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특화연구소를 가다 - ②강원도농업기술원 인삼약초연구소

▲ 강원도농업기술원 인삼약초연구소는 재배기술과 품종개발, 현장애로사항 해결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사진 왼쪽부터 엄남용 소장, 모영문 연구사, 임수정 연구관)

2018년 국회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했다. 이 법률은 지역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유망한 지역특화작목 개발과 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농업의 새로운 발전·전략하는 삼고자 한다. 농촌진흥청도 지역특화연구소 지원예산을 각각 최대 20억 원까지 늘리고 연구소의 추가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농업 R&D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각 도농업기술원 산하 지역특화연구소를 다룬다.

중국산에 휘둘리는 국산 약용작물…자체품종 개발로 활로 모색

친환경 방제와
종자·종묘 공급으로
산업화 기틀 닦아

면역력 강화에 주목받는 인삼·약초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종식은 힘들 걸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은 자연스레 면역력 강화를 위한 식품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서 강원도농업기술원 산하 인삼약초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철원특작시험장과 북부농업시험장을 거쳐 지금에 이른 연구소는 올 1월부터 엄남용 소장이 3번째 여성소장으로 부임했다.

엄남용 소장은 “인삼과 약초의 강원도 재배면적은 각각 2500여ha로 전국에서 2~3번째이지만 그해 심어서 그해 수확하는 작목이 아니라 몇 년 이상을 재배해야 해 어려움이 크다”면서 “작목의 경쟁력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토종자원 유지·보존을 위한 한지(寒地)유전자원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인삼의 경우 품종개발에 최소 15년 이상 걸린다. 거기다 6년의 재배에 따른 연작피해와 경영비 부담, 지난해부터 실시된 PLS로 엄격한 방제는 큰 산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친환경 퇴비차다. 화학비료 대신 생육불량 시 양분관리용으로 쓸 수 있는 퇴비차는 실증시험 결과 1.5배 이상 수확량 증가를 확인했다. 보급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데 수확량 증가 이외에도 PLS로 인해 방제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또한 지상부병으로 흔히 발생하는 점무늬병을 위한 친환경제재 기술도 업체에 이전해 제품이 현재 출시돼 있다. 친환경 방제에 성과를 낸 작목으론 황기도 있다. 전국 재배면적의 45% 이상을 점하고 있는 강원도 황기는 폐기능을 활성화시키는데 3년 이상 재배 시 뿌리썩음병, 시들음병 등 병해충에 취약했다. 연구소는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방제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 인삼 스마트팜 연구를 통해 채종연한 단축과 노동력 감소 등의 성과가 기대된다.

안정적 종자·종묘 공급 책임
강원도에 분포하고 있는 약초는 통계상으로 30여 종이다. 전국에서 50여 종이 확인된다. 하지만 대부분 적은 재배면적과 종자·종묘 등을 구하기 어려워 산업화를 위한 기반이 취약하다.
모영문 연구사는 “현재 황기, 만삼, 도라지 등 14작목의 종묘를 보급하고 있는데 연구소 내 공동육묘장(1000㎡) 신축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최대 20만 본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종묘공급은 논농사가 대부분인 철원부터 휴경지에 약초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해져 작목다양화와 소득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연구소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약초는 황기, 더덕, 대황, 삽주, 삼지구엽초, 가시오갈피, 만삼 등이다. 재배기술과 품종개발, 현장애로 해결 등을 맡고 있는 연구소의 가장 큰 고민은 유통문제다. 특정 약초 가격이 높아지면 항상 중국에서 갑자기 물량이 밀려들어와 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임수정 연구관은 “안정적인 유통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다보니 농업인들이 작목을 전환하려는 의지가 꺾이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약초의 교역여건도 원활하지 않아 오히려 자체개발한 종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연구소는 한지유전자원포 이외에도 자생종이나 혼종이 아닌 균일한 품질과 수확량이 담보되는 기본종 구축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삼지구엽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반음지성 삼지구엽초는 면역력과 항바이러스 약초로 중국에서 연구가 매우 활발하다. 모 연구사는 “한국·중국·일본에 분포돼 있는 삼지구엽초는 토종자생종으로 음양곽으로도 불리는데 천연강장제로 오랫동안 명성이 자자했다”면서 “강장기능이 있는 가시오갈피도 열매, 뿌리, 줄기, 잎 모두 쓰는 약재로 진액 등 가공화가 활발한데 연구소는 작물화에 나섬으로써 안정적인 재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남용 소장은 “인삼과 약초의 산업화는 좋은 품종에서 시작된다”며 “인삼은 스마트팜 시설로 채종연한 단축과 노동력 감소에 나설 것이며, 약초는 공동육묘장을 통한 공급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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