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국영석유회사 QP(카타르 페트롤리엄)은 지난 6월1일(현지시각)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100척 이상의 LPG운반선 슬롯(독·배를 만드는 공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00척 수주 낭보로 업계가 들썩였다. 그리고 6월2일 국내 조선3사의 주가는 폭등했다. 철강을 납품하게 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제철회사 주가도 올랐다. 기쁜 소식을 듣고 보니 오늘의 조선업 기반을 이뤄놓은 정주영 회장의 조선업 진출 비화를 되새겨 봐야 한다.

정 회장은 1971년 9월 울산 미포만 해변 백사장에 조선소를 짓겠다는 무모한 꿈을 갖고 영국 런던으로 날아갔다. 당시 현대건설은 영국 선박 컨설팅업체인 A&P애플도어와 조선소 설립 기술협약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정 회장은 A&P애플도어 롱바텀 회장을 만나 기술협약 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두 푼도 아닌 조선소 건립 자금을 빌려달라고 졸랐다. 롱바텀 회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멍하니 앉아있던 롱바텀 회장에게 정 회장은 바지주머니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여줬다. 그리곤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이순신 장군이 철갑선인 거북선을 만든 조선선진국이었음을 강조하고 자금대출을 요청했다. 집요하고 재치있는 설득에 롱바텀 회장은 끝내 버클레이은행 대출 소개서를 써줬다. 위대한 도전자 정주영이 있어 지금의 조선업이 가능했다. 도전의 역사가 거듭돼 조선산업은 길이 번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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