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 우수 연구성과 공동기획 : 현장 맞춤연구로 희망농업 이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고온과 한파, 가뭄,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는 물론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 등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한 농업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연구활동 범위를 영농현장으로 넓히며 농업인, 관련 농산업체, 소비자와 함께 우리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 몇몇 사례를 집중 조명해본다.

 

② 여름 상추재배 적정온도 맞춤 현장기술

▲ 전북 김제의 (주)아름에 설치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양액냉각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권진경 연구사(사진 오른쪽)

작은 냉각기로도 정밀하게 양액 온도 제어
작물 고온스트레스 저항성 높여 품질 우수
기후변화에 따른 농가 고온피해 경감 기대

시설엽채류 고온장해 극복하라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상추 재배면적은 노지 732㏊, 시설하우스 3041㏊으로 시설재배(3041㏊)가 노지(732㏊)보다 약 4배 정도 많다. 우리 국민들이 즐겨 먹는 쌈채소인 상추의 연간 생산액(2018년)은 2985억 원으로, 배추(9370억 원) 다음으로 높다. 10a당 소득도 497만4천 원 정도로 높은 편이어서 꾸준하게 농가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우리 농업은 이상기후에 의한 폭염 등으로 안정적인 작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시설원예 작물의 경우, 재배 적정온도가 20~30℃인데, 작물이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면 고온장해를 받아 정상적인 생육을 하기 힘듭니다. 더욱이 상추 등 대부분의 잎채소는 생육 적온이 15~20℃인 저온성 작물로, 30℃ 이상의 환경에서는 발아와 잎의 분화가 멈추고 양분 흡수가 저하되는 등 고온 스트레스를 받아 적정 냉방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여름철 온실 전체를 냉방하려면 생산비가 엄청 증가합니다. 환기나 차광, 기화식 냉방을 이용하더라도 냉방 효과가 낮아 잎채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힘듭니다. 이러한 농가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농가실정에 맞는 효율적인 양액냉각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죠.”
한국형 양액냉각기를 개발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에너지환경공학과 권진경 연구사의 말이다.

▲ (주)아름 한승진 대표가 상추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설치비․전기료 줄이고 품질은 안정적
여름철 고온기에 수경재배 엽채류 온실에 공급하는 양액을 냉각하는 방법은 대형 양액탱크와 냉각기를 연결해 양액탱크 전체를 냉각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양액탱크 전체를 목표온도(약 20℃)로 냉각하기 위해서는 온실면적 1㏊, 양액탱크 크기 250톤 기준으로 280㎾의 대용량 냉각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1억 원 정도의 설치비가 들어간다. 또한 대형 양액탱크를 낮은 온도로 관리하므로 열손실에 따른 잦은 냉각기 운전으로 전기료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양액냉각시스템은 대형의 양액탱크 전체를 냉각하는 대신 온실에 양액을 공급하는 소형탱크를 설치하고, 이를 우선 냉각한 후 순차적으로 대형 양액탱크를 냉각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50% 정도인 140㎾ 용량의 냉각기로도 정밀하게 양액 냉각온도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권 연구사의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전체 양액탱크 냉각방식에 비해 설치비를 약 40%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냉각 양액을 이용해 작물 뿌리의 온도를 낮추는 국소냉방기술은 양액 수경재배를 하는 대부분의 시설원예작물의 고온기 재배에 널리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리빙랩 과제로 농가애로 해결
이 시스템은 농진청의 리빙랩(Living Lab, 현장연구실) 과제를 통해 개발됐다. 실험실 연구에서 벗어나 농산업 현장에서 농업인, 산업체, 소비자와 함께 농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농과원의 현장중심 농업연구개발체계로 탄생한 공동작품이다.

“이번 연구에서 농진청은 농가의 안정적인 수출계약 유지를 위해 고온기에도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냉각된 양액의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농과원은 과도한 설치비를 줄이고 정밀한 온도제어가 가능한 양액냉각시스템을 설계했고, 농업설비 전문업체와 협의를 통해 시작기를 제작해 농가에 설치했습니다. 농가에서는 양액냉각시스템 운용과 품종별 재배를 담당했고, 농과원은 시스템 성능, 작물 생육, 수확량 등을 분석했습니다.” 권 연구사는 양액냉각시스템 개발 계기와 운용, 작물 평가 등 그간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설치된 전북 김제의 농업회사법인 (주)아름 한승진 대표는 그 성능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최첨단 대규모 유리온실에서 상추 중심의 엽채류를 생산해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고 있는 (주)아름은 여름철 고온기에 안정적으로 엽채류를 생산할 온실 냉방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던 터다.

“농장에 직접 설계해 설치한 양액탱크 냉각기는 탱크를 통째로 냉각하는 방식인데, 양액 온도편차(16~24℃)가 커 고온기에 안정적으로 엽채류를 생산하는 것이 힘들다”면서 “농진청과 리빙랩 과제로 개발해 설치한 양액냉각장치는 설치비도 저렴하고 양액온도(18~21℃)도 거의 일정해서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한승진 대표는 이 설비로 덕에 6~9월 고온기에도 상추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진경 연구사는 개발한 양액냉각시스템의 현장 설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설계를 마치고 시작기의 현장 시공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부품 수입이 연기되면서 전국적으로 냉각기의 필수부품인 압축기 품귀현상이 발생해 설치가 지연됐습니다. 여름철 기온은 상승하고 작물 일부에 고온장해가 나타나기 시작해 초조한 가운데 인맥을 총동원해 부산에서 부품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양액을 냉각하기 시작하고 냉각된 양액을 공급하자마자 작물의 생육이 개선되는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죠.”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일수가 증가하고 폭염이 빈발해 온실 냉방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겨울철 난방이 주된 관심사였던 국내 시설원예도 농가의 고온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효율 냉방기술 관련 연구를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권진경 연구사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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