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일들의 연속인 요즘,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감자 세일즈가 연일 이슈를 몰고 있다. 이른바 ‘도지사가 미쳤어요’라는 우스갯소리로도 불리는 이 소동 아닌 소동은 사실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감자농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헌데 하루판매물량인 1만 박스가 1시간도 안돼 동이 나고, 판매사이트인 강원진품센터 동시접속자가 100만 건을 넘는 등 국민적인 관심을 끌면서 네티즌들은 ‘감자 5부제를 도입해야 한다’, ‘BTS만큼 인기있는 PTS(PoTatoeS의 준말)’, ‘감자합니다(감자+사랑합니다)’ 등 판매를 넘어 하나의 놀이로 진화했다. 이 완판행진은 택배비를 포함해 10kg에 5000원이란 매력적 가격, 온라인으로만 판매, 도지사가 나선 기발한 마케팅 등 삼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물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농산물 소비부진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단 목소리도 있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속도감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소비부진의 벽에 부딪힌 농가에게 지금은 당장 실감할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할 시기다. 허나 코로나19 대책으로 농식품부는 추경예산 편성 대신 농산물가격안정기금 482억5000만 원을 변경해 지원키로 했다. 지원내용은 1교실1꽃병, 금리인하, 수출지원 등인데 대목을 줄줄이 놓친 화훼농가나 개학이 연기되면서 급식에 납품하던 농가 등 하루하루가 급한 이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둘째, 천편일률적인 소비촉진의 변화 필요성이다.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높으신 분들이 띠 두르고 사진 찍으며 ‘싸게 파니 많이들 사세요’의 노잼마케팅은 소비자 지갑을 열기에 역부족이란 사실이 이미 증명됐다. 그들의 면피용 억지미소 대신 진정성 있는 호소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합쳐져야 한다는 사실을 감자완판남 최문순 지사가 확인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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