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시농업기술센터 문호길 소장

▲ 문호길 소장은 일본품종을 해들과 알찬미 등 자체 육성품종으로 2022년까지 모두 대체하겠다고 한다.

위기…지난해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긴장감↑
기회…해들·알찬미 2000ha 재배해 일본품종 대체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번갈아 온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은 농업계에 종자독립이라는 화두를 던져줬다. 특히 경기미의 약 64%가 일본품종일 정도지만 품질면에서 더 뛰어난 품종이 상당수 개발된 상태다. 이천 역시 일본품종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곳 중 하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중심엔 이천시농업기술센터가 있다.

- 이천하면 쌀이 단연 떠오른다.
명품 농산물의 대명사인 임금님표 이천쌀은 일본품종 조생종 히토메보레와 고시히까리, 중만생종 아끼바레 중심으로 재배됐다. 사실 일본품종은 밥맛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랜 세월 굳어진 고정관념일 뿐이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인한 노재팬운동은 식량작물에서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국립식량과학원과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와 함께 개발한 조생종 해들과 중만생종 알찬미는 외관, 밥맛, 내병해성 등이 모두 우수하다. 해들은 히토메보레와 고시히까리를 대체할 조생종으로 수확량이 10a당 564kg에 이른다. 알찬미는 키가 69cm로 84cm인 추청에 비해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고 견디는 내도복성이 강하다. 도열병과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에도 강하다.

지난해는 해들 생산단지조성 시범사업으로 신둔·마장·호법농협, 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등과 550톤을 계약재배했다. 올해는 해들과 알찬미 각각 1000ha 재배가 목표다. 이천 쌀재배면적이 약 8100ha 정도인데 계획대로라면 약 1/4 수준이다. 이천의 모든 농협이 육성품종 활성화에 이미 참여의사를 밝혔고, 2022년까지 육성품종으로 100% 대체한다는 게 최종목표다.
최근에는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와 작목반,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이 참여해 최고품질의 쌀 생산과 유통 거점단지를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지난해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지난해 경기도 5개 시·군 23농가의 18.6ha에 걸쳐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이천에서는 배 4농가, 사과 1농가 등 5.2ha에서 발병됨에 따라 전부 매몰처리됐다. 거기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져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해 긴장감이 높다. 이미 지난달 충주와 제천에서 발병이 확인됐다. 과수화상병은 예방만이 답이라 배와 사과 328농가 315ha에 방제약을 전액 지원했고, 3월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방제를 3회에 걸쳐 실시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여파로 개별농가를 방문해 약제를 공급했다. 농가들도 농작업 사용전후 살균작업을 반드시 하고, 정기적 방제 등 기본수칙을 준수해 예방에 적극 협조해주길 부탁드린다.

- 지역먹거리 문제의 통합전략인 푸드플랜을 이천도 추진하고 있다.
푸드플랜은 이천 자체적으로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등 전과정을 연계해 농업인은 소득보장과 일자리 창출,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는 게 골자다. 이천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단위 푸드플랜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학교급식과 군납, 공공급식 등에 공급될 지역 농특산물의 저장시설과 유통시스템에 필요한 부지는 1만 평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푸드플랜 사업지에 농업기술센터 이전 계획도 갖고 있다.

- 다른 작목 육성에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
단연 게걸무다. 토종무인 게걸무는 일반 무보다 매운 맛이 특징이고, 육질이 단단해 쉽게 무르지 않아 장기간 보관이 쉽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게걸무의 매운 맛은 항균성, 항충성을 갖고 있고, 발암물질의 해독과 배출을 촉진한다. 씨기름은 기침, 가래, 천식에 효과적이고, 차로 만들면 상시복용하기 좋다. 무청 시래기는 다양한 요리에 쓰일 수 있다. 기능성 입증과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이천에서 재배농가도 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생산과 가공시설 기반 조성, 포장디자인과 홍보마케팅 등 6차산업화를 위한 지역활력화 사업으로 본격 추진한다. 이천만의 특산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토종씨앗 유전자원 확보에도 나선다.

- 다른 사업들도 소개해 달라.
농촌진흥청 공모사업으로 이천쌀 베이커리 인적인프라 육성을 위한 사업도 추진한다. 이천쌀을 원료로 베이커리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이천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과 제품개발 시 이천 농특산물을 활용하는 것을 물론이고, 경력단절여성이나 청년농업인들의 재취업과 창업을 돕는다. 앞으로 이천지역 대표빵 개발, 동네빵집 창업, 축제와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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