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권진수 고성군연합회장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 산학다원에서 지난해 10월30일 고구려 다례시연 행사가 열렸다. 고성지역은 고구려 영토 중 유일하게 차 재배가 가능했던 곳으로 이곳을 운영하는 이가 바로 한국생활개선고성군연합회 권진수 회장이다. 차나무는 통상 북위 36도를 경계로 이북지방에서 재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약 17년 전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차 나무 종자를 보급받아 실패를 거듭했지만 끝내 우리나라 최북단의 청정 차밭을 일군 데는 권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권진수 회장의 뚝심은 결국 우리나라 최북단 차밭이란 결과물로 이어졌다.

고구려 차문화 계승하며 전통의 가치 지켜
초중고생 다도교육 목표로 올해도 분주히 뛴다

고구려 다례 문화 계승하다
지난해 10월30일 산학다원에서는 2020년에 이어 달홀 고구려 다례시연 행사가 열렸다. 고구려 차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행사에 생활개선회원, 군 관계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 행사를 열며 권 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차밭은 저한테 피땀으로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환경적으로 차나무를 키울 수 없던 지역이란 인식이 강했는데 그 고정관념을 깨고자 뛴 세월이 거의 20년 가까이 돼요. 고성은 겨울엔 평균 영하 5~6도 정도 되는데 3월이면 냉해가 들어 녹색의 찻잎이 마치 단풍 든 것처럼 키우기 어려운 곳이에요. 그 환경을 인간이 극복하려 하니 보통 힘으로 되진 않았어요. 그 세월 동안 농업기술센터와 많은 분의 도움으로 내한성 종자를 개발하고, 육묘장도 설치하고 그 과정 끝에 지금의 산학다원이 가능했어요.”

그 노력의 끝엔 산학다원이란 결실을 맺게 됐다. 2005년 무렵 정부의 신활력사업으로 녹차재배 단지가 고성에 조성됐다. 하지만 15농가가 야심차게 참여했지만 몇 년간 수확물이 없자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런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권 회장이다. 지금의 산학다원은 녹차와 황차, 홍차 등 차 종류부터 고성 특산물을 총망라해 판매하며 쏠쏠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의 다원은 이제 고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다례시연 행사는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이었지만 전통다례 전통을 잇는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무원과 생활개선회원 등이 참여하며 다례 시연과 차꽃과 씨앗 채집체험에 이어 시낭송과 음악감상, 국악단 공연 등이 다채롭게 이뤄지며 지역에 모처럼 활기를 가져다줬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성농업인 위상 높이다
강원도는 2019년 10월15일을 여성농업인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농업의 핵심인력인 여성농업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10월15일에는 권진수 회장이 지위 향상과 공동체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생활개선회를 대표해 받아 책임감이 막중해요. 제가 잘나서 받은 건 결코 아니에요. 다만 상을 받으며 강조하고 싶었던 건, 돈을 많이 벌면 성공한 것이고 적게 벌면 실패한 인생이란 생각을 뒤바꾸고 싶었어요. 애써 키운 차나무에서 많은 걸 얻고 있지만 큰 돈이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 인생이 녹아든 찻잎을 보며 전 성공한 인생이라 자부해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제 삶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해요.”

찻잎을 키우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깨달았다는 권진수 회장은 앞으로의 포부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다도교육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는 살아있는 교육을 펼치고 싶단 것이다. 코로나 탓에 타격이 있지만 산학다원을 신뢰하며 잊지 않고 찾은 이들이 있어 권 회장은 고마울 따름이라고. 그래서 지금의 교육장도 조금씩 손보며 많은 교육생을 소화하기 적합한 곳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산학다원의 미래는 그래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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