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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생존권은 없고, 외국인근로자만 생각하나"

기사승인 2021.02.25  17: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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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 문제 해법은?

'외국인근로자 주거시설 강화해야 고용허가'···현장 원성 높아

지난해 말 포천의 외국인근로자 사망으로 인해 외국인근로자의 인권과 주거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며, 정부는 부랴부랴 농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당장 올해 1월1일부터 외국인근로자 신규나 사업장 변경 ․재입국특례․재고용 등 고용허가 신청 시에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나 조립식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엔 고용허가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농축산업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시설 개선을 위한 조치지만 농업현장에선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원성이 자자하다.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농민이 외국인근로자보다 못한 대우"

경기도 이천 단월면의 청년귀농인 이화준 씨는 골프장 근무를 하다가 2016년 귀농자금 5억을 대출받아 1500평의 농지에 하우스 1000평을 짓고 야생화와 분화 등 화훼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상시로 외국인근로자 1명을 고용하고 있고 올해 2명을 추가할 목적으로 2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패널로 숙소를 만들었지만 정부의 강화된 외국인근로자 숙소 기준에 따라 불법건축물이란 이유로 합법적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어렵게 됐다.

   
▲ 청년농 이화준 씨의 웃음꽃농장은 야생화 등 화훼류를 재배하며 외국인근로자를 상시 고용하고 있지만 축제와 행사 취소로 판로가 막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화준 씨는 “몇몇 노후화 되고 낙후된 지역의 외국인근로자 거주 상황만 보고 농민을 싸잡아 범죄자로 만드는 조치”라고 억울해 했다.

그는 “비록 비닐하우스 내 패널식 주거형태지만 생활환경을 최적화 해 주방과 화장실 등을 방마다 갖춘 원룸 시설에 에어컨 등을 구비해 증축했다”며 본인 가족 역시 비슷한 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 귀농하면서 잠시 시내 빌라에 거주했지만 워낙 아침 일찍부터 해야 할 일이 많고 밤에도 수시로 점검해야 할 일이 많아 가족이 모두 농사현장 근처에 거주하게 됐다.

   
▲ 시설하우스 내 조립식패널로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숙소 모습.

그는 “행사나 지역 축제에 화훼류 납품을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역 축제와 행사가 취소되며 매출이 감소하고, 더구나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도 많이 올라 3년째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지난해 조사한 외국인근로자의 주거시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 중이며 숙소 위치는 근무지 인근(59.9%) 농어촌 마을(25.9%), 농공단지(8.9%), 시내(5.0%) 등이었다. 이는 일출 전 근무, 날씨에 따른 작업 개시종료 등 작업여건과 거주 지역 숙소 부족, 출퇴근 곤란 등으로 근무 장소 인근에 숙소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농축산업에선 가설 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비닐하우스)이용비율이 73.9%를 차지했다.

이 씨는 “너무 억울하다. 어렵게 외국인근로자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거금을 들여 숙소를 마련했는데 농민은 정부 정책에서 외국인근로자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있고, 소외된 기분을 느낀다”며 “애써 마련한 외국인근로자 숙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산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 없으면 농사 못하는데…….
“정부가 이상한 짓”

역시 대월면에서 가지, 방울토마토, 상추, 시금치 등 과채류 농사를 하고 있는 여성농업인 최덕희 씨는 200평 하우스 30동의 농사를 아들과 함께 하고 있다.

   
▲ 과채류를 하우스에 심기 전 쌀겨를 볏짚 위에 뿌려주며 땅심을 기르는 작업을 외국인근로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임시조치로 근로가 허가된 외국인가족 인력이 일하고 있다.

최 씨는 “정부가 이상한 짓을 한다. 농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세금도 안내는 외국인근로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외국인근로자 숙소문제에 분통을 터트렸다.

