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업진흥지역까지 영농형
태양광 설치가 가능해지면
무분별한 농지훼손이
비농업인인 농지소유자에 의해
급속도로 진행될까 우려된다.

태양광발전이 만능 아니다.
장점이 많지만 호우와 같은
기후변화에 약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만으로 생활 못해..."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농업전용지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르고 있어 걱정이다. 농지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脫原電)을 위한 재생에너지 3020계획은 농촌의 태양광 보급 확대로 이어졌다. 농촌태양광 1만호 추진과 설비용량 10GW(1만5000㏊)까지 하기로 하면서 관련예산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501억 원이던 것이 올해는 3435억 원까지 대폭 늘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면서 지붕 등의 시설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태양광 발전은 그동안 외지인과 사업자 주도의 사업추진으로 극심한 논란과 갈등을 일으켰다. 산림훼손과 토사유출로 인한 산사태의 원인으로 태양광이 지목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게 영농형 태양광이다. 몇 곳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 농작물을 재배한 성공사례도 나왔다. 이를 확대할 태양광 설치를 위한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기간을 20년으로 하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는 농업인들이 직접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려는 경우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이다. 태양광 발전 수익과 국내에서 육성 품종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합쳐지면 적잖은 수익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농업인들도 있는 듯하다. 친환경 청청에너지 시대에 태양광 발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기후변동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들의 의무다. 화석원료는 언젠가는 없어지지만 태양광 자원은 고갈될 우려가 없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농업인도 발전할 수 있다. 농업인의 신규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태양광 발전이 농업인들에게 주목받는 장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지구 환경에 대한 이러한 의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식량자급은 사료를 포함해 21.7%이고 밀 자급은 0.7%밖에 되지 않는 식량수입국이다. 거의 1년 반 이어져오는 코로나19시대에 현실로 다가온 식량위기에서 태양광 설치로 농지가 이용되면 정부의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제껏 비진흥지역에 태양광 설치가 허용됐다.

앞으로 농업진흥지역까지 영농형 태양광 설치가 가능해지면 무분별한 농지훼손이 비농업인인 농지소유자에 의해 급속도로 진행될까 우려된다.
태양광 시설이 우후죽순 난립돼 부작용도 많다. 친환경 발전시설이라고는 하지만 설치장소를 위해 산이나 들을 파헤쳐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농촌이 미관상 보기 싫고, 발전기 모듈이나 시설이 폐기물로 남아 농업인들의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태양전지 생산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다. 태양광 발전이 대표적인 친환경에너지로 인식돼 있지만 벌과 나비 등의 개체수가 줄고 주변 온도 상승과 전자파에 의한 곤충, 가축 등의 난임(難姙) 피해가 발생된다.

농지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적정한 농지가 유지돼야 한다. 농지전용면적이 2010년 42㏊이던 것이 2019년 2555㏊까지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에서 2019년 45.8%로 떨어졌다. 국민식습관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농지면적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태양광발전이 만능은 아니다. 장점이 많지만 호우와 같은 기후변화에 약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만으로 생활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제껏 튀어나온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더 이상 농지훼손이 없는 농촌태양광 설치 대안을 펼쳐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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