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최용수 연구사

서양종꿀벌 개발·보급 확대로 국제 경쟁력 확보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계통 개발로 종복원 기반 마련

▲ 최용수 연구사

“벌꿀 다수확 서양종꿀벌, 그리고 토종벌 질병저항성 계통의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 농가에게 꿀벌 육종 연구와 그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또  서양종 꿀벌 못지않은 토종벌 품종 개발이 돼도 이를 농가에 보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죠. 특히, 꿀벌 품종 개발의 사례가 없었던 국내 상황에서 관련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간다고 할까요. 고단하고 힘든 일이었지요. 어쨌든 많은 과정과 시간을 거쳐서 지금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토종벌 종복원과 꿀벌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더 확보하기 위해 12년여를 일선에서 꿀벌 연구개발에 온몸으로 앞장서온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 꿀벌육종연구실장 최용수 연구사(49)는 서양종꿀벌 개발과 보급 확대를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 그리고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토종벌 계통 개발로 종복원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연구사는 그동안 국내 최초 벌꿀 다수확 품종인 ‘장원벌’ 그리고 세계 최초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을 가진 ‘한라벌’과 ‘백두벌’ 품종을 각각 개발했다. 특히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저항성 품종 개발’ 등 꿀벌 관련 논문만 10여 건에 이른다.

최 연구사는 또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신품종(백두벌)과 토종꿀 다수확 벌집 등을 산업재산등록한 것을 비롯해 토종벌 관리 기술 등 영농활용 2건, 토종벌 산업 활성화 정책제안 4건, 장원벌 신기술시범사업 10곳 확대에 따른 평가 대상 수상(예천군), 토종벌 신품종 증식 보급 사업 확대, 장원벌 사양관리 지침서, 리플렛(장원벌, 토종벌) 제작 배포 등 꿀벌 관련 업무 추진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양봉산업의 생산물은 벌꿀이 70%를 차지했지요. 여기에 국내 꿀벌은 고도로 잡종화돼서 벌꿀생산성이 세계 평균(23kg/통)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16kg/통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토종벌은 2010년 이후 토종벌 에이즈(AIDS)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바이러스로 발병하는 낭충봉아부패병이 확산되면서 최소 70% 이상의 토종벌이 폐사하는 위기가 있었지요. 따라서 당시에는 관리기술 개발을 비롯한 약제의 개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질병저항성 계통과 같은 우수한 품종을 육성해 보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요.”

 

세계 최초 다수확 품종·토종벌 질병저항성 계통 개발
꿀벌 생산성 향상, 농업·생태계 보전

 

최용수 연구사는 그렇게 시작된 10년 이상의 꿀벌 신품종 개발 연구의 결과, 국내에서 최초로 벌꿀 다수확 계통인 ‘장원벌’을 개발해냈다. 개발된 품종은 질병저항성이 우수하고, 국내 농가 관행 사육 중인 서양종꿀벌과 생산량 비교시험 결과에서도 벌꿀이 기존 봉군 대비 최고 31~67%가 증산됐으며 로열젤리도 21% 이상 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 개발한 장원벌은 과채류 화분매개 효과도 기존 사육 봉군과 비교해 우수했어요. 그리고 장원벌은 질병저항성이 우수하고 온순해 양봉농가에서 관리하기도 쉬운 계통입니다. 장원벌이 농가에 확대보급 되면 벌꿀 생산액만 약 700억 원이 증가되는 것으로 평가됐지요.”
최 연구사 등 동료들이 장원벌을 개발하고도 꿀벌을 보급하기 위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반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그런 가운데 지역적응시험을 거치고, 또 품종 등록 등을 거쳐서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서서히 확대보급 할 수 있었다.

최 연구사와 동료들은 양봉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돼 2018년 신기술시범사업 성과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토종벌 우수 계통인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계통은 현재까지도 만성적인 질병증세로 토종벌 개체 수 증가가 쉽지 않아요. 그런 가운데서도 2016~2017년 각각 질병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1계통씩(R, H계통) 선발해 각각을 모계와 부계로 이용해 질병저항성이 가장 우수한 교배종인 RH계통을 보급종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원종(R)을 한라벌로 명명해 보급 중에 있지요.”

최 연구사가 개발한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계통은 일벌의 수명이 기존 질병보유 일벌 대비 10일 정도 연장됐으며, 봉군의 발육과 벌꿀 생산성도 2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계통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 사례가 없는 독보적인 성과였다. 멸종 위기에 몰려 있던 국내 토종벌 산업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토종벌 인공수정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몇 명만이 가능한 기술로서 육종기술의 세계화가 가능하게 됐다.

“토종벌 저항성 계통은 가장 중요한 형질 특성인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해서 완전한 저항성을 가지는 계통으로서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징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질병저항성 계통은 현장실증시험과 지역적응시험 등을 거쳐 품종 등록하고, 현재는 전국에 8000봉군 이상 보급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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