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농촌여성들, 농기계 활용도 높이려면

▲ 여성농업인 대상 농기계 교육은 국비사업이 종료된 데다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여성농업인들이 농기계와 친해질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업체들, 수출과 매출 큰 농기계 위주로 생산
교육 담당할 농기계임대사업소 근무 여건 열악

여성농업인단체 요구와 현실 괴리 커
여성친화형 농기계가 화두로 떠오른 건 2015년 박근혜 정부였다. 당시 여성농업인이 쓰기 편한 농기계가 필요하다는 여성농업인단체의 건의에 당시 박 대통령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개발과 확대 보급을 지시했다.

이후 2016년 새로 설치된 농기계임대사업소 42곳에 승용관리기와 동력이식기, 소형트랙터 등 이른바 여성친화형 농기계를 50% 이상 구입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379곳 농기계임대사업소도 이를 확대·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밭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도 필요한 지원이란 판단으로 여성친화형 농기계의 융자지원율을 기존 80%에서 100%까지 늘리는 등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이후에도 여성농업인 지원의 대표적 사업으로 주목받으며 정부는 보급에 나섰고, 업체에도 대대적인 개발을 독려했다. 하지만 여성친화형 농기계 구입은 결국 소수의 농기계임대사업소에 그치게 됐고, 여성농업인 자신들도 구입을 되레 꺼리는 지경이 됐다. 왜일까?

수요 적으니 개발·보급도 적어
농기계 제작업체 입장에선 많아봤자 연간 100~200대 수요에 그치는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건 경제적인 논리상 당연한 일이다. 여성친화형 농기계로 꼽히는 승용관리기와 동력이식기 등은 밭농업에 특화된 것이다. 우리나라 지형과 재배작목에 맞게 설계되는데, 수출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업체 규모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지만 수출용으로 적합하고 단가도 높은 대형트랙터 위주로 생산하고, 반면 돈이 되지 않는 밭농업 기계에는 개발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정부가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과 확대 보급을 추진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 “지역에 따라 작목별로 맞는 농기계가 천차만별이고, 평탄하고 경지정리가 이뤄진 논에 비해 경사지고 땅 모양도 제각각인 밭에 맞는 농기계 개발은 특히 어렵고 수요도 적다”고 지적했다. 또한 “큰 규모의 농기계 업체는 트랙터 매출이 80%에 육박하는데, 밭농업기계는 소규모 업체만 생산하는 게 지금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농기계 업체는 약 590개로 추정되는데 매출 50억 원 미만 업체가 460여 개로 80%에 달한다. 투자비용은 막대하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업체가 기계 개발에 나선다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많으면 단가도 떨어지지만 수백 만 원대 기계에 몇 백 대의 수요만 보고 생산하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론 앞으로도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이 늘어날 수 없는 이유다. 개발이 더 늘어나려면 최소한 경작조건이 논처럼 균일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 늘어야 하지만 되레 감소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 개발에 업체가 호응하는 걸 바라기보단 세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여성들이 농기계에 익숙해져 활용도를 높이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맡아 할 수 있는 농기계임대사업소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열악한 근무조건의 농기계임대사업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여성농업인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나온다.

강원도의 A농기계임대사업소 관계자는 “농기계를 정비하는 일만 해도 농번기면 밤을 새우는 게 다반산데 교육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영농철이면 주말 근무와 농기계를 농업현장까지 배달해줘야 하기에 교육업무까지 맡아 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게다가 예산문제까지 겹쳤다. 코로나발 태풍은 농기계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까지 여성친화형 농기계 교육을 위한 국비사업이 있었지만 올해부턴 지원이 종료됐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지만 결국 코로나19에 예산이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교육, 특히 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 교육이 후순위로 밀린 탓으로 보인다.

경기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도비 사업으로 여성친화형 농업기계반을 30명, 16시간으로 진행하는데 국비사업으로 할 때보다 규모가 줄었다”면서 “실제 농기계를 조작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어려워진 점도 교육진행에 어려운 점”이라고 밝혔다.

응당 늘어나야 할 교육예산도 덜 중요하단 취급을 받으며 국비지원이 종료되면서 여성농업인의 안전사고 예방과 노동력 절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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