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㉖

"자발적인 귀농모임은
정보에 목마른 사람에게
신선한 우물이 돼준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교육 일정이 취소됐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돼 매월 모이던 교육과 친목의 장이었던 서귀포친환경연구회 모임도 월례회를 열지 못했다. 밴드를 통해 공지사항이든가 질의 등은 소통됐지만 서로 만나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던 것은 단절됐다. 그래서 지난주에 지역별로 나눈 서귀포 분과모임을 번개로 추진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더욱 화기애애했다. 사람은 얼굴 맞대야 정이 더 든다는 말이 실감났다.

서귀포친환경연구회는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만든 비영리단체인데, 선도농가들이 희생적으로 봉사한 덕분에 초보농부들에겐 큰 도움이 되는지라 점점 더 활성화되고 회원이 많아지고 있다. 유익한 정보를 제공받고, 친목의 장이 되니, 저절로 입소문이 나는지 회원이 많이 모이자, 지원을 일부 해주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규모를 줄이라고 요구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유익한 곳은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소문이 나기 마련이라 우물을 찾아서 오는 목마른 사람들에게 어찌 문을 닫고 물을 나누지 말라고 하는가. 행정이란 늘 이렇게 형식적인 요구를 하는지라, 자립심 강한 친환경 농부들에게 이런 식의 요구는 불편부당한 처사이기도 하다.
단체가 커지면 목소리가 높아지니 관리차원에서 축소하려는 의지인가 싶기도 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저절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됐으니, 정책담당자는 코로나19가 우군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많은 분야에서...

각설하고, 번개모임을 주선한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의 편이었던 김영란의 남편 이성호씨였다. 이성호씨는 지난해 서친연(서귀포친환경연구회) 회장을 맡아서 연구회 활성화에 기여를 했다.
내 귤밭은 팽개치고 이리저리 뛰고, 밴드에 도배를 하고... 감투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학교 때 못해본 반장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종횡무진 하니, 우리 귤밭은 방치의 결과가 여실하고, 서친연은 기운이 팡팡 솟았다.

남자들의 공명심이라며 혀를 차면서 나는 남편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도 비영리단체의 활성화는 누군가의 이해타산 없는 활약이 있어야만 생기 있게 굴러가는 것을 아는지라 속으로는 남편을 지지해줬다.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하는 게 맞다고.

부족함을 상쇄하는 것은 열정과 노력이기에 남편은 서친연 회장의 감투를 쓰고 나서 성장한 것도 많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배운 게 많으니 봉사의 대가가 적지 않다.
번개팅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본 친환경농부들이 동기간처럼 반가웠다. 농사일의 특성상, 혼자서 일을 하기에 간간히 만나서 정을 나누는 게 서로에게 힘이 된다. 특히나 제주도의 귀농농부들은 고향으로 귀농한 사람보다도 제주도가 좋아서 온 외지인이 훨씬 많아서 이런 자발적인 모임은 목마른 사람에겐 신선한 우물이 돼준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삶의 방식을 친환경농부로 택한 사람들의 모임이라, 아름다운 제주도를 더 아름답게 유지하고 친환경을 지키는데 일조했으면 한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서도 친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지 않으면 미래 지구환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작은 실천부터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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