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칼럼 - 누리백경(百景)(203)

시월이다. 가을이 영글어간다. 하늘은 끝간데 없이 높푸르고, 청량한 햇살에 비끼는 바람은 삽상하다. 이달에 한로(寒露, 8일)와 상강(霜降, 23일) 절기가 들었으니 찬이슬과 서리가 내리고, 단풍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도 붉게 물들어 갈 것이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사랑은 가득한 걸//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중략)..//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모두가 너라는 걸//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노래, 한경혜 작사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부분.

# 아주 오래 전부터 시월은 ‘문화의 달’이었다. 푸르디 푸르렀던 젊은 날, 주머니가 가난했어도 두 귀를 활짝 열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기만 해도 제법 윤기나는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배고픔쯤은 까마득하게 잊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온갖 기념일이 시절 좋은 시월에 다 몰려있다.
국군의 날(1일), 노인의 날(2일), 개천절(3일), 세계한인의 날(5일), 재향군인의 날(8일), 한글날(9일), 임산부의 날(10일), 중양절(14일), 체육의 날(15일), 문화의 날(16일), 경찰의 날(21일), 국제연합일(유엔데이, 24일), 독도의 날(25일), 금융의 날(26일), 교정의 날(28일), 지방자치의 날(29일) 등이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 게요//좋아한다는 말 대신/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 게요//푸른 하늘이 담겨서/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붉은 단풍에 물들어/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우표 없이 부칠 테니/알아서 가져 가실래요?//서먹했던 이들 끼리도/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이해인 시 <10월 엽서> 전문

# 예전 우리 선인네들은 1년 열두 달 중에서 10월을 ‘상달’로 쳤다. 일년 열두 달 중 으뜸이란 의미다. 이때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그 햇곡식을 조상님께 올리는 가장 좋은 달이란 뜻이기도 하다.
“조상님의 그 크신 은혜를 그 어디, 그 무엇에 비하랴!” 했다.
‘어머님이 끓여 주던 뜨시한 숭늉/은근하고 구수하던 그 숭늉 냄새/시월이라 상달되니 더 안 잊히네/...../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서정주 시<시월이라 상달 되니> 부분

그리고, 그토록이나 못잊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난 15년 내내 해마다 시월에 노래하는 이용이란 가수의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도 또다시 이 시월에 불릴 것이다. 우리들의 사랑과 추억을 위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우리는 헤어졌지요/...(중략).../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나를 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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