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성수품(한과) 생산업체 목소리

▲ 코로나발 경기침체는 소규모 업체일수록 큰 피해를 준다. 업체는 설을 맞아 한과생산량을 늘렸지만 모두 팔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온라인 비중 낮은 소규모 업체는 어려움 가중
자연재해로 농사마저 망가져 원재료값 몇배 올라

정부가 지난 추석에 이어 설 명절 농축수산 선물가약을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한우와 생선, 과일, 화훼 등과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50% 이상 넘게 사용해 가공하는 제품이 해당되는데 지난해 추석에는 매출이 2019년 추석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만~20만 원대 선물이 10% 이상 증가하는 등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설성수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체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경기도 이천에서 한과를 생산하는 단드레한과의 박은희 이사는 “예년 같으면 명절 3주 전에 공장을 찾는 고객이나 전화통에 불이 나야 하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기존 직원으론 물량이 감당 안돼 알바를 몇 명 쓰고, 야간작업도 며칠을 해야 했지만 올해는 알바 한명에다 낮에 대부분 작업이 끝날 정도로 주문이 적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위에 있는 교회의 단체주문이 가장 큰 판로처였는데 이번 설에는 싹 끊겼다. 정부가 수도권에는 거리두기 2.5단계를 설명절이 끝날 때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대면예배를 할 수 없는 탓이다. 이천 역시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걸리고 공무원들도 홍보를 계속 함으로써 가족에게 선물하거나 고향을 방문했을 때 먹이려는 용도로 구입하던 주변의 구매도 대부분 없어졌다는 게 박은희 이사의 설명이다.

물론 재난지원금으로 지역화폐가 유통되면서 매출에 조금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단드레한과는 방문고객이나 로컬푸드매장 등 오프라인이 주판로처이다 보니 소수의 마을주민과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는특성상 온라인 판로를 뚫기가 쉽지 않아 비대면 방식의 변화도 매출 감소의 큰 원인이 됐다.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원을 받아 최근 HACCP 시설도 갖췄고 앞으로도 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데 매출은 예년보다 훨씬 줄어들어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다. 찹쌀과 깨 등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를 거의 다 농사지어서 충당했기 때문에 그나마 버텼는데 지난해 장마 때문에 농사를 망쳐 원재료값도 몇 배가 더 들어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깨만 해도 평소의 1/5밖에 수확을 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농가에서 구입해야 했는데 가격은 1.5배가 껑충 뛰었다.

박 이사는 “감당이 안 돼 제품수도 30가지에서 7가지로 줄였는데 1만~2만 원대 실용세트를 가장 많이 찾는다”면서 “20만 원까지 선물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도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 공장에서 전혀 느낄 수 없다”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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