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과수화상병으로 폐원했지만 보상은 언제…

▲ 지난해까지 탐스런 사과를 수확했던 충주 산척면 과수원. 지금은 콩밭으로 변했다.

손실보상금 커녕 매몰비도 안 나와…철저한 서류심사·예산부족 원인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11월 초, 과수화상병으로 전체 사과과수원의 94%가 매몰된 충주 산척농협과 산척면행정복지센터가 위치한 산척면 중심지 거리는 썰렁하기만 했다. 예년 같으면 사과를 수확하고 또 트럭에 실어 시장에 내놓느라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을 동네다.
1000여 농가가 있는 산척면의 주 농사 품목은 사과인데, 사과농가 중 지난해 56농가와 올해 156농가 모두 206농가의 2만5000 평의 과수원이 과수화상병으로 폐원됐다. 단 7곳의 사과 과수원만 현재 남아 있는데 그나마 언제 과수화상병이 덮칠지 몰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척농협 서용석 조합장은 “과수화상병이 한창 기승이던 5~6월엔 관련 기관 사람들이 방문해 각종 지원 대책을 약속했지만, 농민들이 자비로 사용한 매몰비 조차 정산이 늦어지고 지급이 안 돼 농민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산척농협에선 조금이나마 농업인 소득에 보탬을 주기 위해 과수원 땅에 무와 감자의 계약재배를 주선했다. 하지만 매몰이 끝난 시점이 7월말 경이라 감자와 무 등 밭작물 심는 시기를 놓쳤고, 그나마도 일부 과수원을 밭으로 조성한 농가에 한정된 경우만 가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척면은 올해 장마 피해가 극심해 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아직 과수원을 밭으로 만들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된 곳도 여러 곳이다. 

예년 같으면
통장에 돈이 들어올 때지만...

산척면 과수화상병 보상대책위원회 이천영 부위원장의 과수원도 과수화상병으로 매몰된 곳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홍수 피해까지 입었다. 매몰된 과수원을 밭으로 만들어 가을 채소라도 심으려 했으나 그마저도 못하고 있고 더구나 영농후계를 위해 도시에 있던 아들까지 합류한 상태라 상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미치겠다. 거의 멘붕 상태다. 매몰을 위해 중장비를 빌리고 인력을 동원하느라 대출을 받고, 심지어 카드 대출까지 다 끌어 썼다. 매몰비와 보상비가 통장에 지급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과수화상병 처음 발생 시엔 화들짝 놀랐던 산척면 과수농가들은 ‘너도 묻고 나도 묻어서 자포자기 상태’로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은 찾아가고 있으나, 가을 수확기에 수입이 하나도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년 같으면 사과 수확기인 요즘이 농민들에게 가장 돈이 돌 때로 모임도 많고, 지역 상권도 북적북적할 때지만, 지역경제도 과수화상병으로 엉망이고, 산척농협의 경제사업도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역에 생기가 사라진 모습이다.  
서용석 조합장은 “산척농협의 경우 177억 원이던 농약·농자재 판매 등의 경제사업 규모가 올해 34%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상황을 밝혔다.       

 

신청절차 복잡하고 여러 단계 거쳐야

손실보상금 지자체 일부 부담토록 시행령 개정 중

방제기준 변경으로 현장 혼란 초래
올해 손실보상금 작년보다 3배 늘듯
평생 일군 과수원·재배노하우 물거품

과수화상병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다. 감염시 주변농가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과목을 매몰하고 해당과원을 폐원 처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제책이다.
더구나 올해는 방제기준이 일부 변경돼 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해까진 한 그루만 발병해도 과목 전체를 매몰하던 것에서 일부 기준이 ‘과거 발생한 지역에 한해 과원 내 발생주율 5% 미만일 경우 발생주만 제거’로 변경되며 현장 대응이 늦어져 확산을 키웠다는 농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폐원 농가는 ‘과수화상병, 과수가지검은마름병 예찰 방제 사업지침’에 따라 매몰 후 3년 동안 재식을 할 수 없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다수 과수 유목은 결실을 볼 때까지 대략 3년이 소요되므로 폐원 과수원에 3년이 지난 시점에 나무를 심어도 수익까진 지금부터 6~10년 동안 정상적인 수입이 발생하기 어렵다.

▲ 충주 산척면의 농산물 지도. 서용석 산척농협 조합장은 “94%의 사과 과수원이 매몰됐기에 사과가 그려진 산척면의 농산물 현황지도가 바뀌게 생겼다”고 말했다.

보상처리 늦는 이유는?
피해규모 지난해 3배

손실보상비 지연은 올해 과수화상병 보상신청 농가가 많아 기관에서 서류검토에 시간이 소요되고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란 게 담당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43농가에 43.9ha에서 지난 5년 사이 크게 늘어 올해는 9월 기준 626호 농가에 330.6ha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88농가 131.5ha의 피해농가에 손실보상금이 329억 원이 지급됐으며, 올해는 보상비 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수화상병은 식물방역법 시행규칙에 의한 손실보상청구서를 청구인이 농촌진흥청과 시도지사에 한다. 처리절차는 보상여부와 보상금액이 결정되고 결과가 통지된다. 보상금 서류를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면 도농업기술원을 거쳐 농촌진흥청에게 제출되고, 농촌진흥청에서 서류검토(손실보상팀) 서류보완 등을 지시해 보상여부와 보상금액을 결정해 통보한다. 손실보상금 청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14일 이내 신청을 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최종 확정된 보상금을 청구계좌로 입금하는 절차다.
하지만 현장 농민들은 올해는 서류 등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불만이 크다.

보상신청금 서류엔 과수조성과 작업내역 점검일지는 물론 과수화상병 사전약제 살포(동계, 개화1차, 개화2차) 내역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또한 약제방제확인서․ 약제사진·방제시행사진·방제조치 내용을 나무제거 전 과원, 페원 전 매몰지 작업, 굴취작업, 매몰철거작업 인건비와 부대비용 산출내역 매몰작업, 자가인건비 투입비 확인서 등의 제출도 필요하다.

보상금 지자체 20% 부담으로
시행령 개정 중

여기에 과수화상병 발생과원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현재까진 국가에서 100% 지급했지만, 앞으로 국가에서 80%, 지자체에서 20%를 부담토록 식물방역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이 진행 중이다. 당연히 보상금 지급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이 커질 예정이라 지자체도 적극적인 예찰과 전파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천영씨는 보상금을 받으면 새로 포도농사를 해볼까 생각 중이다. 산척면의 경우 가로수인 벚나무를 비롯 자두나무 등도 기주식물이라 과수화상병 재확산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수화상병 재발 위험
다시 사과농사는 힘들어

이 씨는 “다시 사과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선 어려울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그간 사과농사를 위해 마련한 농기계도 무용지물이 되지만 더 억울한 것은 한 평생 노력해 이룬 사과농사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한편 충북농업기술원과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과수화상병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포스트화상병 신소득 대체작물 육성을 위한 교육을 설명회를 겸해 진행 중인데 약초 종류와 토종다래, 두릅, 스테비아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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