포근해진 날씨에 시설하우스에 가지 파종을 위해 볏짚 위에 쌀겨를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던 최덕희 씨는 “어렵게 딸네 집에 놀러온 다문화가족의 일손을 구해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경기도는 외국인계절근로자 신청도 안 될 뿐더러 코로나19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어 일손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

사실 외국인근로자 숙소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농촌인력 사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농축어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 9400명을 배정하기로 계획했지만, 실제 입국한 인력은 1384명으로 14%에 수준에 불과해 농가의 일손 부족문제가 심각했다. 계절근로자는 지난해 52개 시군에서 4917명이 신청했지만 입국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정부가 일시적 대책으로 국내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 체류 방문동거(F-1) 외국인과 취업기간이 끝난 비전문취업(E-9) 외국인 노동자에게 계절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2020년 기준으로 223명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덕희 씨는 “임대농은 자영업자와 비슷한 구조다. 임대한 땅에 대한 연세를 내며 농사짓는데 인건비는 물론 하물며 상자 값도 30% 가량이 올라 농사하면 할수록 손해라서 인력 쓰지 않고 할 만큼만으로 농사 규모 축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외국인근로자 숙소 환경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농민도 같이 살 수 있게 해줘야지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다”고 목소리를 냈다.

불법 단속보다 점진적 개선방안 요구
농민 부담 최소화해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안전 보장 방안 제시해야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강화-농산업 분야만 유예기간 없어 바로 시행

외국인근로자 숙소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농업인들도 동의했지만 유예기간이나 계도기간 없이 바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다는데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른 산업의 경우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질타가 지난 16일 개최된 농식품부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 때도 여러 의원에 의해 지적됐고, 현재 농식품부도 이에 대한 문제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차원의 관심도 높아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 완도 진도)은 외국인 근로자 숙소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개별 농가에 숙소 문제를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대신, 이미 농식품부가 시행하고 있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통해 농촌 폐교를 숙소와 강당 등의 시설을 갖춘 ‘외국인 기숙사’로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폐교를 활용한 거점형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건립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환경 개선 ▴품목별 교육 활성화 ▴농촌 적응 문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외국인근로인력 대신 국내근로자의 활용방안도 제시됐다.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 무안 신안)은 국내 인력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인력 고용 농가에 90일 동안 10만원 씩을 지원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업인단체 역시 “도시에 비해 매우 취약한 사회적 인프라를 고려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행 기간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외국인근로자와의 상생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농업인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시적 유예기간을 설정, 농촌의 특수성을 반영한 합리적 주거기준을 마련하게 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 외국인근로자 숙소문제 청원-이천 대월농협 지인구 조합장

“농촌현실 무시한 탁상행정이며 과잉대응”

   
▲ 경기 이천 대월농협 지인구 조합장

지인구 조합장은 지역 농업인들 881명의 서명을 받고 농민을 대표해 지난 9일 ‘시설하우스 내 외국인 숙소문제’에 대한 청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냈다. 정부가 비닐하우스 등에 설치된 외국인근로자 숙소는 외국인고용허가 불허된다는 소식에 조합원의 비명과  민원성 전화와 상담이 많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지인구 조합장이 청원서를 낸 배경이다. 이천 대월농협은 쌀 농사 외에도 화훼․ 가지․ 오이 등 과채류 생산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많아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많은 지역이다.

지인구 조합장은 “농업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며, 10년 이상 유지해 오던 것을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정부가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농민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외국인근로자 숙소의 쾌적한 환경과 인권보호 등 외국인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목적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농업인의 행복 추구권과 생존권은 무시하는 처사”라며 농민 피해에 대한 합리적 대안과 결정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농촌 현장의 의견은 일절 배제된 채 군사 작정 마냥 시급히 유예기간 없이 시급히 당장 1월1일부터로 시행이 결정된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국민적 비상상황에서 농업도 절대 절명의 위기이고 농민들도 무척 힘든 상황임에도 농민 중심의 고민과 대안 제시 없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농촌 현장에서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농촌 특수성과 농민고통을 감안해 지인구 조합장은  ▴가설건축물을 양성화하고 법적으로도 점유면적 30평 이내는 불법건축물이란 관념을 깨고 지자체 조례를 개정해 양성화하는 특례조치를 마련하고 ▴5년간 과태료의 일부인 5/100정도를 적용해 과태료를 물리는 대신에 담당 시․군청 근로감독관이 샤워시설 소방시설 등의 실태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관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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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기자 love8798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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