 재배 감축, 쌀 소비 촉진 등을 통해 쌀 수급 균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타작물 재배 지원을 위해 밀·콩 전문생산단지 확충과 기계장비, 종합처리장 등 생산기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황근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밀·콩 등 전략작물 재배시 ‘전략적직불금’ 지원 확대 계획을 기재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쌀가루용 분질미 재배 확대로

쌀가공산업 규모 키운다

쌀 소비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지난 6월10일 쌀가루용 분질미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다. 2026년까지 밥쌀 재배면적 4만2000ha를 분질미 재배로 전환해 밥쌀 생산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분질미 생산 기반 조성, 제품화 기술개발 등 산업화를 지원하고 쌀가루 산업 육성과 쌀 가공식품 시장 확대 등 소비 촉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쌀 가공산업 시장규모도 2021년 7조3000억 원에서 2027년 10조원으로, 쌀 가공제품 수출규모는 2021년 1만6400만 달러에서 2027년 2배 규모인 3만 달러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김종인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적정 쌀값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소비 감소 추세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과 대만 사례에서 볼 때 소비 진흥정책이 추진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쌀 소비 감소 추세를 역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김종인 연구위원은 ▴식량안보 증진을 위해 전체 경지면적은 유지하는 가운데, 논에서의 타작물 재배 확대를 유지하는 정책 지원 ▴콩을 중심으로 하는 하계작물 재배 지원 정책 ▴타작물 전환이 어려운 농가 대상의 분질미 재배 유도 정책 지원 ▴쌀 품질 고급화와 생산감축 추진 ▴쌀 소비 관련 가구별·세대별·연령별 차이의 면밀한 분석과 특성에 맞춰 다양한 소비촉진 방안 추진 ▴수급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쌀 생산량과 소비량 등 통계 개선 등 다각적 방법을 제시했다.

 

□미니인터뷰-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이은만 회장

   
▲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

 

풍년의 역설,

쌀값 폭락은 정부 책임

 

충남 서산에서 수도작을 하는 이은만 회장 역시 창고에 2021년 쌀이 재고로 남아있다.

이 회장은 “농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적정가가 아닌 역공매 방식의 정부 격리에 참여해 쌀값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며 “창고가 비어야 햇곡을 적재할 수 있는데 곧 수확을 앞둔 현재 가격은 둘째 치고 적재조차 어려운 실정으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벼 작황은 지난해 388만 톤보다 적지는 않으리라 예상한 이 회장은 “2020년산 쌀이 부족했어도 2021년산 쌀값이 하락하는 대혼란이 왔는데 2021년산 재고가 쌓여있는 지금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장의 심각성을 얘기했다.

이 회장은 “쌀값은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며 “농민은 항상 내 곳간을 채우는 풍년을 마음에 품고 사는데, 이젠 풍년보다 가계 운영을 걱정해야 하니 참담하다”며 정부 수급 정책 실패의 책임을 농가와 농협이 고스란히 떠안는 현 상황을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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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기자 love8798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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