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경기 양평 기흥성뮤지엄

▲ 기흥성 작가는 한국모형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모형의 거장, 기흥성 작가의 손끝에서 새로운 역사 탄생

모형제작은 여러 용도가 있다. 박물관에 가면 전체 궁궐의 모습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모형으로 제작해 놓아 안내도의 역할을 하고, 건축을 할 때 모형을 미리 만들어 보기도 한다. 경기도 양평의 기흥성 뮤지엄은 우리나라 모형제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가 기흥성 작가 평생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볼 수 있게 양평군 강하면 2만3천여㎡(6900여평) 부지에 마련된 종합 모형전시관이다.

기흥성 작가는 1938년 황해도 옹진 태생으로 1966년 조형연구를 시작한 이래 50년간 오직 모형제작의 외길을 걸어온 한국 모형계의 선구자이며 거장이다. 현재는 작품 활동보다 후학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1966년 기흥성조형연구소를 설립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수많은 대학 강의와 회사 운영을 통해 후학을 배출해 왔고, 국내뿐 아니라 2003년에는 중국 칭화대학 교수로 초빙되며 다양한 해외활동으로 대한민국 조형예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온 인물이다.

88올림픽 주경기장, 평창동계올림픽 모형 등 제작
기흥성 작가의 모형 작품은 건축·토목·자동차·선박·공장시설·항공·자연조형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그 모형자체가 역사가 된다. 우리나라 최대의 토목공사인 경부고속도로 모형제작에서부터 63빌딩, 88올림픽 주경기장, 2002년 한일 월드컵경기장, 인천국제공항, 평촌, 분당, 일산 신도시 개발모형에 이르기까지 그는 모형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와 국토개발의 일익을 담당했다. 고령에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홍보를 위한 멀티미디어를 접목한 모형을 제작, IOC 현장 실사평가단의 찬사를 받으며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일조해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 우리나라 모형제작의 대가 기흥성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시하고 있는 기흥성 뮤지엄

기흥성 작품 갤러리, 우리나라 보물과 문화재를 모형으로 만나다
기흥성 뮤지엄에는 기흥성 작가가 지금까지 제작한 건축모형 3천여 점의 작품 중 한국의 전통 건축과 근현대건축, 세계의 초고층 건축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모형작품들은 6개월~1년여 단위로 순환 전시된다.

지하층에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문화재가 모형으로 전시됐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이 2008년 화재 이전의 모습 그대로 축소 보존됐고,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을 비롯해 200분의1로 축소 제작한 흥선대원군 시절의 경복궁 안의 모습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창덕궁 비원의 연경당과 높이 4m가 넘는 황룡사 9층 목탑 등 전통 건축물들이 모형작품들로 전시됐다.

2층 전시실은 근현대 모형작품들이 전시됐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에 철거된 중앙청(옛 조선 총독부)의 모형, 옛 서울역, 서울대학병원 등과 88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2002월드컵경기장, 인천공항, 종로타워 등을 모형으로 만날 수 있다.

▲ 평양 시내 모습 모형은 기흥성 작가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에 근거해 제작됐다.

해외 유명 건축물들도 모형으로 전시됐다. 현존 세계 최고층인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뉴욕의 더원, 타이페이101,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상하이의 진마오 타워, 평양의 유경호텔 등 대표적인 세계 초고층 건물들의 모양을 비교할 수 있다. 특히 평양 시가지 모형은 기흥성 작가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사진으로 찍은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기에 더욱 관람객의 시선을 모은다.

기흥성 작가의 삶의 족적을 보여주는 사진과 기록 등도 전시관에 마련돼 그의 모형제작의 성과를 기리고 있다. 기흥성 작가는 박물관에 대해 “우리나라 모형제작 기술과 산업 발달사와 역사를 알리는 숙원사업이었다”며 “앞으로 모형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과 교류공간을 갖춰 문화교육, 교류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성 작가는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 주식회사 기흥성과 기흥성 뮤지엄, 갤러리 카페 등을 총괄하는 큰아들 기현중씨가 삼산문화 대표를 맡아 기흥성 작가의 모형제작에 바친 평생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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