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농촌여성들이여,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자

■ 경남 거창 황산마을 농가맛집 ‘돌담사이로’ 정점혜 씨(위천면 생활개선회원)

▲ 300년 고택을 가꾸고 지키며 농가맛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점혜 대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산나물 장아찌 등 가공상품 개발 계획

>> 언제나 그리운 집밥으로 품격있는 상차림

“이 나물들 남기시면 집에 못가십니다”농가맛집 돌담사이로 정점혜 대표는 농담반 진담 반으로 농가맛집을 찾은 손님들에 말을 건넨다. 남편이 덕유산 높은 산골짜기를 돌며 캐온 우산나물, 취나물 등 각종 나물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리기 위해서다. 정 대표의 말에 손님들은 다른 곳에선 먹을 수 없는 귀한 나물이란 생각에 나물접시를 싹싹 비우게 된다.

#300년 고가에서
맛보는 귀한 산채밥상

정점혜 대표는 생활개선거창군연합회 위천면 회원으로 2011년부터 경남 거창 황산마을에서 농가맛집을 운영해 오고 있다.

경남 거창 황산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같은 한옥이 모여있는 마을로 경남의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신씨 집성촌이다. 정 씨의 4대조 시할아버지가 지금의 집터로 이사와 지금껏 유지되고 있으니 300년이 넘은 고택이며 화장실조차 따로 밖에 두고 있다.

“친정도 종가집인데 시댁도 종가집이라 어릴때부터 눈으로 보고 자란 것이 많았죠. 생활개선회에가입해 요리교육을 받고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농가맛집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정 대표는 종갓집의 내림 솜씨에 체계적 교육을 더한 실력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했다. 남편 신용국 씨는 산을 타는 것을 좋아해 농가맛집 운영 이전에도 산에서 나는 귀한 각종 약초와 나물을 한아름 캐오면 동네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이런 계기로 농가맛집 사업에 도전한 정점혜 대표 부부는 들깨, 참깨, 검정깨, 배추, 감자 등 농가맛집 밥상에 오르는 모든 농산물도 직접 농사지어 사용하고 있다.

#검정깨, 검정콩...

모두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요리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라 가격을 맞출 수 있어요. 국내산 검정깨랑 너무 비싸서 시장에서 사오면 이런 밥상은 힘들어요.”

▲ 정점혜 대표는 깊은 산속에서 캐온 나물들로 밥상을 채우고 있다.

아끼지 않고 검정깨로 소스를 만들어 샐러드에 듬뿍 뿌리고 검정콩을 불려 콩전과 콩비지를 요리한다. 깊은 산속에서 채취한 우산나물, 취나물, 곤달비를 삶아 볶아내고 산더덕을 양념해 살짝 구워낸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건강 가득한 밥상이다

덕유산과 금원산 자락에서 채취한 나물 외에도 메인으로 편육이 오른다. 쫄깃하고 잡냄새가 하나도 없는 편육의 비결은 매실을 넣고 삶은 것이란다. 편육 요리도 정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이것저것 넣어보며 돼지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연구하고 실패를 거듭하며 요리해본 결과물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흰쌀밥은 남은 나물로 비빔밥을 해먹으란 배려지만 비빔밥에 넣는 흔한 고추장이 보이지 않고 대신 고추다짐이를 낸다. 거창 지역에선 멸치젓에 고추를 잘게 다져놓은 고추다짐이로 칼칼하게 간을 해 개운하게 비빔밥을 해먹는다.

▲ 경남 거창 황산마을 안의 신 씨 종가집인 농가맛집 돌담사이로의 뜰.

정 대표의 10년간의 이런 노력은 자주 찾더라도 계절마다 나물의 종류가 바뀌고 부담 없이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밥상으로 여기저기 입소문이 났다.

그 흔한 식당 간판도 안내판조차 없어도 지역에서는 정직한 맛집으로 돌담사이로는 인정을 받고있다. 더구나 300년 고택의 정취는 그 자체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비라도 한 두 방울 내리면 고즈넉한 돌담의 분위기가 더해져 옛 추억까지 떠올리게 한다.

정 대표는 고택의 정원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여름이 코앞에 둔 지금은 작약, 꽃양귀비, 붓꽃이 뜰 안에 한창이다. 정원을 잘 가꿔 방문한 손님들의 눈이 즐겁고 맛으로 한층 즐거울 수 있게 정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뜰의 잡초를 뽑으며 정성을 들인다.

“남편이 채취한 귀한 산나물을 이곳에 오시는 분말고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였으면 해서 장아찌를 개발해 상품으로 팔고 싶은데...요즘 인력이 귀해서 생각만하고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귀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여러 사람과 나눴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정점혜 대표는 살짝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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