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농촌여성, 디지털 완전정복(디지털농업에 도전장 낸 경북 안동 김옥희씨)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을 주축으로 하는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고도화와 고령화에 대응하면서 신규농업인 육성과 비대면이 주도하는 현실에서 대세로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스마트팜의 보급과 확산을 추진하면서 있어 농업의 디지털화는 일부 대농과 청년농업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여성농업인과 중소농에게 적합한 스마트농업을 각각의 품목에 적용하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본지는 디지털농업을 구현하고 있는 전국의 여성농업인을 만나본다.

▲ 스마트팜을 도입한 김옥희씨는 농약중독 위험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적절한 농약살포로 모두의 건강에 도움
신체부담 줄여주고 스마트폰 조작도 쉬워
다양한 스마트팜 기술 덕분에 작목전환 결심

농업인이 직면하는 위험의 종류는 많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 주로 야외에서 살아있는 작물을 키우는 작업에서 필연적인 위험도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인이다. 농약 중독도 그 중 하나다. ‘2019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및 손상 조사 결과’에 의하면 1년 동안 농업활동 중 농약을 직접 사용했다는 농업인 중 농약 중독을 경험한 비율은 9.8%에 달한다. 특히 농약은 배출되지 않은 채 오랜기간 몸에 축적돼 다양한 질환 발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중요하다. 경북 안동에서 300평 하우스 2동에 애호박을 재배하고 있는 김옥희(68)씨는 스마트팜을 도입해 농약 중독 위험에서 벗어난 경우다.

농약과 거리두기로 건강↑
“혼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약도 제가 쳐야 했어요. 모자 쓰고 장갑도 끼고 장화도 신어 꼼꼼히 챙겨 입었는데도 간혹 농약을 치고 나면 몸이 가려울 때가 있었어요. 신경써서 보호장비를 해도 농약을 완전히는 막을 수 없더라구요. 그렇다고 따로 일꾼을 쓸 수도 없으니 방법이 없었아요.”

정부가 권장하는 보호장구는 농약 살포용 마스크, 보호장화, 보호장갑, 보호모자, 방제복 상의와 하의, 보안경 등이나 되지만 그걸 다 착용하고 비율은 갓 20%를 넘는 수준이다. 김옥희씨처럼 직접 농약을 살포하는 농업인도 여전히 절대적이다. 등짐형 살포기가 39.0%, 약줄식 살포기가 30.4%로 직접 살포방식이 70%에 육박한다. 드론과 SS살포기 등 간접 살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곤 하지만 농사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농에겐 직접 살포방식이 비용측면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물론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살포 시 아예 농업인이 직접 살포하는 방식이 아닌 거리두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 농약 살포 방법별 분포(출처:농촌진흥청)

김옥희씨는 친환경 방제 살포기를 설치해 농약과의 거리두기가 가능해졌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의 ‘스마트폰 활용 시설원예 생력화 시범사업’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 방제 살포기와 관찰용 CCTV, 온·습도 관련 센서 등의 시설물을 갖췄다. 살포기로 농약을 치는 방식으로 바꾼 후 가려움 증상은 없어졌고, 일손도 줄이면서 적정량을 고루 뿌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전에는 농약을 쳤던 방식대로 하다 보니까 시기도나 양도 다르죠. 사람이 기계가 아닌데 항상 똑같을 순 없잖아요. 살포기로 같은 시기에 같은 양을 뿌리니까 친환경농업이 저절로 되됐죠. 무엇보다 나이도 있는데 농약 때문에 병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도 컸는데 그것도 없어졌어요.”

소득안정에도 긍정적
알맞은 농약 살포는 농업인의 건강에도 좋지만 농작물을 직접 먹는 소비자 건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17년 안동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원예작물 개량형 비가림하우스 지원을 받으며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한 이후 혹시나 농약이 검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싹 사라졌다. 감으로 짓던 농사에선 결코 자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애호박 10개를 가져다 농약이 검출되는지 검사를 하는데 0이 나왔어요. 소비자에게 내 애호박을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신뢰가 스스로에게 생겼어요.”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도입으로 잔류농약 검출 시 출하금지나 각종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규제하는 농약성분만 320종에 달하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잔류농약 기준 이하의 살포는 스마트팜 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농약의 과다한 살포문제를 해결한 김옥희씨는 키토산농법도 도입했다. 키토산은 게나 새우 등 갑각류에 많은데 유해균은 억제하면서 유익균은 증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흡비력 향상과 면역력 강화, 세포 합성 촉진 등에 탁월해 농약으로 깨져버린 균형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농법이다.

소득도 다른 농사를 지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가격은 작년이랑 비슷해요. 코로나로 식당들이 폐업을 많이 해서 소비가 줄까 걱정했는데 집에서 밥 해먹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것 같아요. 이틀에 한번 애호박을 출하하는데 당일 오후 5시면 경매가격이 휴대폰에 뜨고 이틀 뒤에 입금이 돼요. 한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꼬박꼬박 입금되는 맛이 있어요.”

▲ 친환경 방제 살포기

고품질 작물 생산 걱정없다
애호박 이전엔 수박농사를 20여년 가까이 지었던 김옥희씨. 하지만 쪼그려 앉고, 허리를 숙여 약 10kg 무게의 수박을 들다보니 골병이 들었다. 허리수술과 다리통증을 달고 살았던 김옥희씨는 그래서 서서 일할 수 있는 애호박으로 전환을 결심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거의 모든 관리가 가능한 농사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12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6월까지 수확을 마친 다음 추석까지 멜론농사를 짓고 있는 김옥희씨는 이후에 다시 하우스 관리를 해야 해 사실 농한기가 따로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리를 스마트폰 하나로 할 수 있는 점은 홀로 농사짓는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같은 이유로 주변의 수박농사를 짓던 농가들도 애호박이나 딸기 등 스마트팜 도입에 용이한 작물로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졌다.

또한 농가에게 고민거리인 기후변화에 대응에도 스마트팜은 효과적이다. 애호박은의 일조량 관리는 생산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데 김옥희씨는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관리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겨울엔 LED 조명이 있어 자동으로 오전 5시쯤이면 켜졌다 3시간 정도 지나면 꺼져요. 해가 지고 난 후에도 3시간 정도 LED 조명으로 부족한 일조량을 보충해요. 애호박은 햇빛을 받고 자라는거나 마찬가진데 겨울에 부족한 광합성이 되니까 수확일수가 줄어 자연스레 소득도 늘어나요.”

겨울에도 30℃를 유지해야 하는 애호박은 수시로 휴대폰에 깔린 앱을 통해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다. 조작법도 간편해 김옥희씨처럼 휴대폰을 조금만 다룰 줄 알면 컨트롤하는 게 결코 어렵지 않다.

습도관리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습도가 높아지면 잿빛곰팡이병이나 흰가루병 등의 병해나 생육이 더딜 수 있어 적절한 환기가 필수다. 일조량 관리와 마찬가지로 개폐시설을 통해 밀폐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 농도를 줄이거나 과한 습도로 외부보다 이산화탄소가 낮아지면 광합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도 앱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안동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김옥희씨처럼 시설하우스는 제때 환기해 습도조절과 유해가스 배출, 이산화탄소 공급이 그해 농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스마트팜을 통해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게 되면서 노동력은 줄이면서 고품질의 애호박 생산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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