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호 박사(한국농어촌공사)

"통일농업으로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평화경제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여성농업인이 앞장선다면
그 파급효과와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 김관호 박사(한국농어촌공사)

국어사전에서 ‘의식주’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사람이 생활하는데 기본이 되는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와 순서가 다르게 ‘식의주’라고 불린다. 여기서 북한은 먹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북한 전문 취재기사에 의하면 북한은 봄철춘궁기로 농촌지역의 협동농장들에서 절량농가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절량농가란 식량도 없고 돈도 없는 농민들을 말한다. 그리고 지난 4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1년 1분기 ‘작황전망과 식량상황’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지원이 필요한 45개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면서 인구의 대부분이 낮은 식량소비 수준에 시달리고 있으며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데 매우 열악하다고 밝혀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식량은 과연 얼마나 부족할까? 통일부는 작년 북한의 곡물 수요량을 550만 톤,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2019년보다 24만 톤 감소한 440만 톤으로 추정했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곡물수요량 550만 톤에서 곡물생산량 440만 톤을 빼면 약 11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이런 식량부족량은 북한 1990년 중반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북한은 올해 1월 초 경제전반을 활성화 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북한은 경제발전 5개년(2021-2025)계획을 수립하였고, 특히 농업분야에서 주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정책으로 우량품종개발, 과학농사, 수확이 낮은 농경지에서의 증산, 농경지 확보와 간척지 개발, 축산과 과수 발전, 농업의 기계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농업에 얼마나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북한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은 어려워 보이고, 외부와 협업 없이 스스로 농업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남북농업협력은 비정치 분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물꼬 역할 가능

우리 정부는 남과 북이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란 점을 강조하면서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를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남북농업협력은 비정치 분야로 긴급 구호성 식량과 농자재 지원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물꼬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농업기술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 통일농업의 초석을 담보할 수 있다. 통일농업은 남북이 상호보완적인 농업을 해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고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길이다.

통일농업 실현을 위해 여성농업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 통일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다. 통일농업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알아가는 것이다. 이를 디딤돌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통일농업에 생명력을 불어 넣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여성농업인 인력양성을 위해 제3국에서 농업기술교류를 추진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하면 서로를 알아가면서 한민족의 동질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업은 북한이 받아들이면 대북 제재 하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여성들이 다루기 쉬운 농기계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농업기계화를 통해 여성들의 노동력을 줄이고 농작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통일농업으로 한반도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평화경제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여성농업인이 앞장선다면 그 파급효과와 의미는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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