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Focus – 위기의 식량자급, 그 해법은…

▲ 주요 작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아 국제 곡물 수급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밀·콩·옥수수 자급률, 목표치의 1/1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식량자급 국가의무화 국민적 공감대 충분…로드맵 마련부터

식량무기화에 취약한 우리나라
102% 대 21%. OECD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다. 격차가 이렇게나 커진 건 확장일로의 농산물 시장개방과 각종 전용 증가로 인한 농지의 감소 탓이다. 1980년 69.9%에 달하던 식량자급률은 2019년 45.8%로 24.1%p 떨어졌고, 밀(0.7%), 옥수수(3.5%), 콩(26.7%)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11일 농업인의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식량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 콩은 45%까지 높이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확언이 과연 이뤄질지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밀·콩·옥수수의 목표치가 각각 9.9%, 45.2%, 8.2%인데 반해 2019년 측정치는 0.7%, 26.7%, 3.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지난해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를 위해 3~9월까지 내린 농식품 수출금지 또는 수출제한조치가 33건에 달했다는 점이다. 세계 식량수출국들이 자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식량을 얼마든지 무기화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식량은 수출국은 소수지만 수입국은 다수로 분산된 대표적인 과점시장이다. 팬데믹 상황이나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식량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가 식량자급률 확보를 의무화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로드맵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식량자급을 위한 국가의무는 코로나19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충분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중요해졌다는 응답이 67.6%였고, 식량안보가 중요해졌다는 응답은 71.9%나 됐다.

코로나로 국산 농산물 가능성 재조명
지난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의 식량자급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헌법에 국가의 노력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법과 제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업개발원 박평식 연구위원은 “올해 우리나라 연간 곡물수입량은 1676만 톤 세계 5위 수준이고, 올 2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했을 때 152.3%나 된다”고 심각성을 지적하며 “코로나19로 소비자 구매행동도 비대면 중심으로 변하면서 맛·편의성·외관 등 품질의 시각화가 필요함에 따라 ICT 유통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후 국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져 신토불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직 자급이 가능한 쌀도 관세장벽이 낮아지면서 2024년엔 90.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 위원은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국산쌀은 수입쌀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고품질화, 가공과 수출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했고 “대표적 수출국인 미국의 쌀소비 증가, 중국의 고급쌀 수요 증가, 호주의 생산 회복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박 위원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벼 재배면적 유지를 위한 친환경농업 확대, 쌀가공식품 개발지원과 소비자 교육으로 소비를 늘려야 하며, 41만 톤의 수입쌀이 시장을 교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급을 고려해 동계는 밀, 하계는 콩과 사료작물로 소득을 보완해 경지면적을 유지하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8월31일 국회에서는 위기의 식량자급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농업 공익적 기능에 걸맞은 보상책도 필요
농식품부, 적정농지 확보계획 마련키로

공익적 기능 걸맞는 사회적 보상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강도영 한국농업경영인전남도연합회장은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과 피해인정률 확대, 기초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도입과 수입보장보험 확대 등을 농협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농민의 기본소득 보장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걸맞는 사회적 보상을 위해 농어민수당의 전국 도입과 농업외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밀산업협회 김준규 前상임이사는 식량안보를 지키려면 자급률 10%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더 품질좋은 국산밀이 유통되려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유전자변형농산물 완전표시제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공공비축밀을 북한에 인도적 차원으로 3만 톤 지원하면 수급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실 서정원 박사는 기후변화 시대 대응전략에 주목했다. 서 박사는 “기상이변이 생산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분석해 지역의 주요작물 관측정보를 고도화하고, 계약재배와 산지폐기 등 유통명령제를 보다 강화하며, 배출권거래와 탄소세 등의 경제적 수단과 비료 살포 규제의 규제적 수단으로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절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업기술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윤종철 국립식량과학원장은 “밀 중심의 이모작 체계를 영·호남 중심으로 확대하고, 이력제 구축과 용도별로 품종을 개발해 기존품종을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콩은 논재배를 확대하고, 이모작에 적합한 신품종 선유2호 보급 확대와 습해를 줄이기 위한 땅속배수 기술과 관·배수 통합 자동제어 기술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박수진 식량정책관은 “쌀은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고, 밀의 정부보급종 공급 확대, 전문생산단지 조성과 공공급식 등 수요처를 확대하겠다”면서 “논콩 생산단지를 2025년까지 1만2000ha로 늘리고, 비축콩의 구매·사용·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급관리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 정책관은 “지난해 157만ha까지 줄어든 농지를 유지하기 위해 적정농지 확보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농지위원회 도입과 농지이용실태조사 정례화, 상속농지 영농의무 명시 등의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자급을 위한 다양한 구체적 방안은 나왔지만 농업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식량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헌법에 명시하는 것을 포함한 법제화는 충분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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