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 까치 설날은... -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에게 듣는 설 의미

1946년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활문화박물관으로서, 우리 문화를 올바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생활재는 무엇인지, 생활재에 표현된 상징과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박물관은 메마르지 않는 민속문화의 원천을 찾아 선보이고 있다. 본지는 2022년 설날을 맞아 국립민속박물관 김종대 관장에게서 우리나라의 민속문화와 시대변화에 따른 설 의미를 들어봤다.

▲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핵가족화되고, 코로나19 등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설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명절문화를 지키고 계승해야 된다고 전했다.

연날리기·윷놀이로 가족 화합
코로나시대에 퇴색되는 전통문화 지키고 계승해야

몸과 마음 조심히 하던 설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설을 매우 큰 명절로 인식하고 있다. 김종대 관장은 설날이 완전하지 않은 ‘설익다’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설은 음력 1월1일로 새해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설’의 어원에는 근신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설익다’에서 온 설은 완전하지 않은 날로서 몸과 마음을 조심히 하고 첫날을 보내야 새해의 평안과 믿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대형마트나 떡집에서 오색 떡국 떡을 판매하지만, 예로부터 설날에는 가래떡을 이용해 하얀 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떡의 모양도 타원형이 아닌 원형으로 동그랗게 썰어야 한다. 조선 최고의 명필가였던 한석봉의 어머니도 어둠 속에서 떡을 동그란 모양으로 썰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또 김 관장은 여러 기록에 따르면 신라시대 때부터 설날을 명절로 인식했다고 한다. 우리 농경문화에서 설날은 아침에 소고기적, 동태전 등 6가지 육전을 준비해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고, 연날리기와 윷놀이와 같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하는 놀이를 했다. 특히 1월1일은 윷놀이를 하면서 윷점을 보기도 했는데, 윷을 세 번 던져서 한해 운세를 점쳤다. 연날리기는 설날부터 시작해 정월대보름까지 연을 날렸는데, 보름날에는 액연이나 액막이연이라고 해 안 좋은 일들을 연을 통해 멀리 날려 보냈다. 

설날에는 1월1~15일까지 세배를 드릴 수 있었다. 15일이 지나 세배를 하면 때를 모르는 상놈 취급을 받았다고. 설날이 있는 정월은 추운 겨울이기도 해서 농경민족에게 휴식기였다고 한다.

차례상 간소화되며 노동 줄어
근래에는 핵가족화 되고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심화되면서 명절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설 준비에,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해오고 전을 부치면서 차례상의 모든 음식을 준비했다. 김종대 관장은 과거에는 설날 준비가 여성에게 일임됐다면, 요즘은 남성도 같이 설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마트에서 장보는 일이 설 준비에 중요한 일이 됐습니다. 먹거리가 풍요로운 시대라서 전을 많이 만들어도 가족들이 전을 안 먹어서 처치곤란이 되기 일쑤입니다. 나물도, 전도 직접 하지 않고 구매하면서 과거에 비해 상차림 노동이 간소화됐습니다.”  

김 관장은 역귀성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면서 매년 전북 임실의 한 마을을 찾으면서 어르신들이 자녀의 집으로 향하면서 농촌여성들도 과거만큼 음식을 많이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농촌에 어르신들만 남아있고, 도시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으면서 복작복작하던 명절 풍경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처럼 여성들이 힘들게 가사노동을 하는 시절은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부터 남녀동등개념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인식이 변화되고 있어요.” 

설날은 조상 섬기는 소중한 시간
김종대 관장은 지난해 코로나19 거리두기로 명절에도 친척들과의 모임이 제한되면서 가족들이 한 집에 모이지 못하고 산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가족들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가족이 많이 모이면 차례 지내고 식사해야 하니 여성들이 음식 장만을 더 많이 해야 됐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많이 할 필요가 더 없어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명절문화 축소가 더 가속화된 것이죠.”

그러면서 현재 청년세대부터는 명절을 휴가기간으로 여기고, 명절문화를 안 하고 휴가의 개념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명절을 휴가가는 날로 인식하면 제사문화가 없는 서양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차례상을 간단히 준비하더라도 설날에는 조상님들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메모리얼데이’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 관장은 조상님을 기억하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곧 가정교육이며, 자연스레 웃어른 공경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설날을 통해 조상을 섬기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세대가 단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윗세대를 기억하고, 부모님과 대화하면서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과 공간으로 설날은 지속돼야 합니다.”

▲ 국립민속박물관은 청년층에는 이색적인 포토존으로, 중장년층에는 과거 향수를 느낄 수 있는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야외 전시장을 재연했다.

 

■ 설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임인년 호랑이로 코로나19 이기자! 
국립민속박물관, 2022 설맞이 한마당 운영

국립민속박물관은 설 연휴를 맞이해 ‘임인년 설맞이 한마당’ 행사를 국립민속박물관 본관과 어린이박물관, 파주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우리 민족의 전통 명절인 설 세시풍속 체험 운영을 통해, 관람객들의 즐거운 문화 체험과 이해를 도모하고 호랑이 기운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기획됐다.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음력 1월 1일)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다. 설날에는 한 해 동안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다양한 풍속이 있다. 새 옷인 설빔을 입고 떡국을 먹으며 복조리를 벽에 걸어 복을 빌기도 한다. 또한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조상에게는 차례를 지내며 연날리기, 윷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 설맞이 한마당 행사의 윷점체험에서는 윷점카드가 제공된다.

나누는 설맞이
설날에는 새해 소망을 하고 복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세시풍속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좋지 않은 일들을 날려 보내고, 좋은 기운을 맞이하기 위한 전통 연 나누기 등 나누기 마당을 준비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만날 수 없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안부를 묻고 따뜻한 인사를 전하는 연하장 써보기 코너가 운영된다. 참여한 관람객들의 연하장은 박물관 행사 후 일괄 우편 발송할 예정이다. 윷점보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에게 종지윷 세트를 기념으로 증정한다. 

만드는 설맞이
호랑이는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가 있어, 우리 선조들은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내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일상용품에 호랑이를 담아 그리거나 꾸몄다. ‘호랑이 해’를 맞이해 코로나19를 물리치자는 의미로 세화 그리기 체험인 <범 내려온다>를 준비했다.

교육에 당첨된 어린이들은 실시간 온라인으로 집에서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목판에 그려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장 접수를 통해서 회차별 선착순 20명에게 민화 호랑이 가면 그리기 체험행사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관람객들에게는 가면 만들기 체험도구를 선착순으로 나눠줄 예정이다.

흥과 멋의 설맞이
새해 좋은 기운을 ‘흥’과 ‘멋’으로 북돋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공연 ‘지신밟기’와 ‘신명나는 우리국악’이 1월31일과 2월2일 오전9시에 국립민속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음력 정초 전통 신앙적 마을 행사로 연희했던 ‘지신밟기’는 ‘평택농악보존회’가 진행하며, 액운을 물리치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외 파주관에서는 1월29~2월2일까지 달력 나누기, 가족 손편지 쓰기 체험 외에도 열린 수장고 곳곳을 관람하며 ‘福’, ‘호랑이’ 무늬를 탐색해보는 <수장고 속 설 찾기> 이벤트가 운영된다. 정초에는 ’복‘주머니, ’복‘조리 등 ’복‘이 포함된 물건들을 나누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장고 속 ’福‘이 담긴 유물을 찾아 복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한다.

이번 설맞이 한마당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참여 방법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과 어린이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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